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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의 기본 원리

드디어 공급망 관리의 기본 원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수많은 요인들이 얽힌 공급망 관리에서 심플한 기본 원리를 뽑아 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SUPPLY DEMAND

공급망 관리의 기본 원리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이야기가 도시락 가게에만 국한된 일일까요? 시간과 규모에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제조 회사가 똑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입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마다 애플과 갤럭시가 왜 그렇게 미리 광고에 돈을 쏟아붓고, 사은품을 포함한 인센티브를 주면서 사전 예약을 유도하는데 혈안일까요? 도시락 가게와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고객 주문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최소 예측량과 실제 판매량 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고 지난 글(마법사는 SCM이 필요 없다)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100만 대를 만들 수 있도록 공장과 원자재를 준비해 놓았는데 초반 판매가 50만 대 분량 정도라면 나머지 50만 대 분량의 자재, 생산 설비, 인력은 놀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적게 준비해 두면 출시 후 1달 정도가 지나면서 갑자기 주문량이 늘어나면 감당을 할 수 없겠죠. 그래서 수요와 공급 사이에 공급(생산) 계획이 필요하고 이를 얼마나 잘 수립하느냐에 따라 판매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겁니다. 결론을 내려보자면, 모든 공급망 관리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1. 수요와 공급을 최대한 맞춘다.
2. 이를 위해서 주문을 받을 때부터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 완료하거나, 서비스를 마칠 때까지의 시간(전체 리드타임)을 최소화한다.
3. 리드타임 최소화를 위해 계획과 실적을 끊임없이 관리한다.
4. 1~ 3번까지 일을 최소한의 자원으로 수행한다.


공급망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위 네 가지 일을 잘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실행되고 구체화되는 방식과 모습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 원리는 같은 것이죠. 공급망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의 본질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 단계가 있습니다.

5. 잘 돌아가면 수요를 늘려 십자가 크기를 키운다.
6. 1 ~ 5번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십자가는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던 공급망 규모와 복잡도가 점점 커지고 높아지겠죠.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계획이 필요해지고, 처음에는 계획과 실적 관리를 사람이 하다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컴퓨터의 힘을 빌리게 됩니다. 이름은 익숙한 APS(공급망 계획 관리, Advanced Planning System), SRM(공급업체 관리, 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고객 관리,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과 같은 정보시스템을 사용하게 되는 거죠.

수요 공급 계획 실적 -> 수요 공급 늘어난 수요와 공급 계획 실적

SCM에 대한 첫 책을 준비할 때 이 지점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적을 어렵게 집계하고 데이터를 쌓아서 그 결과를 다시 세워놓은 계획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반영하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무릅쓰면서 왜 사업을 규모를 계속 키우려고 하는 걸까?’

적당한 규모에서 정해진 주문만을 받고 판매한다면 재고를 쌓을 필요도 없을 것이고, 엄청난 시스템 투자를 해가며 공급망 관리를 할 필요가 없을 텐데요. 그런데 대부분 회사가 4번(1~ 3번까지 일을 최소한의 자원으로 수행한다)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나머지 5번과 6번(잘 돌아가면 수요를 늘려 십자가 크기를 키운다. 위 단계를 반복한다)의 단계를 밟습니다. 그것도 한 번에 끝나지 않죠. 끝도 없이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수요의 크기를 늘리고, 공급량도 늘립니다. 그 결과 십자가 크기는 계속 커져갑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맛나 도시락 가게에서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 되는 도시락 가게라면 표준화된 레시피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웬만한 수준의 맛은 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음식의 질은 어디서 승부가 날까요? 얼마나 좋은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느냐에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도시락 가격을 무한정 올릴 수는 없습니다. 도시락을 10만 원에 사서 먹을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도시락 가격은 만 원 정도에서 정해지겠죠. 도시락 하나를 돈의 관점에서 보면 다음 그림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겁니다.

판매가 이익 원가 경비 노무비 재료비
원가와 재료비로 구성되는 도시락 가격

도시락 가격이 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도시락 하나를 팔면 판매가 만 원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도시락 하나를 만드는데 7천 원의 원가가 들어갔습니다. 원가는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가장 큰 부분이 돈가스 고기, 야채 등을 사는 재료비입니다. 두 번째는 그 재료를 이용해서 조리하고 배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입니다. 마지막은 경비인데 조리를 하는 과정에 기계를 돌리기 위해 전기도 사용할 테고, 야채나 고기, 생선을 손질하기 위해 물도 쓰겠죠. 이런 다양한 곳에 돈이 들어갑니다. 이런 돈을 합쳐 경비라 합니다.

자 이제 여기서 처음 제기했던 문제로 돌아가 보죠. 좋은 도시락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막대그래프 상에서 좋은 재료를 사기 위해 재료비를 늘리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익을 줄이는 겁니다. 3천 원이라는 이익이 있으니 2천 원을 재료비로 돌리고 아쉽지만 이익을 줄입니다. 그런데 경쟁 도시락 가게가 더 좋은 재료로 우리 손님을 계속 뺏어가는 겁니다. 이제 줄일 수 있는 것은 조금 남은 이익과 직원들 월급인 노무비, 경비뿐입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 기계를 끄게 하고, 물을 절약하게 해서 경비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1% 정도를 줄이는데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고, 직원들 불만은 하늘을 찌릅니다. 그래도 상대가 안 됩니다. 이제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인건비뿐이죠.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사람을 줄이거나, 월급을 줄이거나. 둘 다 쉬운 일은 아니죠.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 없이 직원도 줄이고, 경비를 줄이기 위해 고생고생하며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데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십자가 크기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가스용 고기가 100개 필요하다면 근처의 정육점에서 약간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게로 가져와서 돈가스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직접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 개가 필요하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고기를 전문적으로 가공하는 공장에서 공급받게 될 것이고, 매입 단가는 정육점에서 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거기서 그친다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겠죠. 대량으로 구매하니 공장에서 필요한 시점에 냉장차를 이용해 필요한 시점에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사전 준비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게가 원하는 돈가스 고기 준비 상태를 공유하고 함께 개발할 수 있습니다. 돈가스용 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라면 그들의 노하우가 더해져 돈가스의 품질은 더 높아지겠죠. 같은 재료비 비율을 가지더라도 실제 돈가스용 고기의 질은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이렇게 절감한 돈으로 또 투자를 합니다. 도시락을 자동 포장하는 기계, 밥을 쌀 씻는 것부터 취사까지 한꺼번에 해주는 취반기, 다 지은 밥을 밥 도시락에 담는 배식기도 투자합니다. 효율이 높아지고 인력을 줄이면서 도시락의 품질은 올라가게 되죠. 이렇게 되면 다시 재료비 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차이가 나던 재료 품질은 더 큰 차이가 나게 되겠죠. 물량이 수만 개 이상이라면 처음부터 제품을 같이 개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건널 수 없는 강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다마고야의 경우, 새우튀김이 좋은 예입니다. 시중에 파는 새우튀김은 튀김 옷 65퍼센트에 내용물은 35퍼센트 정도가 기본입니다. 그것보다 튀김 옷이 얇아지면 튀길 때 찢어지거나 내용물이 손상돼 불량품이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지만, 새우튀김은 원래 튀김 옷이 얇을수록 식감이 좋고 새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마고야는 50 대 50의 비율로 맞춰 제품을 납품받는다고 합니다. 납품 업체에는 까다로운 요구지만 수량이 6만 개가 넘다 보니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은 도시락 가게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메커니즘은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제조업의 공급망에서 작동합니다. 작동할 뿐 아니라 훨씬 더 강력하기도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는 어떤 회사나 탐내는 산업입니다. 전 세계에서 거의 모든 회사가 뛰어들고 싶은 먹이 감이죠. 그런데 특출한 몇몇의 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쉼 없는 혁신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그렇게 남긴 여력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도시락 가게가 식자재 질을 높였다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회사는 제품 개발에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가격은 십 년 전과 비슷한데 제품 성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집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도저히 뛰어들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낸 것이죠.

제조업도 공동 개발을 합니다. 핵심 부품을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하기도 하고, 제품을 만드는 장비를 같이 개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도시락 가게가 새우튀김의 세세한 가공까지 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제조 회사도 자신들 제품 특성과 성능에 맞춰진 부품이나 가공 장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갓 사회에 나와 햇병아리 시절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회사에 견학을 갔습니다. 그때는 그런 일이 많았죠. 공장에 들어갔더니 다양한 기계들이 한 줄로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중에 특히 눈에 들어온 장비가 ‘칩마운터’라는 녀석이었습니다. 미리 프로그램 된 대로 여러 가지 부품을 전자 기판에 자동으로 부착하는 기계였죠. 경험이 없었던 제 눈에는 그 기계가 거의 모든 일을 다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최종 검사와 이동만 사람이 하는 듯했죠. 그런데 그 칩마운터는 장비 제조 회사에서 사 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장비를 만들어서 팔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은 질문이었죠.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 기계들이지만 그 기계를 자신 회사 제품에 맞도록 변경하고 각 기계들 간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회사일수록 제품 개발 초기에는 장비 제조회사와 함께 개발 작업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처음의 밥 공급망으로 돌아가 보죠.

공급자 제조자/공급자 수요자
밥을 제공하기 위해 형성된 공급자부터 수요자까지 연결 구조

위 그림을 보면, 밥 공급망은 ‘밥을 제공하기 위해 형성된 공급자부터 수요자까지의 연결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공급망이 점점 복잡해지면 ‘관리(Management)’가 필요해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가 등장하게 되었죠. 사전적 의미의 ‘관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이제 SCM이라는 용어를 구성하는 공급망과 관리를 합쳐서 정의를 내릴 수 있겠지요.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란,
‘목적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형상된 공급자부터 수요자까지의 연결 구조인 공급망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리도록 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공급망 관리의 기본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공급망 관리에 대한 우리 만의 정의도 내려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공급망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출처 : 현장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공급망 관리(SCM) 성공 전략 (주호재 저)

+ 코로나19로 다시 주목받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 공급망은 있었지만 공급망 관리는 없었다
+ 십자가와 공급망 관리
+ 마법사는 SCM이 필요 없다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주호재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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