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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회사가 일하는 방식(3) 해킹의 시작은 MIT 장난꾸러기들로부터

우리가 영화나 범죄 사건에서 해커(Hack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해킹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잘못 자리 잡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해킹은 원래 1960년대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시작된 오랜 전통을 가진 문화거든요. MIT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그들만의 독창적이고, 영리하면서도 무해한 장난과 속임수를 벌이는 것이 일종의 전통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모한 위험이나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고, 학교 재산의 부적절한 사용, 재산피해나 파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해킹 에티켓’을 교내 규정으로 가지고 있죠. 그러니까, 해킹이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디지털 범죄를 조장하는 해커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예요.

Baker House Piano Drop 동영상 보기
경찰차와 소방차를 교내 건물 옥상 위에 올려놓는 일 정도는 애교에 가까운 MIT의 해킹 문화입니다.

MIT의 해킹 에티켓을 보면, ‘교묘하게 – 당신이 거기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지 마세요’라거나 ‘지상 요원이 없는 상태에서 물건(건물)을 떨어뜨리지 마세요’라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례 행사처럼 MIT의 Great Dome 강당에는 황당한 물건들이 올라가 있는데, 도대체 이런 기발한 생각을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지만 절대 들켜서도 안되고, 떨어지면 사고의 위험도 있으니 이런 에티켓이 생긴 거겠죠? 또 MIT에는 피아노 떨어뜨리기(Piano Drop) 전통이 있습니다. 1972년에 한 학생이 ‘피아노를 기숙사 건물 밖으로 던지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장난스럽게 제안했는데, 학교에서 그것을 받아들여 그 뒤부터는 매년 피아노를 기숙사 창밖으로 던져서 부수는 행사를 하곤 합니다. 천재와 괴짜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용인해 주고 학생들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어떤 것도 제한 두지 않는 MIT 문화가 바로 진정한 ‘해커 문화’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죠.

해킹 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킨 해커톤, IT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다!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인데요. 제한 시간 내에 프로그래머와 기획자를 비롯한 팀원들이 모여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이벤트를 부르는 말입니다. 하룻밤을 새워서 하거나, 특정 기간을 정해서 열기도 하는데, 주제나 결과물에 대한 제약은 따로 두지 않아요.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해 여러 외국 IT 기업의 해커톤 성공 사례가 관심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해커톤을 적극 장려해 왔는데요. 실제 페이스북의 상징과도 같은 ‘좋아요’ 버튼은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하죠. 회사의 새로운 사업전략이나 정책 등이 해커톤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인원 제한이나 비대면 형태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답니다.

네이버에서는 AI 프로젝트 챌린지 ‘클로바 AI RUSH 2021’을 개최했는데요. 사내 직원뿐만 아니라 대학생 및 일반인도 참가 가능한 해커톤이었습니다. 클로바(Clova) 서비스를 비롯해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AI 모델링 챌린지를 벌였는데요. 네이버는 이 경험을 활용해 AI 해커톤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올해 출시했습니다. 해커톤을 기획부터 운영, 대회 총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머신 러닝부터 해커톤에 필요한 모든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네요.

카카오는 ‘업무에서 벗어나 세상에 편리함 더할 다양한 아이디어로 개발 즐기는 축제의 장’을 취지로 24시간 개발을 즐기는 사내 해커톤 ‘24K reboot’를 2019년에 진행했었죠. 1박 2일 동안 판교 오피스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실제 동작하는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심사위원에게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행사 시작 전에 스티커와 후드 티셔츠 선물, 다과부터 먹거리와 게임기 제공뿐만 아니라 1등 팀에게 1인 1 맥북프로를 상품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많은 IT 회사들이 사내 해커톤에 어마어마한 상품들을 제공해요)

이렇게 IT 회사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해커톤에 이렇게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 다양한 직종의 많은 사람들이 특정 주제를 다루면서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간 내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순도 높은 아이디어를 모집할 수 있죠. 두 번째는 회사 내부의 네트워킹 강화 효과인데요. 서로 다른 직군으로 자유롭게 구성된 팀원끼리 커뮤니케이션하게 되는 것이죠. 서로 다른 부서원끼리 팀을 구성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말 그대로 재미와 열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해커톤은 정형적이고 딱딱한 업무에서 벗어나서, 말랑말랑한 두뇌로 다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는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해 주는 일종의 휴가’ 같은 행사라고 볼 수 있어요. 더구나 직원들의 로열티 상승뿐만 아니라 대내외적인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해커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거나 거의 없어졌지만, 거꾸로 코로나 때문에 생겨난 해커톤도 있습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2020년 IBM, SAP과 협력하여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을 위한 CodeTheCurve라는 해커톤 챌린지를 진행했어요. 가상현실과 3D를 결함해서 코로나 때문에 방문할 수 없는 문화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거나, 이미지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하는 시스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답니다.

CodeTheCurve Hackathon - Teaser 동영상 보기
(CodeTheCurve – Hackathon : https://en.unesco.org/events/codethecurve-hackathon)

해커톤으로 시작해서, 사내 창업까지 도전하는 IT 기업들

해커톤이 단순 아이디어 경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삼성전자는 ‘C 랩 인사이드’라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요. 사내 해커톤 등을 통해 과제로 선정되면 1년동안 C-Lab에서 연구활동 지원을 받고, 우수한 과제는 스핀오프로 창업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300개가 넘는 과제가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코로나감염 진단키트 솔루션이나 인공지능 댄스 게임을 비롯해 폐활동량을 측정해 주는 건강 솔루션까지 제한없는 여러 아이템들이 분사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또한 스핀오프 이후에도 5년 내에는 재입사 기회도 주어지니 더욱 열심히 활동할 수 있죠.

삼성SDS XEED-LAB(씨드랩)은 2011년부터 진행된 사내 벤처 발굴 프로그램에서 시작되어 현재 빅데이터와 AI, 영상 분석, 게임 봇까지 여러 과제를 사업화 시켰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자료들로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서 정리해 주는 ‘서치스(searcheese)’는 주제어와 사람, 검색어, 관심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석 결과를 도출해 줍니다. 아이들을 위한 육아 채팅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티어스(Catius)’는 IoT 기반 ‘말하는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아를 위한 채팅 엔진을 구현해서 ‘카티’라는 인형을 통해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500여 개의 개인 맞춤형 대화를 제공한다고 해요.

LG CNS는 주식 종목 추천 AI 서비스인 사내벤처 ‘폴리오컴퍼니’를 분사했고, 포스코ICT 또한 클라우드/AI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클라우드허브㈜’를 분사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커톤과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은 사내 혁신 분위기를 1회 성이 아닌 지속적인 혁신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아직까지 스핀오프 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는 없지만, 이런 문화는 자칫하면 딱딱하게 고착화되는 개발자들에게 도전의식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IT기업의 해킹 문화인 해커톤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범죄를 저지르거나 파괴를 일삼는 것은 해킹이 아닌 크래킹(Cracking)이라고 불러야 해요. 해킹이라는 문화는 남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방법들로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뭔가를 말하는 아주 좋은 거랍니다. IT 기업들은 아마 해커톤뿐만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그 무엇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내겠죠? 여러분들도 남들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 IT 회사가 일하는 방식(1) 이렇게 된 이상 ‘클라우드’로 간다
+ IT 회사가 일하는 방식(2) Agile, 스탠드 업 미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삼성SDS 소셜크리에이터 조남호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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