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기반기술, 블록체인

[연재 기획]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소개합니다(1편)

비트코인은 알아도 블록체인을 모른다?

지난 수년간 금융기술(핀테크), 그리고 가상화폐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 화두를 이끈 것은 단연 비트코인(BitCoin)이었다. ‘나카무라 사토시’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수수께끼의 개발자가 만들어 보급시킨 비트코인은, 어느 국가의 중앙정부로부터도 통제를 받지 않는 화폐로써 주목과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비트코인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반면, 이 가상화폐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금년 초에 워싱턴포스트가 "The List 2017"라는 기사에서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으면 Out (사회 주류에서 퇴출대상)'이고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으면 In (사회 주류에 포함)'이라고 장난스럽게 구분했을 정도이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한 마디로 설명하기에 까다로운 원리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의 응용
블록체인 많은 언론인들이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나 시청자들을 위해 ‘비트코인이 애플리케이션이라면 블록체인은 오퍼레이팅 시스템(OS)’이라든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례의 하나에 불과하다’라는 식의 설명을 즐겨 사용한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IT 기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설명을 해 보도록 하겠다.

블록체인 기술이란, ‘거래 기록을 남기는 기술’이다.

물건을 사고 판다든지(시장), 돈을 맡기고 찾는다든지(은행), 거래가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에서는 돈과 물건이 오간 기록을 남겨 둘 필요성이 많이 생긴다.
은행 통장이나 거래 장부가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고 또 사용된다.

그러나 바빠서 거래 장부에 기록을 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면? 또는 한 쪽에서 숫자를 잘못 기록했다면? 더 나아가서, 나쁜 마음을 품고 거래와 관련된 기록을 조작한다면?

개인이 은행에 1억원을 예금으로 맡겼는데 은행에는 1천만원만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있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이제까지의 금전기록은 이러한 위험에 노출이 되어있었고, 이를 위해 거래규모가 큰 기업이나 기관(즉, 실수를 저지를 소지가 많은 조직)에서는 회계사 같은 전문가들을 통해 이 장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곤 했다.

블록체인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그 기록을 남기고, 또 누구나 그 기록을 보고 또 복사해 갈 수 있도록 공개함으로써 실수에 의한 기록 실수나 의도적인 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갑돌이가 을순이에게 송금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자.

양쪽의 컴퓨터(또는 스마트 장치)가 돈을 주고 받는 기록을 생성한다.
이렇게 ‘갑돌이가 을순이에게 OOO원을 보냈다’는 기록이 들어있는 데이터 덩어리(블록)가 만들어지면, 이것이 갑돌이와 을순이 두 사람과 거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여 인터넷에 공개된다.

그 뒤에 을순이가 병천이에게서 물건을 사느라 받았던 갑돌이에게서 받았던 돈을 병천이한테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을순이가 병천이에게 OOO원을 보냈다’는 기록이 들어있는 데이터 블록이 새로 만들어진다.
이 때, 앞서 갑돌이와 을순이의 거래 기록이 든 블록이 그 앞에 연결된다.
즉, 블록들의 연쇄고리(체인)를 따라가다보면 해당되는 돈이 오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록(블록들)은 인터넷에 공개되어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컴퓨터에 그 내용이 복사되어 들어가기 때문에 설령 한 두 사람이 그 블록의 내용(즉, 거래 내역)을 조작하려고 시도해도 훨씬 더 많은 원본 블록의 복제본들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금새 탄로가 난다.
즉, 한 사람의 컴퓨터에 보관된 블록 하나의 내용에 조작을 가했다고 해도 새로운 거래가 일어날 때 관련된 블록들의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퍼져있는 블록이 원본일 것’이라는 판단 아래 조작된 블록은 그 내용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블록체인이 보안성을 유지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누구나 거래 기록을 볼 수 있게 하고 그 기록을 널리, 그리고 많이 퍼뜨려서 그 내용을 조작할 가능성을 없앤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이며 ‘거래 승인 권한과 정보를 민주화한 것’이라는 세간의 설명은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즉, 거래 내역을 최대한 비밀로 다루어 보안을 유지하고자 했던 기존의 사고방식에 대한 역발상인 셈이다.

세상을 바꿀 IT 기술, 블록체인
많은 건물들이 선으로 연결된 도심의 야경모습 ‘금융사들에게 있어 블록체인 기술은 통신사들에게 있어 TCP/IP 기술과 같은 존재’라는 평가가 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TCP/IP 기술의 보급 과정을 돌이켜보도록 하자.

1972년 처음 소개된 TCP/IP 기술은 미국 국방성의 아르파넷(ARPAnet)에서 네트워크 연구자들끼리 이메일을 주고받기 위한 기반기술로서 활용되었다.
그 전까지 전화망을 관리하는 통신사들에서는 회선교환(Circuit switching)기술을 사용했었고,이를 위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두가 전용 통신 케이블을 사용해 교환장치에 연결되어 있어야 했다.
물론 이를 하나하나 설치하고 관리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든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TCP/IP는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디지털 형식으로 만들어진 메시지의 내용을 조그마한 조각(패킷)으로나눈 뒤 이를 받을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덧붙여 네트워크에 올리면 수신자 측에서 이 조각들을 받아 원래의 메시지 형태로 재구성하도록 해 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전화나 전신 시스템처럼 단말을 교환기까지 연결하는 전용의 통신 케이블을 필요로 하지 않는 TCP/IP는 통신사들이 적은 비용으로도 거대한 통신 네트워크를 만들고관리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만큼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장치들(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거래기록이 저장된 블록들을 수시로 조회하고 또 복사해서 개별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과거의 거래 시스템이 네트워크의 중앙에 거래원장이 있어서 모든 단말들이 이를 조회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오류나 조작에 취약했었지만, 네트워크에 가입된 모든 단말들이 나머지 단말들 모두를 서로 조회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그 투명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블록체인 교육 네트워크의 이사인 제레미 가드너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금융산업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이제까지 없었던 수준의 높은 투명성과 (회계)감사가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블록체인,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현재 금융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라는 행위를 가장 많이 하는 산업이 금융업이기 때문이다.
즉,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분야라면 어디에라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2010년 진도 7.0의 지진으로 폐허가 된 작은 섬나라 아이티의 예를 보자.

20만명이 넘게 사망하고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진 이 지진은 아이티 정부에게도 큰 타격을 주었다.
많은 정부기관의 건물들이 무너졌고, 그 과정에서 각종 기록물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왔다. 정부가 부동산 등록 원장을 다시 복원하려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지역의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럿 나타난 것이다.

지진에 의한 기록의 소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혹시, 아이티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서 부동산 관련 기록을 관리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진의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고는 하지만 전국의 컴퓨터를 완전히 부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컴퓨터들에 흩어져있는 거래정보의 조각(블록)들을 통해 블록체인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부동산 거래 기록을 복원해서 사용하게 된다.
시장에 혼란이 오는 궤멸적인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국가들이 있다. 올해 2월, 그루지아 정부는 부동산 거래 및 소유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하기 위해 기술업체인 비트퓨리와 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그루지아의 법무부 장관인 츨루키아니(Tea Tsulukiani)는 금년 여름부터 부동산 정보를 혁신적이고도 안전한 시스템에서 관리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보다 작은 규모로 이미 부동산 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곳도 있다.
가나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비트랜드’라는 플랫폼에서 농경지 소유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가나에서의 운영경험을 토대로 케냐와 우루과이 등으로 서비스를 넓히려고 계획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이보다 훨씬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두바이의 왕세자인 함단 빈 모하메드(Hamdan bin Mohammed, the hereditary Prince to the crown of Dubai)는 2020년까지 두바이 정부의 모든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는 ‘두바이 블록체인 전략(Dubai Blockchain Strategy)’을 발표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를 통해 “두바이 블록체인 전략은 매년 문서처리에 소요되는 2천5백만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경제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쟁으로 인해 정부가 관리하던 출생기록이 소실된 것을 악용해 신분을 세탁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서도 과거 많이 볼 수 있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면, 난리통을 이용해 전국의 모든 국가행정전산망에 연결된 컴퓨터들을 일일이 찾아서조작하지 않는 이상, 이런 식의 일은 꾸밀 수 없다.
작년에 월드뱅크에서 블록체인 워킹그룹을 구성한 경제학자 로사나 챈이 블록체인을 ‘마법의 장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이 없어지는 순간이 블록체인 혁명의 완성
한 남성이 다양한 데이터들을 공중에서 검색하는 모습으로 오른쪽 아래 BLOCK CHAIN이 적혀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꼭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모든 컴퓨터와 정보를 교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내 네트워크, 또는 가입된 업체들만 연결된 폐쇄형 전산망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령, 스타벅스나 월마트 같은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선불카드(gift card)를 운용하는 전산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시스템 운용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삼성SDS는 금년 4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와 블록체인 신분증(Digital Identity) 및 지급결제 서비스를 발표했다.
삼성SDS의 넥스레저는 금융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지금은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 단계가 지나고나면 더 이상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용어가 일반인들 사이에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아담 드레이퍼(Adam Draper)는 2016년 3월, 금융전문지 아메리칸 뱅커(American Banker)와의 인터뷰에서 "3년 이내에 사람들은 누구도 블록체인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도 모두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나만해도 '당신에게 TCP/IP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문자 보낼게요'라고 말한다.(블록체인 기술도 이렇게 대중화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업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가 사라지기 전에,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에 앞설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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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소개합니다.
박병호 교수
박병호 교수 인공지능 전문가
카이스트 MBA

박병호 교수는 Indiana University 에서 Mass Communications 박사를 받았고,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 를 했었습니다. 현재는 kaist MBA 교수로 재직중이며 CJ CGV (스크린 X 기술의 효과 검증 연구), 삼성그룹 임원 특강 (뉴로마케팅의 활용) 등 다양한 산업체 자문활동을 하고있습니다. 광고, 게임, 음악,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하는 중의 생체반응 측정을 통한 IT/미디어 사용자의 심리를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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