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회사가 일하는 방식(1) 이렇게 된 이상 ‘클라우드’로 간다.

영화에서 해킹하려면 PC에 왜 USB를 꼽나요? 서버로 잠입해야지!

‘매트릭스’, ‘13층’과 같은 SF 장르가 아니더라도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영화를 보면 ‘해킹’에는 매우 현란한 첨단 기술이 동원됩니다. USB를 꽂고, 패스워드를 손쉽게 풀어내면 자동으로 모든 파일이 다운로드 되면서 주인공이 탈출하죠. 그런데, 실제 서버로 쓰이는 컴퓨터에 USB는 꽂는다고 바로 동작하지도 않아요. 마운트(Mount)라고 하는 연동 작업을 해주어야 하고, 권한도 주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처럼 꽂는다고 알아서 동작하는 그런 화면은 존재하지 않죠. 물론, ID와 패스워드를 그렇게 손쉽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도 없습니다. 패스워드를 입력하기 전엔 화면 자체가 잠겨있는데, 프로그램을 순식간에 만드는 것도 다 거짓말(?)인 거 여러분도 알고 계시죠? 해커들은 패스워드를 입력을 하지 않아도, 화면 잠금을 푸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 놀랍지 않으셨나요? 물론, 실제 해커들이 해킹을 한다는 것은 더 놀라운 사회적 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여러분의 빈틈을 노리는 일이긴 합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이 장면은 그래도 현실 고증에 꽤 가까운 편의 해킹 기술이 요구됩니다

실제 고증에 가까운 해킹 장면이 그나마 있는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죠. CIA 본부에 있는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서버 장비를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줄을 타고 내려와서 해킹하는 명장면이 나옵니다. 가장 좋은 보안은 네트워크로부터 분리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해킹을 위해서는 서버가 있는 데이터센터로 잠입해야 하는 그런 장면이 만들어졌죠. 그렇지만, 실제 이런 물리적인 해킹은 거의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이제는 독립된 서버가 아니라 클라우드, 혼자서 움직이는 서버는 없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해킹 장면은 미래에서는 볼 수 없을 확률이 커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회사가 서버와 같은 인프라를 직접 갖추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10년대부터 많은 회사들이 각자의 IDC(데이터센터)에 서버와 스토리지를 직접 갖추고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보다는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이전했거든요. 해킹을 하기 위해서 서버가 가득한 곳에 잠입해야 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재택으로 근무하고 있는 개발자의 집 안 책상 위에서 서버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물론, 그만큼 클라우드 보안이 중요하고, 개인 PC도 악성 프로그램을 조심해야 되겠죠.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클라우드로 이전한 것은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종량제’라는 과금체계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영하의 온도로 서버 장비를 식히고, OS 업데이트부터 장애발생 시 대응해야 하는 인건비까지 엄청난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서비스 비용만 지불하면 이런 인프라 관리로부터 모든 게 자유롭습니다. 서버는 해가 지날수록 낡아지는 감가삼각도 없고, 새로운 시스템이 나올 때마다 교육해야 하는 인력운용에 대한 부담도 없죠.

2000년대에는 영하의 온도로 관리되는 이곳에서 직접 타이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클라우드를 관리해 주는 MSP(Managed Service Provider)가 등장하면서, 클라우드의 사용은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아마존의 AWS와, 구글 GCP, MS Azure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서버를 무한대로 늘려서 사용하고, 장애가 발생해도 데이터 손실이 없어진 것은 좋았어요. 그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어요. 더구나, 장애가 발생해도 클라우드 제공자는 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개발자의 책임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당시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본적인 관리 기능만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개발자들에게 장애 발생, 비용 처리, 자원 증설에 대해 매우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기도 했고요.(물론 지금은 기능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라우드에 대해 개발자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24시간 무장애로 서비스를 관리해 주는 클라우드만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생겨난 겁니다.

장애에 대비하기 위해 한 가지 클라우드만 사용할 수도 없고, DevOps 환경에서 서비스 배포와 운영을 자동화하려면 클라우드 관리가 필수적인데요. MSP는 개발자가 코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MSP 시장은 2019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많은 IT 회사의 주력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죠.

그렇게 좋다는 클라우드로 다 바뀌었으니, 개발자들은 편해졌을까요?

마차가 없어지고 자동차로 대체되면서 마부들은 굶어 죽겠구나 생각했었죠. 하지만 운전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물론 운전을 위해서는 엑셀, 클러치, 엔진의 기본 동작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공부가 필요했죠. 그러니까, 클라우드로 바뀌었지만 개발자들은 클라우드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2~3대의 서버만 관리하면 되었는데, MSP에서 서버를 관리해 주지만 결국은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해요. 인도에 1대, 미국에 1대, 일본에 1대가 있을 거라고 예를 들어보면(클라우드는 어디에 내 서버가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어요), 이런 분산 환경에서 정상 동작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공부가 필요합니다. 물론, MSP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것조차도 손쉽게 해결은 가능하지만, 지식은 필요해요. 자동차보험에 들어있다고 해도, 자동차보험 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독립된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이전한다면, 기존 코드를 클라우드에 맞게 현대화해서 다시 개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난이도의 총량은 무척 낮아졌습니다. 당연히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뀐 것처럼 개발 속도도 엄청 빨라졌죠. 개발자들이 클라우드에 신경 쓸 시간을 개발에 쓸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개발 도구도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바로 개발 Tool을 PC에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웹에서 바로 개발하는 웹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통합개발환경)가 이용 가능해졌거든요.

Eclipse Che는 웹 IDE로 Kubernetes를 이용한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웹 IDE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현재 가장 범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Eclipse Che(체)입니다. (Che는 이것이 주로 개발된 우크라이나의 Cherkasy라는 도시 이름에서 따온 버전명이라고 해요) 물론, 클라우드를 근간으로 하는 Cloud Native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Eclipse도 여러 버전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긴 합니다. 웹 IDE가 좋은 점은 웹브라우저에서 직접 코딩할 수 있고, 이 개발 결과물은 서버상에서 직접 작동하게 됩니다. 즉, 개발 환경을 전혀 따지지 않고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고성능 서버 장비로 개발을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더구나, 통합 개발 환경이 만들어지니 매번 시스템을 만들 때마다 장시간의 환경 구성도 필요 없이 바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라는 가상 개발 환경과 Kubernetes 클러스터에서 동작하는 이클립스 IDE는 다른 확장 도구들과 함께 오픈소스로 제공되고 있어 앞으로 성장도 기대됩니다.

클라우드 시대에는 개발자는 숨어서 쉴 곳이 없어질 거예요.

이런 클라우드의 발전은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 한 편,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클라우드에 작업하고 있는 모든 코드들을 누구나 볼 수 있고, 개발자 1명마다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측정할 수도 있게 된 겁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몰래 넘어갈 수 있는 시절은 끝난 거죠. 유튜브 음악을 들으며, 웹 검색도 가끔씩 하면서 일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걸 클라우드가 지켜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마차와 자동차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자동차는 과속 카메라로 단속을 하지만, 클라우드는 개발자마다 단속하는 카메라가 된 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전지적 개발자 시점에서 작성한 내용이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라고, 다음 시간에는 IT 회사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조남호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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