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볼 때 더 깊어지는 감성


이 콘텐츠는 삼성SDS 임직원을 위한 소통 채널인 CommOn SDS에 게시된 글입니다, 삼성SDS 임직원을 위해 기고해주신 현대무용가 최수진 씨의 글을 여러분들과 나눕니다.


제전악-장미의 잔상▲ 제전악-장미의 잔상> 연습장면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현대무용은 어려워요. 발레처럼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지도 않잖아요. 열심히 집중해서 봐도 뭘 표현하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정말 많이 듣는 얘기다. 모든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나도 어렵다. 제일 먼저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느껴보는 걸 추천한다. 위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작품에서 메시지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어떨까요?”

‘어제의 현대무용은 이미 오늘의 현대무용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출처는 정확히 모르지만 현대무용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현대무용은 말 그대로 현대의 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표현하는 춤이다. 현대무용만의 테크닉이 있긴 하지만 백 년 후에는 그 ‘현대’를 표현하는데 알맞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자유로운 춤이다.

나는 관객들이 그런 현대무용을 볼 때 명확한 해석을 찾아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용수들의 몸짓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느끼고, 공연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 나만의 작품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일반인 대상 무용학교▲ 일반인 대상 무용학교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현대무용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참여한 분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현대무용’이라는 타이틀 아래 자신의 몸을 써보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대신 사용할 수 없는 나의 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표현해보는 첫 시도. 처음에는 좀 어색하지만 이내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생각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같은 무용수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신선한 몸짓이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이었지만, 나 역시 이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몸짓을 만들어 나갔다. 우리는 모두 현대무용수가 되었다.

아마 평소에 춤 좀 췄던 사람들이었을 거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적어도 나 같은 몸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길 바란다. 몸치의 움직임이야말로 얼마나 창조적인가!

한팩 라이징 스타▲ 한팩 라이징 스타

현대무용은 그만큼 가까이에 있다. 큰 범주에서 보자면 우리가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이 현대무용에 들어간다.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이해하고 알아가려면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본인의 감정을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자. 그것도 현대무용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내 눈에는 무용수의 춤은 일반인들과 너무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딱 하나 있긴 하다. 무용수는 일상에 녹아 있는 현대무용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현시대가 안고 있는 무수한 이야기, 감정, 생각 등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온종일 들여다보고 움직이고 연구한다. 정확한 몸의 언어를 찾아내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몸짓의 본질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현대와 우리들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제전악-장미의 잔상▲ <제전악-장미의 잔상> 연습장면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낯선 것은 괜히 더 어렵다. 반대로 익숙한 것은 더 편하고 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혹시 아직 현대무용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우선 시도해보길 권한다. 차츰 익숙해지면 편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최수진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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