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예측해보는 2023년 IT 기술 트렌드

2022년은 2021년에도 그래왔듯이 IT 업계에 파란만장한 한 획을 그은 해였습니다. 블록체인과 가상 코인에서 불어왔던 바람이 FTX 파산과 함께 기대를 잃었고, 메타버스(Metaverse) 신세계가 열릴 것이란 희망은 2023년으로 기한을 연장해야 했습니다. 매년 연초마다 업계에서 제시하는 기술 트렌드와 미래 전략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연말마다 내놓는 결산 무대는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올해 가장 큰 성장을 기대했던 메타버스에 대해 가트너 설문조사에서 63%의 CEO들이 도입 계획이 없거나, 비즈니스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산업 발전방향의 큰 줄기를 읽을 수 있다는데 기술 트렌드 예측은 큰 의미가 있죠.

지금부터 2023년 어떤 기술이 우리를 주목하게 할 것인지 굵직한 리서치와 기관들의 예측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트너 예측은 상세히 살펴보고, 나머지 다른 트렌드 분석은 큰 줄기만 다뤄볼 예정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고서 100장 분량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미래에 대한 산업 지속 가능성에 중심을 둔 Gartner

가트너는 지속 가능 기술(Sustainable Technology) 10 가지를 소개하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1) 최적화(Optimize), 2) 확장(Scale), 3) 개척(Pioneer)의 세 가지 분류로 기술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세 가지 주제를 10개의 ‘지속 가능 기술’이라는 큰 줄기로 묶었습니다.

큰 분류에 따라 첫 번째 최적화(Optimize) 측면을 먼저 살펴볼게요. 디지털 면역 시스템(Digital Immune system)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IT 시스템 운영을 최적화, 자동화하고 시스템 장애와 같은 극한 상황을 자동 해결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디지털 면역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IT 운영 과정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략을 바꾸고, 보안성을 강화해 중요 시스템의 품질과 안정성, 시스템 복원력을 높여야 하는데요. 이번 카카오 화재 사건을 보면 아시겠지만, 시스템 장애 시간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하는 기업이 주목받게 될 거예요. 관찰 가능성 응용(Applied Observability)은 로그, API 호출, 체류시간, 다운로드, 파일 전송과 같은 데이터 컨텍스트 분석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도와줄 수 있어요. 기업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가트너에서는 AI 리스크 관리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하며, AI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AI 신뢰성과 리스크, 보안 관리(AI TRiSM: AI Trust, Risk, Security Management)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보안 위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AI 기반으로 보장해야 할 거라는 전망이 포함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죠.

두 번째 확장(Scale)에서는 산업 클라우드 플랫폼(Industry Cloud Platform)은 기존 클라우드(SaaS, PaaS, IaaS 등)의 혼란을 끝내고 실제 산업별로 맞춤형 기능을 제공할 거라고 봤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 클라우드는 서버를 가상화하는 개념에 집중했지만, 이젠 모듈식 기능을 원하는 대로 클라우드에 가져다 쓸 수 있게 되겠죠. 플랫폼 엔지니어링(Platform Engineering)은 개발자와 최종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제공하죠. 2022년의 RPA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사용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무선 가치 실현(Wireless Value Realization)은 기존 IoT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한 큰 기대는 조금 미뤄두고, 사무실 내 와이파이, 모바일 디바이스 서비스 등 다양한 무선 장치들의 네트워크 에너지를 묶어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확장하는 무기로 무선 솔루션을 대하기 시작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세 번째 개척자(Pioneer) 분류에서는 슈퍼 앱(Superapps)에서는 앱과 플랫폼이 결합해서 모든 회사들이 자체 미니 앱을 개발하고, 생태계를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 봤습니다. 아주 어렵고 복잡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DX(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디지털 역량을 갖추는데 성공한 기업이라면 적용 가능한 예측입니다. 여러 가지 기존 시스템을 사용자와 개발자, 다른 회사들까지 참여해 필요한 앱을 만들고, 플랫폼에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도구를 말하는데요. PaaS 기반의 앱 개발 도구와 개발 경험이 적은 일반 사용자도 앱을 만들 수 있는 로우 코드를 포함하는 개념이죠. 슈퍼 앱의 핵심은 기업의 웹과 앱, 모바일, 비즈니스 생태계 구성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통합하고 대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 금융사들이 주식과 채권, 저축 계좌 등의 서비스를 융복합으로 통합하는 마이 데이터 사업들의 흐름을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적응형 AI(Adaptive AI)는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개발 환경에도 재빠르게 변화된 환경을 적용한다고 해요. 기존 AI는 범용적이거나 실험적인 목적이었지만,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빠른 의사결정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기술 트렌드의 단골손님인 메타버스(Metavers)입니다. VR과 AR을 뛰어넘어서 인간의 모든 신체활동이 가상 세계에서도 가능할 거란 예측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메타(Meta)의 주가 하락과 제가 작년에 투자했던 관련 상품들이 많은 손실을 본 것을 보면 회색빛 전망이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2022년 CEO 대상 설문에서 무려 61%가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싶지도 않고, 우리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답변할 정도로 냉담하기도 합니다.(출처가 궁금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시대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 개척자 주제를 길게 풀어쓴 이유는 앞의 2개 주제는 추상적이거나 모호하고, 매년 해왔던 예측을 조금씩 표현만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세 번째 주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트너는 마지막 열 번째 전망으로 지속 가능한 기술(Sustainable Technology)이라는 큰 제목으로 2023년도 트렌드를 정리했습니다. IT 서비스가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주고, 고객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일상적인 마무리 멘트와 같은 전망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2023년에 많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늘리거나 축소한다는 의견이 50대 50으로 팽팽합니다.

디지털 전략에 방점을 둔 IDC, 경기 침체 속에 주목한 Forrester

IDC는 2023년 IT 산업 전망을 FutureScape 웨비나를 통해 내놨는데요. 무려 72%의 IT 리더들이 내년에 불경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봤고, 북미 시장에서는 40%가 이미 불경기가 시작되었다는 의견을 내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경기 침체 이후에 차별화를 위한 핵심 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IDC는 2026년까지 G2000 기업 매출의 40% 이상을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경험이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죠.

특히,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고, 디지털 역량을 갖추기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 통합부터 클라우드 네이티브로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와의 강한 협력을 통해서 기업들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과 데이터를 측정 가능하고, 유연하게 관리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도출했는데요. 기술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영진에게 던지는 시장 예측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테니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포레스터는 2023년이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로부터 회복탄력성을 가질 것인가에 주목한 것 같아요. 2022년도에 메타버스와 NFT 열기가 식어버렸고,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IT 투자도 불확실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오히려 기업 비즈니스 자동화와 로보틱스 전환은 가속화될 수 있고, 물류와 의료 서비스 분야 등 다양한 곳에서 로보틱스가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AI 거버넌스가 증가할 거란 예측도 불경기 속에서의 지속 투자 가능성을 엿볼 수 있죠. 로우 코드를 넘어서는 TuringBot AI가 자연어로 표현된 개발자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깔끔한 코드를 작성해낼 수 있을 텐데요. AI 기반 디지털 콘텐츠 생산 도구가 주목받을 거라는 전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MidJourney와 DALL E2와 같은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보면 AI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기네요.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에 따른 투자는 계속되겠지만,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이점을 실제 재무지표로 보여줘야 하는 시점도 도래할 텐데요. 특히, 국내 클라우드 MSP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경향은 클라우드에 대한 비용 절감과 합리화를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가트너와 IDC, 포레스터의 2023년 이후의 기술 전망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가트너는 늘 10대 기술과 같은 키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IDC와 포레스터는 시장 전망과 흐름을 통해 트렌드를 내놓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너무 거창하고, 동떨어진 얘기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팬데믹 이후에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IT 서비스 시장 판도가 바뀌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의 공급망을 흔들면서 기업 투자 방향이 바뀌는 이런 큰 흐름들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돌이켜 보세요. 가끔은 이런 굵직한 IT 전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라면 ‘2022년 성공을 예상했지만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IT 서비스는 무엇인지?’ 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는데 대박을 터뜨린 ‘이게 된다고?’’라는 기술들을 분석해 보는 것이 2023년을 바라보는데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