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능한 예술 작품을 토큰으로 ‘NFT’

# 미국의 카드 모으기 취미가 디지털 문화로 변화하다

미국 문화 중에 신기한 것이 바로 스포츠 선수 종이 카드를 모으는 취미입니다. 상당한 노력과 운, 자금 투자가 필요한 이 취미는 뽑기 난이도가 높은(Rare Card) 카드의 경우 수천 달러를 넘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런 카드는 구매 시에 비닐봉지에 밀봉되어 있고, 제조회사 제품번호로 진품 여부와 가격이 결정됩니다. 실제 미국 경제지인 포브스(Forbes)에서 경매되고 있는 고액 야구 카드 가격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1등이 볼티모어의 베이브루스 카드로 3억 4,000만 원 ~ 6억 9,000만 원 사이에서 가격이 책정되었습니다. 이 카드는 1914년에 제작된 그저 종잇조각일 뿐인데 말입니다.

가장 비싼 가격에 실제 거래된 피츠버그의 전설적인 유격수 호너스 와그너 카드는 2007년 26억 원에 거래되었는데요. 1909년에 한 담배 회사에서 담배 구매자에게 지급했는데, 이것을 알게 된 호너스가 불만을 표시해 전량 수집해서 폐기했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가격이 형성된 데에는 미국만의 스포츠 카드 수집 문화가 큰 몫을 차지하죠.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카드 수집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바로 NFT라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NBA 농구선수 카드를 디지털 카드로 발행하는 ‘NBA 탑샷(TopShot)’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NBA 탑샷에서는 그저 종이에 선수 모습이 프린트된 게 아니라, 스타의 실제 경기 장면을 담은 디지털 카드를 판매하죠.

NBA Top Shot BETA PACKS MARKETPLACE COMMUNITY HELP CHALLENGES LOG IN Kevin Durant Dunk #437 RARE #437/499 $1,020,00 UDS Notable Sale $19,999 / Serial #1 Officially licensed product of the National Basketball Players Association.
$USD 1,020불에 거래되고 있는 Kevin Durant의 탑샷 카드 (출처: nbatopshot.com)

탑샷에서는 일 단위 구매 거래자만 10만 명, 벌써 5억 달러 가까이 카드가 팔렸고, 매일 200만 달러 이상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루 최대 거래 금액이 500억 달러에 달했던 적도 있죠. 특히, 미국의 NBA 전설인 마이클 조던도 투자한 이 회사는 디지털 카드마다 이더리움과 유사한 블록체인 기술로 ID 꼬리표를 붙여놓기 때문에 명확한 재화 소유권을 구매자에게 부여해줍니다. 그러다 보니, 카드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NFT 거래 시장에서 67%의 거래 금액을 차지하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NFT 거래 시장인 오픈씨(OpenSea)와 디지털 아트 갤러리 크립토펑크(CryptoPunks)를 뛰어넘는 실적이었죠.

디지털 NBA 선수 카드는 종이처럼 구겨지지도 않고, 물리적으로 밀봉해서 고이 간직하지 않아도 되니 디지털 카드 수집 문화는 조만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블록체인으로 구매 이력도 남고, 나의 소유권이 적힌 카드가 내 PC에 저장되어 있다니 놀라운 세상이죠.

# NFT가 뭐길래, 다들 이렇게 열광할까?

NFT는 Not-Fungible Token의 약자로,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입니다. 기존의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토큰)은 다른 코인과 1대 1로 교환이 가능한데, NFT는 하나하나가 서로 대체 불가능하게 만들어지는 토큰입니다. NFT 소유권을 추적하는데 이용되는 디지털 서명을 파일과 함께 만들어주기 때문에 구매자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이죠.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NFT 거래 시장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에 NFT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투기 형태 거래가 많아지기도 해서 뉴스에 자주 등장했어요.

디지털 파일 형태로 존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NFT라는 소유권이 적힌 디지털 서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아트로 그려진 그림 작품이나 이미지, 영상, 게임의 아이템, 음악, 강연 등 모든 것들이 NFT로 만들어져 거래가 가능합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본인이 대충 부른 노래 한 소절을 녹음한 영상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내놓으려 했는데요. 경매가가 생각보다 과열되어 논란이 되자 경매를 취소한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NFT Not-Fungible Token

그러나 이런 NFT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암호화폐 가치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처럼 누구나 복사해서 볼 수 있는 파일일 뿐인데 수억 원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은 투기에 가깝게 생각되죠. 특히,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지만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고 암호를 풀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복제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인되지 않은 기관에서 만들어내는 무분별한 NFT의 난립은 실제 저작자가 판매하지 않은 NFT가 복제되어 유통/거래될 수도 있는 문제도 존재하죠. 더구나, NFT는 보통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로 거래되고, 저장도 블록체인으로 이뤄지는데 이걸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채굴 장비와 블록체인 설비들이 탄소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불필요한 환경 파괴를 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들이라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매우 강해요.

# 소유하되 행사할 수 없는 권리인 NFT, 예술을 후원하는 거로

NFT에는 아주 이상한 법적 쟁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유권은 인정하지만,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NFT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1개를 만든다고 하지는 않았죠. 그러니까, 여러 개의 NFT로 만들어서 일련번호를 부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고, 판매된 NFT의 소유권은 구매자에게 있는 셈입니다. 즉, NFT는 한정판 디지털 작품인 셈이죠.
그래서 여러분이 만약 일련번호가 하나뿐인 유일한 NFT로 된 디지털 작품을 구매했어도, YouTube에 작가가 그 작품을 올리든 책으로 출판을 하든 구매자인 여러분은 저작권료를 1원도 받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 왕실의 이야기처럼, 소유하되 행사하지 않는 권리가 바로 실은 NFT인 셈입니다. 다만, NBA 탑샵 카드처럼 소유를 취미로 하는 디지털 카드는 저작권과는 다른 개념으로 딱 들어맞는 상품이기도 한 거죠.
특히, NFT는 이런 저작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미 본인이 저작자가 아님에도 유명 미술 작품이나 예술품을 NFT로 만들어서 경매에 내놓아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NFT를 구매할 때도 신중해야 하고, 저작권까지 양도되는 상품이 필요하다면 법적 장치를 활용하셔야 합니다.

NFT NFT
국내 한 예술품 거래사는 유명 작가 작품 NFT를 경매하려다 저작권자 반발로 취소했습니다

NFT의 등장은 새롭기도 하고, 대세 기술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이 사용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거래되는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 NFT 서비스 업체도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확인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중화되기에는 난관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기존 예술작품의 거래를 위해서는 진품 확인을 위한 전문가나 미술협회 등을 거쳐야 했던 관행이 필요가 없죠. 개인 간 예술품이나 소장품 거래가 손쉬워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보관을 위한 별도 공간이 필요가 없으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작품이 도난되거나 훼손될 염려가 없죠. 그래서인지 많은 예술 전문가, 수집가들은 NFT를 통해서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캔버스나 필름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작품을 YouTube와 Facebook에 전시하는 현재와 미래의 작가들에게는 좋아요(Like)보다는 디지털 한정판 판매를 통한 후원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아직은 블록체인이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 잡은 기술이 아닌 만큼, NFT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NFT =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말처럼 예술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조남호(Principle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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