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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전쟁이 불러온 스마트홈 솔루션의 중요성

이번 겨울은 예전 여느 겨울보다 매서웠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냉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쩍 올라버린 난방비와 전기 요금으로 관리비 고지서 폭탄을 인증하는 글이 SNS에 넘쳐났거든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원 고갈 등의 여파로 가계 지출에서 난방비와 전기 요금 비중이 계속 커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럴 때 주목받는 IT 서비스가 하나 있죠. 바로 스마트홈 솔루션(Smart Home Solution)이 그 주인공입니다. 쓸데없이 켜져 있는 콘센트와 사용하지도 않는 방에 보일러가 열심히 돌고 있다거나 하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줍니다. 거기에 더해 집안 모든 기기를 연결해서 효율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초기 콘셉트와 달리 스마트홈은 활용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표준화(Standardization)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냉장고는 삼성 제품인데, 세탁기는 LG 제품이고, 로봇청소기는 샤오미 기기인 경우에 삼성 SmartThings와 LG ThinQ, 샤오미 Home 앱을 각각 사용해야 하고 서로 호환도 어렵죠. 여기에 만약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사용하면 통합 연동이 될 것 같지만, 실제 기기를 연결하려고 하면 수천 개의 전자 제품 중 해당 제품 연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결이 된다고 해도 활용 가능한 *루틴(Routine)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루틴(Routine) : 특정 상황과 시간에 자동화된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설정, 예를 들면 아침 7시에 TV에서 뉴스를 켜고, 거실 온도를 24도로 유지하고, 커튼을 열도록 세팅하는 것

표준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표준, Matter(매터)의 등장

2030년까지 일반적인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홈 기기는 200억대가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 TV부터 모든 기기가 광대역 무선으로 연결되고 있고, 이런 제품들은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주도하고 있는 Matter 연결 표준을 지원할 예정이죠. 기존 제품들은 각각의 프로토콜과 API를 이용해서 연결하다 보니 활용도가 많이 떨어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Matter의 등장으로 이더넷과 와이파이 연결, 저전력 통신을 위한 IEEE 802.15.4 무선 프로토콜을 이용한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해집니다.

보통 이런 시장 지배적인 표준이 확정되게 되면, 중구난방으로 등장했던 여러 스마트홈 기기들이 통합되면서 혁신적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Matter는 어떤 기술을 포함하고 있을까요?

가정에 새로운 스마트홈 기기를 구매했을 경우, Matter 표준을 준수하고 있는 인증 마크가 부착되어 있다면 제품에 부착되어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찰칵’ 인증하기만 하면 바로 홈 네트워크에 등록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Matter에서 NFC와 블루투스 등을 이용해 해당 홈 네트워크의 ID와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이용하기 때문이죠.

Matter: Making the smart home a more connected, comfortable, and helpful place.
Matter 로고가 제품에 표시되어 있다면, 바로 손쉽게 연결이 가능해요.(출처 : CSA) 동영상 보기

스마트홈 기기를 이용할 때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죠. 바로 보안입니다. 최근 스마트홈 대시보드가 해킹 당하면서 캡처된 집안 화면이 불법으로 유통될 뻔한 사건이 있었죠. Matter에서는 난방과 환기, 도어록, 화재경보기, 기타 여러 저전력을 소비하는 초소형 스마트홈 기기를 안전하게 통합하는 *스레드(Thread)를 제공합니다. 보통 스레드란 용어는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CPU가 할당받아서 연산하는 단위를 말하는데, Matter에서는 이 스레드가 조금은 다른 개념으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스레드(Thread) : 스마트홈을 위한 새로운 통신 프로토콜

스레드는 메시(Mesh) 네트워크 기술로 거미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얽혀 있는 네트워크 장치들을 연결합니다. IP 공유기에서 네트워크 연결 범위를 확장할 때는 Extender라고 부르는 장치를 이용해야 범위가 넓어지는데요. 스레드를 이용하면 이런 확장 장치 없이도 보안이 확보된 상태에서 네트워크로 어떤 기기든 손쉽게 연결이 가능해집니다. 스레드가 IPv6 기반 *종단간(End-to-End) 암호화를 지원하기 때문에 저전력 마이크로 장치에서 ‘비활성’ 상태 수준으로 있다 하더라도 손쉽게 장치를 제어할 수 있죠. 도어록을 예로 들어볼게요. 도어록은 보통 요청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네트워크 장치인데요. 도어록이 스레드 기술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거나 필요한 경우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스레드를 활용하면 홈 네트워크 상의 기기가 비활성 상태에서 바로 동작하고, 네트워크 일부로 손쉽게 연결됩니다.
*종단간(End-to-End) 암호화 : 발신원부터 수신원까지 정보의 암호화를 유지한 채로 전송하는 방식. 즉, 연결된 두 기기를 제외하고 중간에서는 암호화된 내용을 해킹하거나 가로채서 들여다볼 수 없는 암호화 방식을 의미함

Matter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와 제품들

이미 240개 이상 IT 서비스사와 제조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Matter는 지난 2019년 12월에 CHIP(Connected Home Over IP)라는 프로젝트로 등장했습니다. 2022년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이 글로벌 표준으로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 참여하면서 CHIP에서 Matter로 명칭도 바뀌고 대폭 활성화되기 시작했죠.

이미 국내에서도 삼성과 LG는 자사 스마트홈 기기들이 Matter 표준을 따르도록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가구 제조사인 이케아(IKEA)까지 Matter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Matter라는 새로운 IoT 표준에서는 모든 기기가 쉽게 연결됩니다 (출처 : 삼성, SmartThings)

이렇게 참여업체가 늘어나면서 Matter의 장점은 스마트폰에 수많은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 애플 시리(Siri) 등 어떤 서비스든 Matter의 컨트롤 장치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하면, 여러 스마트홈 기기를 삼성 SmartThings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RMSEP 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만약 앞에 설명한 스레드 상 네트워크에 있는 장치라면 어떤 것이라도 제어장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출시된 Matter v1.0에서는 스마트 조명과 플러그, 스위치, 스마트 TV와 온도 조절기 등 일부만 지원되고 있지만, 이런 기기 목록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의 스마트 TV와 Web OS, Eve 시스템의 전동 블라인드와 환기 장치 및 스마트 플러그, 구글 Nest와 이케아의 'DIRIGERA(디리게라) Hub’를 비롯해서 현재 이미 사용 가능하거나 개발 예정 발표를 앞둔 장치들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Hisense까지 Matter 표준에 호환되도록 참여할 것을 밝히면서 스마트 기기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될 예정입니다.

IKEA에서 내놓은 Matter 표준 장치인 Dirigera Hub, 역시 북유럽 감성 디자인 (출처 : IKEA)

Matter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표준만 준수하면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죠. 기존에 Zigbee(지그비)와 같은 IoT 표준들은 연결 방식도 까다롭고, IP 기반 네트워크 연결이 아니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동작하는 Matter는 개발과 연결이 쉬워서, 오히려 어떤 스마트홈 장치가 고객에게 가장 먼저 노출되는 대시보드나 Admin 역할을 맡게 될지 싸우는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홈 솔루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SmartThings 서비스는 Zigbee 통신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Groovy를 통해 개발되었는데요. 2022년 9월 30일부터 서비스 개편을 시작해 현재 Matter를 이용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Matter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솔루션이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죠.

IT 서비스 시장은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승자독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를 비롯해서 여러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 카카오톡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스마트홈 시장은 제조사와 서비스 제공사들의 격전장이지만 결국은 사용자가 로그인 도구로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홈 서비스 첫 화면을 누가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 스위치는 단지 스위치를 껐다 켜는 용도 밖엔 없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느 시각에 스위치를 끄고 켜야 하는지를 사용자가 정의한 시나리오에 맞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UX를 가진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 가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AI가 우리 삶 속에서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스마트홈 솔루션의 가치는 더욱 커지겠죠? 가까운 미래에는 사무실과 집의 구분도 없어질 테고, 스마트홈이 일하는 공간의 자동화까지 책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마트홈 허브로 뭘 구입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하네요!

삼성SDS 소셜크리에이터 조남호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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