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를 해보신 분이라면, 세계 역사는 원시시대로부터 시작해, 고대, 중세, 근현대로 발전해 왔다고 배웠을 겁니다. 그렇다면, 고대와 중세, 현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뭔지 기억하시나요? 기억하신다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딱 이거라고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몇 가지 주요 의견으로 정리되어서 학자들 사이에서 대략적인 합의를 이룬 정도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고대는 문자 발명과 문명 탄생으로부터 시작하고, 중세는 종교, 특히 기독교처럼 제정일치 시대를 벗어난 시대를 말한다고들 하죠. 이런 흐름에 전반적으로 합의는 하고 있지만, 전 세계 모든 학자가 이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지 30만 년 만에 대충 어떻게 시대를 나눠 구분할지 합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도 구분이 어려운데, 수억 개를 뛰어넘는 사이트와 셀 수조차 없는 정보가 가득한 인터넷 시대를 구분하고 나누어 설명한다는 걸 저는 믿을 수가 없네요. 그런데, 최근 ‘웹 3.0’이라는 3세대 인터넷 시대 개막이 멀지 않았다며, 전 세계가 뜨겁게 주목하고 있다는 건데요. 반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웹3.0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알 수조차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실체가 존재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죠. ‘웹3.0 시대의 실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요? 아니면 마케팅 용어일 뿐일까요?
인터넷이 시작되자마자 HTML로 된 웹페이지가 ‘펑’하고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은 그저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던 네트워크 기술일 뿐이었죠. 그 기술 위에 HTML로 웹을 보여주는 ‘넷스케이프(Netscape) Communicator’와 같은 브라우저가 등장하고, 야후(Yahoo)와 같은 업체들이 접속 주소를 등록 받아 관리해 주었던 시대를 우린 ‘웹 1.0’ 시대라고 부릅니다. ‘웹 1.0’ 시작은 누구든 정보를 올릴 수 있고, 그 지식을 읽음(Read)으로서 습득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 시작을 말하는 것과 같죠. 즉, 우리는 이 시대를 ‘읽기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웹 2.0’은 참여, 개발, 공유의 가치를 적용시켜, 인터넷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바로 그다음 시대죠.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안드로이드까지 누구든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읽고-쓰고-출판하는’ 시대로 부릅니다.
그런데, 웹 1.0과 웹 2.0은 특정한 서비스 플랫폼에 엄청난 돈을 벌어다 주었습니다. 웹 1.0 시대에는 야후를 통하지 않으면, 필요한 웹페이지 주소를 알 방법이 없었죠. 그러니 야후 페이지 메인 광고는 엄청 비싼 가격에 팔렸습니다. 이젠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가 30억 명이 넘죠. 누군가가 남긴 글과 그림과, 영상은 웹을 통해 공유되는데, 이는 데이터 형태로 업체 서버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로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은 업체가 가져가고 제작자에게는 수익 일부를 나눠줄 뿐이었습니다. 즉, 공유는 손쉽지만 불필요한 정보는 넘쳐나고, 그 이익은 전부 내 것이 아닌 시대가 온 겁니다. 자유와 평등을 가져오는 인터넷이라고 하더니, 오히려 정보(Info.)와 부(Wealth)의 불평등을 가져온 것이 웹2.0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웹 2.0 시대는 ‘폐쇄된 플랫폼 시대, 웹 2.0’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지만, 웹 3.0은 특정 플랫폼에 귀속되어 정보가 저장되지도 않으며, 정보 소유권도 해당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에게 귀속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일명 오픈 스탠더드, 민주화된 인터넷 시대가 온다고 하죠. 블록체인 기술로 분산처리되는 데이터 암호화, NFT 등을 이용해서 모든 정보는 원주인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불 받게 될 것이며, 중앙 서버가 아니라 분산된 환경에서 모든 게 처리되기 때문에, 해킹으로부터, 데이터가 사라질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시대라고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IT 업계에서 대략적이고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서 구분되는 것일 뿐입니다. 아직 웹 3.0에 대한 정의는 딱 이것이라고 내려진 것이 아니거든요. 10년 전만 해도 웹 3.0은 ‘개인화된 검색을 제공하는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완전한 익명화가 가능한 메타버스 시대’를 웹 3.0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죠. 블록체인과 NFT, AI가 주목받으면서 웹 3.0은 이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뿐이에요. 웹 1.0과 2.0 시대는 관련 업체들이 모두 유니콘이 되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 둔 이후에 나온 평가가 결과로 이어진 거였으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아직 ‘웹 3.0’은 실체도 알 수 없고,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웹 3.0 시대 주인공들이 Google이나 Facebook 만큼 성장하고 나서야, ‘그래 웹3.0 시대는 이런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겠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아직,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어느 누구도 이 시대 주인공이 되지 못했습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시대가 되면서 기존 금융기관에 의존하는 중앙 집중형 금융에서 P2P(Peer to peer finance:개인간 금융)로 운영되는 독립적인 금융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금리나 환율, 리먼 브러더스처럼 금융기관의 불안정성 같은 것을 피할 수 있죠. 디지털 자산 소유권을 증명하는 NFT, 전자지갑, 코인 거래소를 비롯한 이런 모든 금융 서비스가 디파이(DeFi: DeFi: Decentralized Finance)에 해당합니다.
웹 2.0 시대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을 위한 네트워크, 스토리지에 투자했고, 그것을 통해 엄청난 수익과 정보를 독점했습니다. 투자에 따른 정당한 보상임에는 틀림없지만, 디파이(DeFi)가 주도하는 금융업계 변화와 혁신처럼 웹 3.0은 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서비스를 바꿀 겁니다.
서비스 분류 | Web 2.0 | Web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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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스토리지&웹호스팅 | 아마존 웹서비스(AWS), 아마존S3 (Simple Storng Service), 드롭박스(Dropbox Business) | 시아(Sia), 파일코인(Filecoin), 아르위브(Arweave) |
데이터 프로세싱&인포메이션마켓 |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구글(Google) | 오션프로토콜(Ocean), 스트리머(Streamer), 이레이저(ERASURE) |
도메인 네임 시스템 | 베리사인(VERISIGN), 고대디(GoDaddy), 아이칸(ICANN) | 핸드쉐이크(Handshake), 이더리움네임서비스(ENS), 언스토퍼블도메인스(UNSTOPPABLE DOMAINS) |
애플리케이션(음악/콘텐츠/재능) | 스포티파이(Spotify), 미디엄(Medium), 업워크(Upwork) | 오디우스(AUDIUS), 미러(Mirror),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오디우스(Audius)는 아티스트가 별도 중개 플랫폼에 대한 로열티 없이 스트리밍을 제공해서, 직접 아티스트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플랫폼 운영 비용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AUDIO 토큰을 보유하면서 투자되는 방식입니다. 저작 글쓰기 플랫폼인 미러(Mirror)는 브런치(Brunch)와 미디엄(Medium) 같은 글쓰기를 지원하지만, 본인이 쓴 글을 발행할 때 이더리움 기반 NFT로 발행할 수 있는 점이 다릅니다. 쓴 글에 대해 이더리움으로 후원/펀딩을 받을 수도 있죠. 아직은 성공을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HBO에서 방영한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북부와 남부, 이방인들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내용의 미드인데요. 황당했던 건 주인공이겠다 싶은 캐릭터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당하기 일쑤, 드라마 원작자를 살인마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분명 웹 3.0 시대에도 수많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왕좌를 차지하려고 하겠죠.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하는 서비스가 '웹 3.0이란 이런 시대'라고 정의를 내리게 될 겁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란 ‘승자의 역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