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것을 믿는가? 믿는 것을 보는가?

본 것을 믿는가? 믿는 것을 보는가?

마케팅은 “사실(Fact)과 인식(Perception) 간 싸움”입니다. 어떤 현상이나 사실 여부보다는 소비자 머릿속에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Fact보다는 Perception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요즘은 인터넷과 SNS 발달로 Fact 확산 범위가 넓고 전파 속도가 빨라져서 과거에 비해 Fact와 Perception 간 차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예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 방송사 토론회를 보면 대통령 후보자 주장에 대해 실시간 Fact Check 팀이 가동되었는데, 이를 통해 잘못된 Perception이 고착화되는 일을 어느 정도는 차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실제 현상보다 우리 뇌가 믿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뇌 과학 실험을 소개해 드립니다.

고무손 착각 실험 (Rubber hand illusion)고무손 착각 실험 (Rubber hand illusion)

피실험자의 양손을 사진과 같이 책상 위에 올려놓게 한 후, 왼쪽 어깨 앞으로 고무로 된 가짜 손을 놓습니다. 그리고 칸막이를 가짜 손과 왼손 사이에 두어 피실험자에게 왼손이 보이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실험자가 피실험자의 가짜 손과 왼쪽 손을 동시에 붓으로 쓰다듬어 줍니다. 1~2분간 이렇게 자극을 주다가 가짜 손에만 자극을 주어도 피실험자는 실제 본인 손처럼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며, 실험자가 망치로 가짜 손을 때리려 하면 화들짝 놀라 왼손을 빼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다른 사물을 마치 자기 신체 일부로 착각하는 현상을 '고무손 착각(Rubber hand illus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본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뇌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셈입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1979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는 생각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 내기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일명 “시계 거꾸로 돌리기”라는 실험입니다.

한 일간지에 80대 노인에게 무료 여행을 보내 준다는 광고를 실어 실험 참가자를 모집했고, 정신이 온전하고 큰 병이 없는 노인을 선발하였습니다. 이렇게 선발된 80대 남성 8명은 일주일간 외딴 수도원에서 두 가지 규칙을 지키며 생활했습니다. 하나는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을 스스로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20년인 1959년처럼 생활한다'입니다. 집안에 1950년 대 영화와 음반을 갖춰 놓고 집안 물품도 가급적이면 당시 상황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 참가자들은 1959년 개봉된 마릴린 먼로 영화를 보거나 1959년 발행된 야구 잡지를 보며 그 해 우승 팀에 대한 추억에 잠겨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일주일 간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여행을 마친 후 노인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전과 달리 보호자 도움 없이도 계단을 오르내렸고 가벼운 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참가자 신체검사 결과, 기억력/ 시력/ 청력/ 악력 면에서 모두 50대 수준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뇌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신체 나이가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예전 한 통신사 광고가 떠오르네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 Mindfulness(마음 챙김)이란?

인간 행동 심리학 분야 대가 엘렌 랭어 박사는 Mindset(사고방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실험으로 유명합니다. 엘렌 랭어 박사는 위에서 설명한 노인 대상 실험과 유사한 사례로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청소원의 Mindset을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바꿔봤습니다. 이후 혈압, 체중, 체질량지수 등 몇 가지 건강 지표를 측정해보니 이전 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론은 종종 영화 속에서 중요한 스토리텔링이 되곤 하는데, 닥터 스트레인지/쿵푸팬더를 보면 주인공 마음가짐에 따라 그들이 가진 초능력과 무공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를 잘 볼 수 있습니다.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 뇌가 믿는 것을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고객 자체가 아닌 고객의 뇌가 믿는 것을 바꾸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고객에게 고착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인간 뇌에 대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단지 뇌가 아닌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하고자 노력한다면, 고객 마음속에 어떠한 상품과 서비스를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일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됩니다.

Sometimes, when we’re faced with an intractable problem, it’s not the brain that can solve it. It’s the heart.
- 미국 드라마 Perception 중 –

본 것을 믿는가? 믿는 것을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