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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인문학의 만남이 미래를 디자인 한다] #3 IT와 비즈니스의 융합, 그 이상을 추구하는 인문학

[IT와 인문학의 만남이 미래를 디자인 한다] #3 IT와 비즈니스의 융합, 그 이상을 추구하는 인문학

“음악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의 스승이다. 그런 아름다움이 변화도 없고, 영혼도 없고, 인간만이 물려받은 기쁨과 열정이 전혀 없는 이야기를 날마다 되풀이하는 기계에 방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군대 행진곡의 작곡자로 유명한 존 필립 수자(John Philip Suosa)는 직접 공연장에 나가 듣던 음악이 아닌 녹음된 음악을 듣게 되면서 기계음악에 대하여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주장이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아날로그 대신 디지털 방식의 녹음 기술이 첫 선을 보였을 때의 일입니다. 디지털 레코딩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큰 저항에 부딪쳤고, 당시에는 음악을 디지털 형태로 들으면 음악에서 ‘영혼’에 해당되는 부분이 빠져나가서 뭔가 빠진 느낌이라는 사고방식이 형성되었습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LP판이 음악적 깊이가 훨씬 깊다. CD에는 음악의 영혼이 빠져있으며 감정적인 몰입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날 오디오 마니아라면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떨까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이 직접 만들어서 들려주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컴퓨터에게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들려달라고 하면, 지금처럼 그의 음악을 인터넷 탐색을 통해 찾아 들려주는 대신 저작권 문제 때문에 직접 그의 노래를 모방한 곡을 만들어 재생해주면 어떨까요? 그때에도 인간의 예술적인 혼이 존재하지 않아 진정한 음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급속한 ICT 기술 발전 속에서 일자리를 빼앗기고,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들이 늘어나면서 인간성 회복과 미래의 기술과의 융합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전성기가 막 태동하는 시기인 지금 우리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에 있습니다. 기본적인 조건은 우리가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며, 결정에 따른 결과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스템이 점점 자율화하고 인간이 관리할 필요성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일부 시스템들은 자기가 정한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후대를 계획할지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인간을 중심에 둔 공유경제의 진화

공유경제에 관한 이미지

소유와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가장 중요한 경제 원리로 생각하는 현대사회는 공유경제를 혁명으로 간주합니다. 적게 소유하되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고,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새로운 공유경제의 가치는 인터넷과 소셜 앱의 확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증폭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기업은 경제 위기 이후 알뜰하고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소유한 집을 민박처럼 내놓아 호텔 및 모텔의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잉여자원에 대한 공유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해 성공한 에어비앤비(Airbnb)와 전 세계 주택가 및 시내 곳곳에 주차된 공유 차량을 주유비와 보험비가 포함된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당 빌릴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를 도입한 집카(ZipCar)는 세계 최고의 공유 차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집카는 주로 환경을 중시하는 일부 의식 있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편리함에 저렴한 가격까지 겸비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소 영세 사업자를 하나로 묶어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거나 적절한 협력을 통한 상생의 관계를 구축하고 강력한 공통 브랜드로 엮어서 소비자가 공급자가 되고 공급자가 소비자가 되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오늘날의 양극화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원도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공유경제로 성공한 기업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산업의 틀을 깨는 파괴적인 공격을 합니다. 그리고 낭비 요소가 큰 부분을 찾아서 가치사슬에 연계시키고,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용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수천만 원을 들여서 구입한 뒤 보험료와 주차료를 지불하고도, 하루의 대부분을 주차장에 세워두는 자동차, 특별한 날 며칠 입어보려고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고급 드레스, 이들 모두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지구의 소중한 자원임에도 이용되지 않고 사라지는 가치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가치를 공유라는 도구를 이용해 재발견하는 것이 바로 공유경제의 핵심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행복을 정의하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행복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인류의 발전사를 들여다보면 인간은 행복을 위해 모든 기술과 과학을 발전시켜 왔고, 그들의 활약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행복한 삶을 꾸려왔습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난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행복으로 귀결되려면 인류 전체가 더불어 생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미래 산업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세상이 도래한다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에 대한 이미지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약 당신이 예술가처럼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해왔든지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든지 간에 그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모두 버려야 한다.”
– 스티브 잡스

2016년을 맞이한 세계는 새로운 산업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정점에 선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IT기업의 하청업체가 되고, 일본이 자랑하는 제조업은 인도에게 추월당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국가의 서열이 역전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적 기류를 제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제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증기기관 발명에 따른 기계화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하였으며, 섬유공업이 발전하고 석탄을 에너지로 이용함으로써 세계적인 공장의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제2차 산업혁명은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 T를 선보이며 시작되었습니다. 공장에 전력이 공급되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 미국이 산업의 패권을 쥐게 됩니다. 제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후반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로 시작됩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 자동화, 인터넷의 보급과 디지털 문화의 진화는 인류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은 무엇에 의해서 일어날 혁명일까요? 그것은 업종이나 회사의 틀을 뛰어넘어, 공장 간 혹은 공장과 소비자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IoT 즉 사물인터넷입니다. 공장의 생산 장치나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부품, 온도나 습도를 측정하는 센서 등 주변의 모든 것이 인터넷에 접속됩니다. 기계들끼리 대화하고, 사람 없이 라인을 재편성하며, 재고에 따라 생산량을 자동 조절합니다.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조립공장, 물류에서 판매회사까지 다양한 현장이 연결되어 일체화됩니다.

단지 생산의 효율화나 인력 감축 차원이 아니라 그곳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속도나 양은 사람이 할 경우나 비교하면 수백, 수천 배나 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생산라인을 연결하여 방대한 데이터를 즉석에서 주고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에 따라 고객의 요구에 맞춰 부품 도입처와 생산공정을 자유자재로 조합하고 교체할 수 있게 되고,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지금까지는 비용상 성립될 수 없었던 고객 맞춤 생산이 가능하게 됩니다. 즉 소비자 니즈를 실시간으로 공정에 전달하고 그에 따른 라인 재편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비용 절감이 가능한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 대량 맞춤생산) 시대가 열립니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낯설고 새로운 영역입니다. 세계가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개인의 욕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지 감탄하는 와중에, 그런 새로운 체제는 슬금슬금 기어 오는 호랑이처럼 눈치채지 못하게 소리 없이 우리 사회에 엄습할 것입니다. 그런 무대 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는 거대한 인공지능이 사람들 각자의 성향과 특성을 조각조각 쪼개고 또 쪼개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세상을 원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미지

“비관주의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보고, 낙천주의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본다.”
– 윈스턴 처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활도 편리해지지만, 우리의 지각도 변했습니다. 20세기 초반 카메라나 영화의 촬영기법인 클로즈업은 육안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야의 확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 커뮤니케이션 학자 맥루한(M. McLuhan)은 TV나 라디오와 같은 미디어가 단순 수단이 아니라 감각의 확장으로 연결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뒤 과학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임계점’ 그리고 ‘포스트 휴먼’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습니다. 과학기술의 제어력은 더 이상 인간에게 있지 않으며, 인간이 불멸의 기계와 결합해서 진화의 마지막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상징적 단계로 인류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우리는 컴퓨터 화면과 자판을 통하여 인터넷의 가상세계에 입장하고, 모바일 디바이스를 터치해서 앱이나 게임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한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들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창의적인 영역, 고급스러운 영역에서 인간이 할 일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증기기관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증기기관이 생기면 사람이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기는커녕 이후로 더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당 부분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하는 일이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증기기관이나 컴퓨터나 로봇은 모두 도구일 뿐입니다. 즉, 인간의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더 높은 차원의 일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행동은 다소 줄이고 생각은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디지털과 인터넷, 인공지능, 가상현실은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만 사로잡혀서 우리의 사회와 개개인이 과거에 가지고 있었던 장점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빠르고 편리한 최첨단 기술을 향유하되, 느리고도 진중한 아날로그적인 삶과 감성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이상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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