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한계, 무어의 법칙이 깨지나?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반도체 칩 기술 발전 속도에 관한 것인데요. 반도체에 집적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숫자가 적어도 매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을 말합니다.

인텔 설립자 중 한 사람인 고든 무어(Gordon Moore) 박사는 반도체 칩이 상용화된 지 4년 후인 1965년, 반도체 칩 용량이 매년 2 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그것이 지금까지는 매우 정확한 예측이어서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변화의 속도는 다소 느려져서,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고 그 이후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고든 무어 승인 하에 법칙의 정의를 수정했어요)

하지만, 무어의 법칙을 계속 유지하려면 새로운 설계와 신소재 개발까지 여러 난관을 돌파해야 했습니다. 몇 나노 공정을 사용했는지, 발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층 단위로 회로를 얹어서 복합 구조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공정 기술을 개발해서 한계를 극복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어의 법칙을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공정기술을 만들어 내는 인텔의 노력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공할지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인텔에서는 앞으로 10년 이상 무어의 법칙을 유지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이 법칙은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 무어의 법칙은 계속된다. 2030년까지 늘어날 트랜지스터 수(출처 : intel)

기존 기술만으로는 반드시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인텔에서도 현재 반도체 기술만으로는 안되고 혁신적인 물리학과 재료기술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현존하는 컴퓨팅 기술이 아닌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술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8년 1월 인텔은 49큐비트 칩을 만들어냈고,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온 50년 동안의 역량을 활용해서 누구보다 높은 효율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죠.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큐비트(Qubit)란?

전 세계 모든 IT 회사들은 양자컴퓨팅을 기업 미래를 걸어야 할 핵심 전략으로 꼽고 있습니다. 특히 G20 선진 국가들은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국가 차원의 투자 정책을 내놓고 있어요. 미국은 2000년 초반부터 양자컴퓨팅 투자를 시작했고, 구글과 IBM, MS를 비롯한 모든 회사가 사활을 걸었죠. 중국은 2018년부터 17조 원을 투입하고, 국가 중점사업으로 지정했으며,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 또한 양자컴퓨터 개발에 발 벗고 나선 상황입니다.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이렇게 양자컴퓨팅에 적극적인 이유는 ‘어마어마한 연산처리 능력을 가진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 미래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양자컴퓨팅이 뭐길래 이 분야에 모두들 뛰어드는 걸까요?

기존의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컴퓨터는 1(전기가 흐름)과 0(전기가 흐르지 않음)의 2가지 상태를 나타내는 2진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죠. 물리학에서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1과 0의 2가지 상태뿐만 아니라, 1과 0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중첩’이라는 개념이 나타났습니다. 1과 0 밖에 나타낼 수 없는 단위 소자를 ‘비트(Bit)’라고 부르고, 1과 0, 중첩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단위 소자를 ‘큐비트(Qubit)’라고 부르는 양자컴퓨팅 개념이 만들어진 거죠. 이건 중첩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한 건데요, 실제 중첩은 물질의 상태가 모두 확률적으로 중첩된 상태를 말해요.(영화 ‘인터스텔라’나 ‘테넷’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유튜브에서 한참을 공부해야 감이 오실지도 몰라요)

큐비트(Qubit)는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을 활용한 데이터 소자 개념이다

만약 1과 0을 나타낼 수 있는 3비트(Bit)가 있다고 하면, 2진수로 ‘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 이렇게 8개 정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좀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3 비트는 한 번에 0~7까지 상태 중에 딱 하나만을 표현하지 못해요. 그런데, 큐비트는 0 아니면 1, 0이면서도 1인 중첩까지 표현할 수 있죠. 쉽게 설명해 볼게요. 3비트 정보를 처리하려면 ‘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을 반복 계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한 번에 한 개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해서 총 8회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데 3큐비트는 한 번에 8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큐비트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2^n 만큼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서, 만약 20개 큐비트가 있다면 한 번에 1,048,576개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몇 개를 처리하느냐 보다, 이 정보를 동시에 처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즉, 쉽게 말하면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 해결에 특화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현대의 암호화 체계는 SHA, RSA 암호화 등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암호화 기술은 ‘소수끼리 곱하는 것은 쉽지만, 이것을 거꾸로 소인수 분해하는 것은 오래 걸린다’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슈퍼컴퓨터로도 RSA 2048이라는 암호화 기술은 뚫어내는 내 수천 년이 걸리죠. 그렇지만,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수시간 만에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양자컴퓨팅의 최근 개발 현황을 보면 이와 같은 공개키 암호화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양자컴퓨터는 10년 내에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SHA 암호화: 미국 NSA가 제작하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표준으로 제작한 해시 암호 알고리즘
*RSA 암호화 : 전 세계 대부분의 인터넷뱅킹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개키 암호화 알고리즘으로 1977년 이 체제를 개발한 Ron Rivest, Adi Shamir, Leonard Adleman 세 사람의 성을 따서 RSA라고 이름을 붙임

양자컴퓨터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구글은 2019년에 시커모어(Sycamore)라는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는데요. 이 컴퓨터는 53 큐비트를 가지고 있고, 슈퍼컴퓨터가 1만 년에 걸쳐 계산해야 하는 문제를 단 200초 안에 수행했죠. 이것을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연산속도의 전환점이라고 해서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라고 하는데, 이것을 처음으로 입증해냈죠. 54개 큐비트를 원래 설계해서 넣었지만, 1개의 큐비트는 오류 상태의 노이즈가 심해서 53개만 동작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겁니다.

시커모어 칩은 -269도 극저온에서 동작하며,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출처: Google)

양자컴퓨터 성능은 보통 몇 개의 큐비트가 동작하는지를 두고 기술 우위를 가립니다. 큐비트 숫자가 몇 개인지에 따라 동시 처리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죠.

53개만으로도 슈퍼컴퓨터를 앞질렀는데, 100개, 1,000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가 나온다면 어떨지를 상상해 보세요. 물론, IBM은 500개 기업과 170여 개 스타트업과 연구소와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1,000 큐비트 이상 성능을 내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요. 그렇지만, 이게 금세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큐비트를 만드는 물질을 이온으로도, 실리콘으로도, 전자로도 만들어보고 여러 재료로 만들어봐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구글의 시커모어도 54개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실패한 걸 보세요. 1ms(1/1,000초)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보니, 양자컴퓨터를 상용화 수준까지 내놓는 데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더 어려운 장벽도 기다리고 있는데요, 바로 양자컴퓨팅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방법입니다. 컴퓨터가 먼저 만들어진다고 해도, 1과 0의 2진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언어와 알고리즘으로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죠. 거기에 네트워크 환경도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양자컴퓨팅 결과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어야 하는데 현존하는 광통신으로도 양자 컴퓨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존과 MS에서는 클라우드에서 양자컴퓨팅 환경을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양자컴퓨팅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양자컴퓨팅에 대한 오해

1)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빠르다?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CPU 기반 컴퓨터보다 빠르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내비게이션에서 수천 개 경로 중에서 어느 것이 빠른지 동시 연산을 해야 하는 문제처럼 일부 문제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양자 알고리즘 중에 쇼어 알고리즘(소인수 분해) 정도만 암호 해석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알고리즘 개발 연구는 기초 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2)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를 대체할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드렸지만, 현재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상태에서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용화는 먼 길이고, 64비트 가정용 컴퓨터처럼 손쉽게 구매하기엔 가격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컴퓨터처럼 꼭 필요한 국가 단위 투자로 만들어져 활용될 가능성이 높죠.

3)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어떤 암호든 다 뚫어버릴걸?
앞에서 소인수 분해에 특화된 쇼어 양자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암호 체계를 빠르게 뚫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그만한 숫자의 큐비트를 확보한 양자컴퓨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자컴퓨터로 분석이 어려운 양자역학을 활용한 안전한 암호체계 연구도 진행되고 있답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은 양자컴퓨팅의 시대에도 계속될 겁니다.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조남호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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