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편 : 사이퍼의 스테이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편 : 사이퍼의 스테이크

삼성SDS 뉴스룸에서는 ‘현장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집필한 주호재 프로와 함께 책 내용을 중심으로 DT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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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영화 매트릭스 이야기로 ‘무언가를 디지털로 바꾸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편 : 사이퍼의 스테이크

한 남자가 금방이라도 육즙이 흘러내릴 듯한 스테이크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착하게 보이지는 않는 이 사람의 이름은 ‘사이퍼’. 원래는 주인공인 ‘네오’와 같은 편이었다가, 예상대로 영화의 중간 즈음에 배신을 합니다. 1편에서 영화 매트릭스 이야기를 했었지요. 캡슐에 누워 살아있는 배터리가 된 인간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의 기억을 뇌로 주입받습니다. 세상 전부가 디지털화된 거죠. 그래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세상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떻게 세상 전체를 디지털화했을까요? 상징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항하는 반란군에 ‘사이퍼(Cypher)’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도 배양 캡슐에서 깨어나 반란군에게 구출되고 인공지능과 끝없는 싸움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거죠. 현실은 자신이 인공지능의 살아있는 배터리였을 때보다 더 비참합니다. 매일 먹는 건 무슨 맛인지도 모를 영양소만 맞춘 죽이고, 생활하는 우주선 안은 좁고 지저분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인공지능이 주입하는 기억 속에서 살 때가 더 나았다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죠. 이 틈을 비집고 인공지능이 만든 요원이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다시 캡슐로 돌려보내고 반란군으로 활동한 시기의 기억을 지우고, 부자의 기억을 주입해 주겠다는 거죠. 사이퍼와 요원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납니다. 피가 곧 떨어질 것 같은 스테이크를 보며,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스테이크가 진짜가 아니란 걸 알아요.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인공지능)가 내 두뇌에 맛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죠.”

배신자 사이퍼가 들고 있는 스테이크 조각에 주목해 봅시다. 일반적으로 맛은 혀에 있는 ‘미뢰’라고 부르는 미각세포에 어떤 물질이 닿으면 그 특징이 신경세포를 따라 뇌로 전달되어 이미 기억 속에 잠재된 정보와 비교한 후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또는 매운맛, 떫은맛 등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간단히 디지털화해 볼까요? 단순화하면 스테이크가 가지고 있는 단맛, 신만, 짠맛 등을 수치화해서 나타내면 됩니다.

스테이크 조각의 맛을 데이터로 재현해봤습니다. 스테이크 조각의 맛을 데이터로 재현해봤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것이고, 사실 맛은 단순히 혀에 있는 미각세포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조직감과 온도, 목과 코로 퍼지는 향기, 먹기 전에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색깔과 형태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종합한 것을 말하죠. 이들 중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과하면 우리는 맛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맛이 없다고 합니다.

대략적으로만 봐도 진짜 스테이크 맛을 완벽하게 재현하려면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그래서 지금까지 요리가 인간의 전유물일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센서를 통해 맛 정보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고, 인공지능으로 모아진 정보를 처리해서 로봇이나 3D 프린터로 재현할 수 있는 기술적인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한계가 있죠. 세상을 디지털화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가장 쉽게 디지털로 전환이 가능한 것이 음악과 그림입니다. 도, 레, 미 음계 자체가 바로 디지털로 전환이 가능하죠.

도=01, 레=10, 미=11 도, 레, 미 음계를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가 되겠죠. 음반산업 자체가 디지털 전환의 첫 희생자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세 시대에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려면 수많은 악사와 악기라는 물질을 한자리에 모아야만 했죠. 그것이 자기 레코드의 형태로 1차 정보화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LP 판이나 카세트테이프, CD 등의 실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급기야 랜선 속으로 녹아들어 가 버렸죠. 지금은 과거 천재 작곡가들의 음악을 디지털화해서 인공지능이 학습하게 한 후 작곡까지 기계가 하고 있습니다. K-POP을 이끌어가는 몇몇 대형 기획사들은 실제로 작곡 작업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히트한 곡들을 코드화해서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부분을 학습시켜서 유사하게 작곡하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물을 작곡가가 선택해서 자신의 멜로디와 섞어 완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림도 유사합니다. 그림의 기본 구성 요소는 색깔이 있는 점이죠. 그 점들을 모으면 한 폭의 초상화가 되기도, 수려한 산수화가 되기도 하죠. 그리고 그 색깔의 점은 RGB(red, green, blue)라는 형태로 정보화할 수 있어요. 피카소의 그림도 잘게 분할해서 4,800만 개 정도의 점으로 나누어 각각의 점을 RGB 값으로 바꾸면 최신 카메라로 찍은 사진 수준의 그림이 되는 거죠.

모나리자 그림 속 색깔의 점을 RGB 값으로 정보화했습니다. 모나리자 그림 속 색깔의 점을 RGB 값으로 정보화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양에서 자주 보는 화소가 바로 이것입니다. 더 정밀하게 표현하려면 화소를 높여야 하는데, 이에 비례해서 데이터는 늘어나겠죠. 음악과 마찬가지로 피카소의 수많은 작품을 정보화한 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면 유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시도가 최근에 몇 번 있었고, 최종 작품을 전시회에 걸자 전문가들도 구분하지 못했다고 하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세상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 이 정의를 조금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례로 설명한 스테이크, 음반, 그림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 뿐일까요? 사업화되어서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정도가 된 것도 있습니다. 거리에 뿌려지던 전단지를 디지털화한 것이 ‘배달의 민족’이죠. 최근에 종이 지도 만져보신 기억 있나요? 디지털화 되어서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죠. 전단지, 종이 지도, 스테이크와 음반, 그림은 뭔가요? ‘물질’이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물질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획보다 글이 길어졌네요.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물질의 영역이 점점 디지털화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기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편 : 사이퍼의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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