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로의 문을 열다, 메타버스

# 가상세계에 펼쳐진 미국 대선 운동, 현실을 만나다.

2020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는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유명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선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자신들의 경제 회복 방안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20~30분가량의 퀘스트를 만들었는데요. 건설 현장에 새로운 연구시설을 세운다거나, 5G 광대역 통신이 가능한 타워를 설치하는 등 경제계획 구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바이든의 온라인 선거 유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닌텐도의 유명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안에 차려진 선거캠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2001년 출시된 이 게임은 무려 2천2백만 개의 판매고를 올린 유명 게임인데요. 바이든은 게임 안의 가상 표지판을 통해 지지자를 모으고, 바이든의 이름이 적힌 옷과 모자를 나눠주었죠. '헛소리는 그만!(No marlakey)'이라는 트럼프를 비꼬는 구호가 적혀있었어요. 그리고 지지자들은 게임상에서 서로 편지를 쓰고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서 지지자들을 직접 마주할 수 없는 정치인들에게 가상공간은 30초의 전통적인 선거광고보다 20~30대에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합니다. 이런 일들은 초현실 디지털 사회를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meta)' +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하는 가상세계예요. 현실 세계를 디지털의 공간으로 옮겨놓은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가상세계에서 무엇을 만들거나 홍보하려면 위원회를 통해 승인받아야 하고, 능력자들은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냅니다.

가상으로 구축된 도시

# 돈도 벌고 마케팅도 하고 뭐든 다 되는, 메타버스

오늘날의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디지털 아바타로 표현되는 공유형 가상공간입니다. 가상세계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노동도 하면서 성장하고 진화합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공간에서 친구들과 스포츠를 즐기는 등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개념이 모호하신 분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을 한 번 보시면 금세 이해하게 될 겁니다. 주인공은 가상세계 '오아시스'에서 임무 완수 후 보수를 받거나, 가상의 공장에서 노동하면서 돈을 법니다. 그 세계에서는 도둑질이나 강도 같은 범죄자도 있고, 아예 회사를 차려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죠.

이런 메타버스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로블록스(Roblox)'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9~12세 어린이 2/3가 사용한다고 알려진 로블록스는 미국 10대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156분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가상화폐로 아바타를 꾸미는 것 이외에도 직접 게임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단순 홍보가 아니라 실제 소비자에게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메타버스에 참여할 것이다'라고 에픽게임즈 CEO인 팀 스위니는 얘기했죠. 다른 온오프라인 광고와 달리, 메타버스에서 먹고 자고 쓰는 것들 모두가 실제 제품과 똑같은 모양이고 동일한 기능이 작동되는 것처럼 보여줄 수 있거든요. 새로운 소비층인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광고 수단인 셈입니다.

가상 부동산 '어스 2' 홈페이지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공간의 땅을 구입할 수 있는 가상 부동산 '어스 2' (출처: earth2.io)

메타버스 개념은 부동산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어스 2(Earth 2)'라는 가상의 부동산 거래 사이트는 지구와 똑같이 생긴 가상세계의 땅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리 세계의 경제 상황에 따라 온라인 땅값이 변동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일 수 있겠네요.

모델이 오큘러스를 체험하고 있다.
Facebook은 오큘러스를 활용해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전략도 갖고 있다. (출처: Oculus.com)

# 메타버스, 새로운 미래 먹거리와 기술을 선도하다.

메타버스는 오큘러스 퀘스트나 홀로렌즈 같은 최신 VR 기기와 햅틱(촉감/느낌을 구현) 기술이 만나 가상세계에서 실제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네 가지 유형의 범주로 구분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1)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 공간에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이도록 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고, 2) 라이프로깅(Lifelogging)은 사물과 사람의 일상을 캡처하고 저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나이키스포츠(Nike+) 같은 운동 기록 앱이 대표적이죠. 3) 거울 세계(Mirror world)라고 불리는 메타버스는 가능한 사실적으로 현실 세계를 가상세계로 옮기되 정보를 확장해서 덧붙여놓은 것을 말합니다. 구글어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죠. 4) 마지막은 가상세계(Virtual World)입니다. 현실과 유사하거나 아예 새롭게 만들어진 디지털 세계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대표적입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메타버스인 VR/AR 시장은 2019년에 464억 달러(약 52조 원)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2025년에는 4,764억 달러(약 540조 원)으로 성장할 거라고 예측되고 있죠. 그렇지만 이 성장의 이면에는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돈 세탁, 가상세계에 중독되어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등장 등 어두운 면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와 유사하기 때문에 범죄의 파급력은 크지만,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범죄는 효과적인 처벌 방법이라고 해봐야 계정 정지 정도라서 앞으로도 논란이 되겠죠.

정부에서도 자동차, 화학, 조선 등 제조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사물을 가상세계에 구현함) 기술을 확보하여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가상 융합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건물이나 지하도, 가스관 등의 정보를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가상공간에서 저축하고 주택도 구매해서 친구들과 뒤뜰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며 맥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단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는 가상의 것들이 실제 세상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지켜보시죠.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조남호(Principal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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