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빼기, 따뜻함 더하기

전자기기 빼기, 따뜻함 더하기

이른 아침, 어디선가 울려오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그 진원지는 스마트폰이네요. 일어나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학교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밀린 메세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고 인터넷 기사 몇 개를 읽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삼매경이네요.

학교에 도착해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통계 수업에 한창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여자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요.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 맛집을 검색해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또 스마트폰을 이용해 버스 시간을 미리 확인해서 기다림 없이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수 있었네요. 도착해서는 TV를 틀어 오늘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다 스르르 잠이 듭니다.

전자기기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리한 하루였네요. 스마트폰은 내 취향에 맞는 알람 벨을 울려주고, 맛집도 알려주고, 심지어는 버스 시간도 알려주네요. 컴퓨터와 TV 또한 제게 소소한 편의를 제공해주네요. 그런데 저의 하루에서 사람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요?

문득 궁금했습니다. 전자기기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30분이고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30분을 기다리는 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예정된 시각보다 3분만 늦어도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저는 전자기기 없이 이틀을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먼지가 잔뜩 쌓인 낡은 알람 시계가 눈에 띕니다. 오랜만에 시계의 태엽을 감고 다음 날부터 있을 디톡스 체험기에 대한 걱정 반 기대 반 심정으로 잠이 듭니다.

#1. 불편함 속에서 찾는 소소한 재미

다음 날 아침, 알람 시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네요. 벌써부터 스마트폰이 그리워집니다. 일어나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고 챙겼지만 몇 장 읽자마자 지루해지네요. 같은 글자인데도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보다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계속해서 스마트폰이 그리워집니다.

오늘도 여자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몇 시까지 어디서 만나자고 미리 약속을 잡았는데 조금 늦는가 봅니다. 만나기로 한 가로등 밑에서 시계를 보며 기다리는데 기다림이 주는 걱정과 설렘이 느껴지네요. 언제 어디서 올 지 모르는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게 이렇게 떨리는 일인지 그 동안 미처 몰랐습니다. 저녁식사를 위해 맛집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며 메뉴를 확인합니다.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돌아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불편함 속에서 쌓이는 소소한 추억들이 서서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2. 지루한 주말 속에서 나를 찾다

남상우▲ 밖을 배회하며 고민을 정리하는 남상우 기자

주말입니다. 대게는 일어나서 TV를 틀어 예능이나 영화를 보거나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요. 그런 요소들이 없으니 할 게 없어 정말 무료하고 지루해 죽을 것 같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긴지 몰랐네요. 너무 심심해서 밖을 나가서 공원을 걸어봅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진로에 대한 고민,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 곧 있을 시험에 대한 고민,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 팀의 성적에 대한 고민 등등 다양한 생각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다양한 생각과 함께 걸으니 놀라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가버렸네요. 집에 돌아와서 제가 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해봅니다. 문득 마지막으로 일기를 썼던 게 언제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고등학교 때 썼던 일기를 찾아 읽어보니 옛 감성이 물씬 느껴져 반가웠습니다. 지금의 나, 예전의 나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3. 대화가 필요해

말풍선

오랜만에 전자기기 없는 저녁식사를 가족과 가져봅니다. TV도 끄고 스마트폰도 없으니 처음에는 어색한 정적이 흐르네요. 부모님과 진지한 대화를 10분 이상한 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워낙 쌀쌀맞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가족한테 전화가 와도 쌀쌀맞게 끊던 제 모습이 생각나네요. 집에도 잘 안 가면서 어쩌다 집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면 부모님께서 옆에서 말씀을 거셔도 핸드폰 하면서 대꾸만 하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저에게 하실 말씀이 이렇게 많으셨구나, 나에 대해 이렇게 궁금하셨는데 제가 말씀 드린 것이 거의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네요.

이틀을 보내며 느낀 것은 전자기기가 ‘독’일 때 원인이 전자기기가 아니라 제 자신이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조금 더 현명하게 전자기기를 사용했다면 편리함을 누리며 사람냄새도 충분히 맡을 수 있었겠죠. 알람을 맞추거나 버스 시간을 확인하거나 지하철에서 무료함을 달랠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여자친구와 길을 걷거나 공원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저녁식사를 부모님과 즐길 때는 잠시 폰을 껐다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따뜻하고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을 테니까요. 전자기기는 행복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의 시간을 빼서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많이 주입시키고 있을 뿐이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전자기기에 과도하게 주입된 시간을 꺼내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해보세요. 하루는 생각보다 여유롭고 날씨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정하답니다.

 

글/사진: 삼성SDS 대학생 기자단 8기 남상우
삼성SDS 대학생 기자단 8기 남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