제자백가 사상에서 배우는 상품전략

제자백가 사상에서 배우는 상품전략

오늘은 중국 제자백가(諸子百家) 사상으로부터 상품전략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제자백가란 중국 춘추 전국 시대에 활동했던 다양한 사상 학파와 학자를 통칭하는 말로써 제자(諸子)는 여러 학자를, 백가(百家)는 수많은 학파를 뜻합니다. 이는 주() 왕조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각 지방 봉건 제후들이 세력을 넓히기 위해 유능한 인재를 찾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대표하는 학파로 유가, 묵가, 도가, 법가 등이 있습니다.

유가, 무가, 도가, 법가 지도

유가는 공자(B.C. 551년~B.C. 479년경)가 창시하여 인과 예를 중시하였으며, 맹자와 순자에 의해 이어져왔습니다. 사실 유가 사상은 수많은 전쟁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재정이 악화되자 일부 관료와 귀족들이 귀향하여 백성에게 장례문화를 전파하면서 예로 확장되었습니다. 인과 예는 곧 인류애이며 이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 즉 가족 관계로부터 발현되고 이를 백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자는 형식()만 갖추고 그 바탕(質)이 없는 것을 꾸짖었습니다.

‘서자서아자아(書自書我自我 : 책은 책이고 나는 나이다)’, 입으로는 말하나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전혀 배우지 못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상품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이론과 경험을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굳이 선험을 통한 교훈과 경영학 대가로부터 이론을 배울 필요도 없습니다. 상품전략은 누구나 세울 수 있지만 시장에서 성공하는 상품이 되려면 공자 ‘서자서아자아’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묵가를 대표하는 묵자(B.C. 479년~B.C. 381년경)는 어떻게 하면 서로를 죽이는 이 끔찍한 침략 전쟁을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강대국인 초나라가 약소국인 송나라를 공격하려고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목숨을 걸고 혈혈단신으로 초나라 혜왕을 직접 찾아가 전쟁을 막고자 했습니다. 당시 초나라에는 중국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릴만한 공수반이라는 목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혜왕에게 명을 받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공격 무기인 운제(雲梯, 구름사다리)를 만들었고, 이를 활용하여 성안에 있는 적을 쉽게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묵자는 공수반이 만든 무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혜왕 앞에서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직접 설명하였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한 War Game이었습니다. 상품전략 워크숍 중에도 이러한 War Game 기법을 빌어 경쟁사 전략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 예를 들어 경쟁사가 대체 상품을 출시했을 때, 가격을 10% 내렸을 때, 경품 프로모션을 했을 때, 우리가 수행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와 그 대응 전략에 따른 경쟁사 스탠스는 무엇인지 등을 미리 체크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시 묵자 이야기로 돌아가면, 9회에 걸친 탄탄한 방어 전략으로 송나라는 결국 초나라 공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묵자는 강대국 침략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과 과학에 힘썼습니다. 그러나 공격 기술이 발달하면 방어 기술도 발달하고 새로운 방어 기술은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격 기술을 발달시켜 결국 악순환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묵자는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면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는 ‘겸상애교상리(兼相愛. 交相利)’를 주장하게 됩니다. 기업도 경쟁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경쟁자 또는 경쟁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때론 경쟁사와 싸움에 앞서 ‘겸상애 교상리’처럼 경쟁사를 이해하고 존중하여 함께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는 일이 우선일 때도 있습니다. 시장 도입기와 성장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제로섬 게임처럼 뺏고 뺏기는 싸움보다는 시장을 더 크게 만들어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도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도가 사상은 노자에서 비롯되어 장자(B.C. 369년 ~ B.C. 289년경)에 의해 우리 곁에 조금 더 친숙해졌는데요. 공자와 묵자가 숭고한 도덕적 이상을 바탕으로 명확한 옳고 그름을 논하였다면, 장자는 그러한 옳고 그름 기준과 방법을 새로 제시하며 기존 개념을 탈피했습니다.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통념 뒤집기(Flipping Orthodoxy)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장자는 아내가 죽었을 때도 슬퍼하지 않고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는데 이를 본 친구들이 의아해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원리를 이해하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모든 상황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죽음 또한 변화의 일부분이며 “기→생명→자연”으로 그 존재는 계속된다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서양철학 스피노자 사상과도 비슷합니다. 결국 장자 자신도 죽기 전 제자들에게 시신을 들판에 그대로 방치하게 하여 새와 벌레가 시신을 먹게 두었으며 이를 통해 대자연으로 순환을 도모했습니다.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죠. 재미있는 일화를 두 개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장자 양생주(養生主)에는 무용지용론(無用之用論)이 나옵니다. 무용지용이란 무용지물이 유용지물이 되는 것, 즉 ‘쓸모없음의 쓸모’인데요, 어느 날 한 목수와 제자들이 제나라를 여행하던 중 나뭇가지를 자르면 배 10척은 거뜬히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이에 제자들이 목수에게 그 나무를 베기를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목수는 나무 재질이 좋지 않기에 이 나무로 배를 만들면 침몰할 테고, 문을 만들면 뒤틀리고, 기둥을 만들면 썩을 터이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했습니다. 며칠 뒤, 목수 꿈에 그 나무가 나타나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나는 과실도 없고 나뭇결도 좋지 않아 사람들이 내버려 두었기에,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고 결국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 어찌 유용하지 않겠는가?”라고 말이죠. 상품의 어떤 고객 가치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쓸모없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념을 깨고 새로운 가치 판단 기준을 제시하거나 한 걸음 떨어져 반대편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소중한 고객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루는 장자가 길을 지나다 풀숲에 앉아 꿈쩍하지 않는 까치를 보았습니다. 장자가 까치에게 다가갔지만 그 까치는 뭔가에 정신이 팔려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 모습이 하도 기이하여 장자가 까치가 주시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나뭇가지에 앉은 사마귀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마귀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매미를 노려보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장자 또한 남의 밭에서 한참을 멈추어 있다 보니 밭 주인에게 오해받고 도둑으로 몰리어 도망가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에 장자는 당장 눈앞 먹잇감에 정신이 팔려 자신에게 초래된 위험을 인지 못하는 우매함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가리켜 사자성어로 ‘당랑포선(螳螂捕蝉)’이라고 합니다.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 이익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결국엔 더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장기적 안목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당랑포선 황작재후

마지막으로 법가 사상 대표 현인 한비자(B.C. 280년~B.C. 233년경)를 살펴보겠습니다. 공자와 묵자가 이상주의자라면 한비자는 현실주의자이며, 제왕학을 정립으로 유명합니다. 서양에서는 중세에 이르러서야 마키아벨리(1469~1498, 이탈리아) 군주론이 대두되기 시작했으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상가인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왕(리더)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6가지 술(術)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인 유반(有反)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하루는 진문공이라는 왕이 궁중 요리사를 시켜 술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고기 산적을 먹다 머리카락을 발견했습니다. 진문공은 진노하여 당장 궁중 요리사를 잡아들였고, 엄벌에 처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궁중 요리사는 진문공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 저는 세 가지 죄를 지었나이다. 첫 번째는 칼질이 매우 뛰어나 고기는 잘라도 고기 사이 머리카락은 자르지 못함이고, 두 번째는 고기를 나무 꼬챙이에 꿰는 실력이 뛰어나 머리카락만 빼고 고기를 꿰인 죄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고기 굽는 실력이 워낙 뛰어나 머리카락만 빼고 고기를 구운 죄입니다. 소인이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죄, 죽어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진문공은 그 궁중 요리사가 해를 입을 경우 이익을 취하는 자를 찾았고, 보조 요리사가 주방을 차지하려고 꾸민 일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리더는 누군가에 해로움이 생기면 그 이익을 취하는 자가 반드시 있으니, 그 반대편 보이지 않는 곳을 살펴야 합니다. 상품이나 사업전략을 수립할 때, 우리는 Stakeholder Map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를 파악해 봅니다. 그리고 Back-office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숨은 강자의 숨겨진 니즈(Implicit Needs)를 찾듯이 성공하는 상품은 숨겨진 니즈 발견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난세에 정의를 추구하던 제자백가 사상처럼, 경영에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있습니다. 이윤 창출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에 대한 책임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심영환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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