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은 있었지만 공급망 관리는 없었다

1편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SCM의 본질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급변하는 환경과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 SCM의 본질을 이번 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SUPPLY CHAIN

공급망은 있었지만 공급망 관리는 없었다

태초에 인간이 마치 동물처럼 살 때는 아마도 혼자 스스로 먹는 것을 해결해야 했을 겁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급자족이죠. 배고프면 뛰어나가서 먹이를 사냥하거나 채집했을 겁니다.

공급자 = 수요자

운 좋게 야생 닭을 잡으면 털만 뽑아서 우적우적 씹어 먹었겠죠. 자급자족 상태이니 수요자와 공급자가 일치하고 결과적으로 공급망은 형성되지 않습니다.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행복한 삶을 살다가 이 남자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근처에 살던 완전히 다른 창조물(여성)과 함께하게 된 거죠. 이런 행위가 현대에는 결혼이라는 용어로 정리되어 있죠. 두 창조물이 함께하게 되면서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완전한 자급자족은 벗어나게 됩니다.

공급자 → 제조자/공급자 → 수요자

둘 중 달리기와 힘이 센 남성이 사냥을 주로 하게 되고, 여성은 주변의 과일이나 야채를 채집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도 이용하게 되면서 그냥 잡아서 털 뽑아 먹던 식생활에 원시적인 요리의 개념이 더해집니다. ‘제조자’가 나타나게 된 거죠. 하지만 아직은 완벽히 자급자족을 벗어난 상태는 아닙니다. 공급자와 제조자가 아직은 수요자(기저귀 찬 이상한 녀석이 하나 더해지긴 했습니다)이니까요. '공급자-제조자-수요자'로 이어지는 최초의 선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을 ‘공급선’이라 부르겠습니다. 아직 망은 만들어지지 않았죠. 한동안 이 집단은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문제의 발단은 정체불명의 일도 안 하는데 권리는 다 누리는 기이한 생명체(딸, 아들)였죠. 떼를 쓰면서 더 이상 닭은 못 먹겠다고 합니다. 제조자가 좀 노력해서 다른 요리법(치킨, 삼계탕 같은)을 개발하는 좋은 방법도 있지만, 그런 노력은 잘 하지 않죠. 남성에게 토끼를 잡아오라고 강요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남성은 닭 잡는 노하우밖에 없어요. 토끼잡이는 빈번히 실패합니다. 점점 집에 들어가기 싫어집니다. 다시 혼자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 사냥터에서 우연히 토끼 사냥의 달인을 만나게 됩니다. 잠시 얘기를 하다 보니 둘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날 둘은 각자의 닭과 토끼를 교환했습니다.

공급자 → 제조자/공급자 → 수요자

그들은 곧 이런 교환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여성들도 각자 채집한 야채나 과일도 교환하죠. 그러다 아무래도 닭을 자주 요리하던 제조자의 닭 요리가 더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최초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달라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결과, 하나뿐이었던 공급선은 그물같이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되고 ‘밥 공급망’이 됩니다. 입소문이 퍼지자 이 체계에 편입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죠. 그래서 공급망은 진짜 그물처럼 촘촘해지고 복잡 해집니다. 드디어 공급망이 완성되었고, ‘관리’라는 개념이 필요한 상황이 온 겁니다.

관리가 필요한 순간

SCM을 풀어쓰면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공급망 관리입니다. 공급망 관리는 다시 ‘공급망’과 ‘관리’로 쪼갤 수 있습니다. 공급망은 앞서 완성된 밥 공급망을 통해 이해하셨을 겁니다. 이제 관리가 남았죠.

르와르 영화를 보면 두 가지 대사가 자주 나옵니다.
“식구들 챙겨” 혹은 “너 요새 애들 관리 안 허냐?”
앞뒤 전후 사정을 따져 봤을 때, 두 가지는 차이가 확실히 있습니다. 요약하면, 식구는 챙기는 거고, 애들은 관리하는 겁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어느 시점에 식구가 애들로 바뀌는가입니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식구는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수이니 10명 내외가 되겠죠. 조직이 그 이상으로 커지면 챙기는 것에서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할 수 있습니다.

웬 딴 나라 이야기이냐고요? 기업이라고 다를까요? 기업도 처음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다 식구지요. 회사가 망가질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고를 치지도 않죠. 그런데 구성원이 많아지고, 식구가 아닌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일하는 절차와 규율 같은 것이 필요 해집니다. ‘관리’가 필요해지는 겁니다. 밥 공급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살던 가족들끼리 공급망을 형성해 식구의 범위에서 운영될 때는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외지인도 늘어나고 누구와 거래를 하는지도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공급망이 복잡해지면 관리가 필요해지는 거죠.

자급자족에서 공급선, 공급망, 그리고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까지 이야기를 발전시켜 봤습니다. 다음 글부터 관리가 필요해진 공급망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현장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공급망 관리(SCM) 성공 전략 (주호재 저)

+ 코로나19로 다시 주목받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삼성SDS 소셜크리에이터 주호재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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