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둘로 쪼개서 보자! Dichotomy!

차별화

오늘은 상품 차별화가 왜 중요한지 Dichotomy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Dichotom는 학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며, Positioning 개념을 좀 더 양극화하여 차별성을 부각한 필자가 만든 조어임을 알려 드립니다.)

‘Dichotomy’ 사전에 나오는 정의는 이분(二分) 또는 양분(兩分)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이분법적 사고는 부정적 견해가 많습니다만, 상품 기획 관점에서만큼은 매우 유용한 프레임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콜라가 음료 시장 50% 이상을 차지하던 시기에 대척점으로써 시장을 양분한 음료는 무엇일까요? 바로 세븐업이었습니다. 세븐업은 콜라를 제외한 모든 음료를 통틀어 세븐업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만들어 성공했습니다.

너무 오래된 이야기이고 다른 나라 사례라 잘 와닿지 않죠? 우리나라 “JTBC 뉴스룸” 사례를 상품 관점에서 심층 분석해 보겠습니다.
*본 사례 분석은 뉴스 내용, 정치 성향이 아닌, 뉴스 포맷에 대한 차별화된 가치 분석이므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차별화

뉴스라는 상품은 어떤가요? SBS 지상파 서비스 이전까지만 해도 KBS와 MBC 메인 뉴스는 오로지 9시 뉴스였습니다. 하지만 SBS가 기존 뉴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결론이 8시 뉴스입니다. 치열한 “9시 뉴스” 시장에서 싸우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듯 시간대로 시장을 양분한 프레임은 꽤 오래 유지되었고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종편 사업자가 시장에 출현하게 되었고, 그중 JTBC 뉴스룸은 한참 후발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뉴스 시장을 잠식하고 뛰어넘을 정도로 경이로운 시청률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요? 물론 당시 사회 이슈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을 수도 있지만, JTBC가 가진 차별화된 포맷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시장을 양분하여 고객 인식을 바꾸고 마음을 사로잡은 차별화 요인은 무엇일까요? JTBC는 우선 기존 시장 경쟁자를 살펴봤을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존 시장은 “시작 시간”이라는 기준으로만 구분되어 있을 뿐 뉴스 콘텐츠는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JTBC 뉴스룸 상품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경쟁 축을 바꾸었습니다.

차별화

바로 “한 걸음 더 들어간 뉴스”가 JTBC 뉴스가 가진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JTBC는 실제 이 문구를 마케팅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주제를 다루는 깊이입니다. 다른 뉴스 채널과 달리 JTBC 뉴스는 단순히 받아쓰기에 그치지 않고 상세한 현상 및 그 현상에 대한 원인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평가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셉트는 콘텐츠 전반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앵커 브리핑” 이란 코너를 들 수 있습니다. 기존 경쟁사가 제공하는 수학 공식 같은 딱딱한 뉴스로부터 탈피하여 “은유(Metaphor)”를 시의적절하게 사용하고 이를 세련된 프레젠테이션과 영상으로 전달함으로써 시청자 감성을 자극합니다.

세 번째, “팩트 체크(Fact Check)”와 “비하인드 더 뉴스(Behind The News)”입니다. 팩트 체크는 그냥 넘기기 쉽거나 잘못 전달된 내용을 심층 분석하여 오류를 잡아 주고 사실을 전달해 주는 코너로, 별도 경제, 정치, 사회 등 시리즈 책으로 출간되어 대학입시 수험생들이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용도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비하인드 더 뉴스 역시 그날 이슈가 되었던 화제가 되는 주제를 되짚어 보고 그 배경과 사회 반응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네 번째, 문화, 기업, 정치 등 각 분야 세계 유명인을 섭외/출연시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파격적인 포맷을 보여 줍니다. 그동안 서태지, 한석규, 강동원, 이승환,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 잭 돌시(트위터 회장), 맷 데이먼(영화 배우)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쟁쟁한 유명인이 출연한 바 있습니다.

다섯 번째, 엔딩 음악입니다. 여타 경쟁 뉴스 서비스는 천편일률적이고 딱딱한 시그널 음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JTBC 뉴스는 그 통념을 과감히 깨고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담은 선곡을 통해 매일 엔딩 음악이 바뀝니다. 음악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JTBC 뉴스룸 엔딩 음악도 무한한 pool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참 기발하지 않나요? ^^

그 외, 다른 채널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스포츠나 별도 기상캐스터가 진행하는 일기예보 코너)인 구색 맞추기 코너를 과감히 제거하면서 여기서 절약된 시간으로 기존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물론 뉴스 전체 시간도 경쟁사 대비 약 40분가량 더 늘어났습니다.)

즉, JTBC 뉴스룸은 기존 경쟁 시장을 “한 걸음 더 들어간 뉴스”와 현상 열거에 그친 “받아쓰기식 뉴스” 2가지 시장으로 나누었습니다. 앞서 분석 결과에서 보듯이,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쟁 시장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영역(The Law of Category)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기존 시장을 둘로 쪼개서.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영원한 영웅, 이순신 장군께서도 차별적 가치 개념을 아주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명량대첩에서 12척 배로 133척 왜군을 격침시켰습니다. 또한 임진왜란 7년 동안 46번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후세에 전해지는 다음 말씀(경쟁 기준을 새로 제시한)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싸운다.”

심영환수석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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