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누구를 위한 기술일까요?

사람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알아서 달리고,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율주행(Self-Driving) 자동차 시대는 언제쯤 우리에게 다가올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율주행 시대가 오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살아생전에 완전한 자율주행자동차를 타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 새 차를 구매할까 고민하던 중 가까운 국산 자동차 대리점을 방문해서 자율 주행 보조 기능을 지원하는 최신 모델을 시승해본 후 그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자율주행중! 뭘 도와드릴까요? 어느 자율주행 시대의 일상어느 자율주행 시대의 일상

# 미국 자동차 기술학회가 정한 6단계 자율주행 기술

요즘 나오는 자동차는 ADAS(첨단 운전 보조시스템, 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이라는 기능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 기능은 차량 주변 물체를 감지하여 주행 상황에서 위험요인들을 운전자에게 알리고, 스스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차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이 정도 수준을 가진 ADAS는 차량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하고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차선을 유지시켜주며, 불의의 충돌사고가 예상되면 브레이크를 밟아주기도 해서 ‘반자율주행’이라고 일반 대중 사이에서 불리기도 합니다.

제가 시승해본 여러 자동차에도 이러한 ADAS(첨단 운전 보조시스템, 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는데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켜자 핸들에 손만 올려놓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주행을 하더군요.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이 1980년대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구글과 테슬라가 본격으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뛰어든 시점이 2010년대 초반인 걸 감안하면 기술 상용화까지 금세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표준을 세워, 기술/정책적인 혼선을 최소화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에서 정리한 Level 0에서 Level 5단계까지 주행 자동화 단계는 운전자와 시스템 역할에 따라 다음과 같습니다.

0 LEVEL 비자동화/자율주행 시스템 없음/운전자가 차량을 완전히 제어해야 하는 단계
1 LEVEL 운전자 보조/방향.속도 제어 등 특정 기능의 자동화 / 운전자는 차의 속도와 방향을 항상 통제
2 LEVEL 부분 자동화/고속도로와 같이 정해진 조건에서 차선과 간격 유지 가능/ 운전자는 항상 주변 상황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주행에 개입
3  LEVEL 조건부 자동화/정해진 조건에서 자율주행 가능 / 운전자는 적극적으로 주행에 개입할 필요는 없지만 자율주행 한계 조건에 도달하면 시간 내에 대응해야 함
4 LEVEL 고도 자동화/ 정해진 도로 조건의 모든 상황에서 자율 주행 가능 그 밖의 도로 조건에서는 운전자가 주행에 개입
5 LEVEL 완전 자동화 / 모든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 불필요 / 운전자 없이 주행 가능 
미국 자동차 기술학회,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의 자율주행 6단계 분류

현재 국내 자율주행자동차가 제공하는 ADAS(첨단 운전 보조시스템, 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 기능은 운전자가 일시적으로 핸들이나 엑셀/브레이크 조작을 하지 않아도 주행을 할 수 있지만, 운전자는 항상 주변 교통상황을 체크하고 대응해야 하는 Level 1에 해당하는데요. 테슬라 등 자율주행업체가 내놓고 있는 최신 모델은 제한된 조건 내에서 차량 흐름에 맞추어 자율주행이 가능한 Level 2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서는 Level 4는 2025년, Level 5는 2030년 전후에 양산차 기술로 적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하니 이로 인한 사회 변화도 크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 자율주행자동차, 목표는 안전한 주행!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까?

미국에서 1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3만 7천 명, 하루에 100명이 넘게 사망합니다. 그중 운전자 등 사람의 과실로 인한 사망이 90% 이상인데요. 자율주행은 이런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망률을 현저히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1년에 2만명 정도 사망자가 줄어들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죠. 영국 자동차 연구기관인 태참(Thatcham, The Motor Insurance Repair Research Centetre)에서는 2040년 정도가 되면 자율주행 기술 덕분에 자동차 보험료가 현재보다 80% 정도 저렴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죠. 즉,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에게 여유로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점 외에 교통사고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는데 더 큰 목적을 갖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2018년 우버는 자율주행자동차 시험 중에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냈고, 테슬라 운전자는 자율주행 상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추돌하면서 사망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진 가장 큰 이슈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자율주행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것은 운전자의 책임일까요? 아니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책임? 또는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져야 할까요?

이미 2017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행자를 사망하게 하면 어떻게 되나?’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이럴 경우 사고 책임이 불분명해지고,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영국 차량국에서는 차량이 자율주행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운전자가 아닌 제조사에 보상을 청구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자율주행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는 보고되고 있지 않지만,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 보급이 확대된다면 이와 관련된 법률과 자동차 보험 정책도 시급히 수정되어야겠죠?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 보급된다면 1순위 목표시장으로 손꼽히는 분야는 화물 운송 차량 업계입니다. 화물 운송은 장시간 운전이 요구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이 크고, 사고 발생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존 화물차 운전자들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이미 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해 없어지는 직업에 관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는 몇 걸음 뒤처진 게 아닐까 염려스럽습니다.

# 자율주행의 마지막 고민, 전차 딜레마(Trolley Problem)를 어찌할 것인가?

2015년 10월 MIT에서는 충격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누군가를 죽이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것은 자율주행자동차가 주행할 때 어떠한 윤리적인 이슈와 딜레마에 빠지게 될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아래 그림처럼 자율주행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데,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해보죠. 왼쪽에는 어린이들이 있고, 오른쪽에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여기 선택지는 2가지가 있죠. 1) 어린이들이 있는 쪽으로 핸들을 틀거나, 2) 노인 쪽으로 핸들을 틀어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자율주행 차량이 어떻게 운전하도록 설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1번과 2번의 선택이 아니라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겠네요)

자율주행자동차는 어린이와 노인 중에 누구를 치게 될까? 출처 : MIT Moral machine자율주행자동차는 어린이와 노인 중에 누구를 치게 될까? 출처 : MIT Moral machine

MIT는 ‘모럴머신(Moral Machine)’이라는 연구를 통해 233개 국가에서 4,000만여 개 선택지를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동물보다는 사람, 소수보다는 다수, 노인보다는 젊은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자율주행자동차가 가진 윤리적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었지만, 처음으로 사회적 합의를 고민해 본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차의 딜레마(Trolley Problem)라는 문제가 있거든요.

# 전차의 딜레마 (Trolley Problem)

사례 1)
여기 선로를 따라 달려오는 전차(Trolley)가 있고, 그 선로 전방에는 사람 다섯 명이 전차가 오는 것을 모른 채 서있다. 만약 당신이 여기 있는 선로 전환 스위치를 당기면 전차는 다른 선로로 달리게 된다. 그러나, 다른 선로에 있는 한 사람이 죽게 된다. 당신은 전환기 스위치를 당겨 한 명을 죽게 할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사례 2)
선로를 달려오는 전차가 있고, 선로에는 사람이 다섯 명 서 있다. 당신은 선로 밖에 서 있는데, 당신 옆에는 엄청나게 무거운 사람이 한 명 서 있다. 다섯 사람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옆에 있는 사람을 선로 위로 밀쳐서 그 무게로 전차를 세우는 것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전차는 멈추지만 그 사람은 죽게 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칠 것인가? 아니면 다섯 명을 죽게 놔둘 것인가?

사례 3)
위의 1/2번 사례에서 다른 선로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당신 아버지라고 해보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윤리 이슈를 다룬 문제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자동차가 혹여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면, 그 선택은 운전자 책임일까요? 자동차 회사 책임일까요?

아직 한참 남은 줄 알았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가 이제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율주행자동차를 구입하실 때쯤이면 더욱 안전해지고 자율주행으로 인해 직업을 잃는 분들에게도 정책 대안이 마련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책임은 누가질까? JTBC 뉴스, 2016.3
기계행동학으로 접근하는 자율주행차의 윤리 이슈, 트롤리 딜레마 현대자동차 매거진, 2019



삼성SDS 소셜크리에이터 조남호(Principal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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