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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느낀 알.쓸.신.상!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기한 상품 단상)

테마파크

경기도 이천에 D 휴게소가 있습니다. 새롭고 깨끗한 경험 때문에 약간 돌아가더라도 일부러 그곳을 방문하곤 합니다. 여러분은 고속도로 휴게소 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도 호두과자, 호떡, 붕어빵, 떡볶이 등 맛난 먹거리가 생각날 겁니다. 그리고 약간은 지저분한 화장실…

한편, 고속도로 휴게소 먹거리 가게를 보면 대부분 부스가 오픈되어 있어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죠. 그러한 향이 우리로 하여금 여행과 맛의 추억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M. Proust가 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 보면,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을 맡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오감 중 후각이 기억을 담당하는 뇌 특정 영역과 직접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휴게소에 대한 먹거리 연상은 어찌 보면 후각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프루스트 효과란?프랑스 문호 Marcel Proust가 쓴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하였으며 실제 특정 향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Rachel Herz의 실험(2001년)에 의해 입증되었습니다.
- 실험 내용: 피실험자에게 사진만 보여준 그룹과 사진과 함께 특정 향을 맡게 한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니 전자 보다 후자가 과거 일을 훨씬 더 잘 기억해 낸다는 사실이 밝혀짐



이제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그곳, D 휴게소가 가진 새로운 경험에 대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휴게소를 방문하는 고객을 위해 쇼핑몰과 예쁜 정원은 기본이고 연인과 가족이 거닐 수 있는 여러 산책 코스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또한 반려동물 전용 Park와 러브 벤치, 아트 쓰레기통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고속도로 정체에 지친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일반 기업도 아니고 고속도로 휴게소가 이 정도까지 노력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지 않은가요? 더욱 놀라운 점은 매 시즌마다 다양한 콘텐츠와 이벤트로 고객 감동을 위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향후에는 여행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쯤 되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먹으러 가는 휴게소와 놀러 가는 휴게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먹으러 가는 휴게소 vs 놀러 가는 휴게소

D 휴게소에서 즐거움을 간직한 채, 전주 한옥 마을로 향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처음 본 풍경은 한옥의 미를 담기 위해 방문객이 분주하게 촬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예전에 들었던 비욘세 콘서트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비욘세는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같이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곤 하는데요, 국내 방송에서 한 창 유행했던 모 프로그램처럼 말이죠. 그날도 열렬한 팬 중 한 명과 노래를 하게 되었는데 그 팬이 비욘세와 함께 노래하는 인증 사진을 찍다가 자꾸 가사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비욘세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사진 찍느라 바쁘군요. 당신이 그토록 함께 노래하고 싶었던 내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말이죠.” 꼭 오고 싶었던 아름다운 여행지!

그러나 막상 도착하면 인증 사진 찍기에 바쁜 나머지 혹시 우리 앞에 마주한 진짜 모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스마트폰으로 찍는 인증 사진보다 가슴에 남기는 인증이 더 중요하듯 때론 상품도 형식에 얽매이다 보면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이전 방문에서 한옥 내부가 보였다면 이번에는 한옥과 어우러진 외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한옥 처마 끝이 멀리 보이는 산자락과 어우러져 지붕에 마치 산자락을 살포시 얹어 놓기라도 한 듯한 자연의 조화에 감동했습니다. 이렇듯 처음 방문하는 여행지라 하여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지 못하면 그곳은 진부하고, 여러 번 방문한 장소라 하여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곳은 새로운 장소가 됩니다.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고객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눈(인식)을 제공하지 못하면 제아무리 새롭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고객은 수많은 상품들 중 기존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그저 그런 상품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전통 한옥 처마 모습

처마 곡선에 숨겨진 의미는?우리나라 처마 곡선은 안으로 살짝 휘어진 3차원 곡선에 양 끝 추녀가 위로 치켜 올라간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히 미학적인 의미 외에도 과학적인 지혜가 숨겨져 있답니다. 처마의 각도는 약 30도를 유지하는데 그 이유는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 변화에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즉 태양이 높이 뜨는 여름에는 처마가 햇빛을 가릴 수 있고 겨울에는 낮게 뜨는 태양빛이 오래 들어올 수 있도록 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Marcel Prou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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