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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등 떠밀린 의료, AI에 풍덩

팬데믹에 등 떠밀린 의료, AI에 풍덩

세계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전례 없는 대규모의 의료 서비스와 빠른 백신 개발이 요구되었을 때, 글로벌 의약 업계는 예외적인 방식으로 협력했고 민관 파트너십은 Technology와 Science라는 2가지 하이라이트로 공통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Technology를 통해 COVID-19 확산세 예측, 재택근무 및 재택근무에 따른 온라인 협업, 가상 실험실 운영, 원격 진료, 가상(Virtual) 및 원격 임상 시험, 공급망 재구성이 가능했습니다. AI로 무장된 Science 덕분에 원격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시간에 여러 개의 COVID-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COVID-19 사태가 수습된 이후 엔데믹 시대에도 이러한 혁신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본 고에서는, 『전염병 예측』-『질병 진단』-『신약 개발』-『사후 관리』까지 바이오 全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AI가 접목되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일으킨 사례를 소개 드림으로써 이와 같은 혁신을 다양한 분야로 수평전개하고 진화·발전시키는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전염병 예측

캐나다 AI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은 세계 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먼저 중국 우한 지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을 예측하고 경고했습니다. 블루닷의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은 AI알고리즘을 활용한 질병 경고 시스템으로 블로그 및 언론 보도, 항공 데이터, 동식물 질병에 관한 네트워크 등을 정밀 조사해 집단 감염이 발생한 위험 지대를 피하도록 클라이언트에게 정보를 제공합니다.1)

캐나다 AI 스타트업 블루닷(BlueDot) 집단 감염이 발생한 위험 지대 지도 표시 출처 : bluedot

토론토 인근(GTA, Greater Toronto Area) 병원들은 2020년 봄, 미국과 유럽의 의료시스템 마비 현상을 목격하고는 바로 2주만에 COVID-19 추적 대시보드를 제작하여, 환자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되어 있는지, 응급실 점유율은 어떤지 등 환자 흐름도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수술 재개 시 병상수요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여 수술빈도와 외래 환자수를 조절함으로써 대규모 COVID-19 환자 발생시에도 수술을 아예 셧다운하지 않고도 조절하여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대시보드는 모든 병원 직원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호사, 조무사, 청소부 등의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2) 오하이오 州는 270개 이상의 회원 병원, 응급실, 공중보건 등의 의료시스템을 연결하여 900만명의 마스터 환자 색인(MPI, Master Patient Index)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환자 개별 의료기록, 치료계획, 예방접종기록, 약물처방 및 알레르기 정보, 랩(lab.) 검사결과 등이 포함되어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의료 워크플로우는 간소화하고 COVID-19 가시성은 향상되어 전염률, 면역정보, 발병위치, 지리적 감염 패턴 등 통계적 공간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3)

질병 진단

질병 진단 분야에서 AI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의 진단 방식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초기 증상을 정확한 분석으로 빠르게, 그리고 親환자 경험으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산아는 패혈증 감염 위험이 매우 높아 1.5Kg 이하로 태어난 조산아의 1/5이 패혈증 및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앤트워프 병원은 저체중 조산아에 대한 약 10년간의 입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Analytics로 분석한 결과, 미숙아의 생체 신호에서 패혈증 관련 미묘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5Kg 이하의 미숙아는 치료시기를 조금이라도 놓치거나 여러 가지 치료법을 시험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 상기 패턴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Predictive AI 모델을 만들어 실행은 환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로컬에서 실행하되, 모델에 대한 미세 조정은 클라우드에서 하는 방법으로 의사나 간호사에게 알람을 주고 개별맞춤화된 치료책도 제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패혈증 감지 정확도는 75%이며 이러한 접근방식으로 뇌손상, 만성 폐질환, 망막변증 등 다양한 미숙아 합병증을 조기 감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4)

출처 : IBM

폐암의 경우, 진단 시 이미 수술적 절제가 어려울 정도로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하고 발견한다 하더라도 종양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전신 전이로 발전해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암입니다. 미국 사이언스 컴퍼니 드레이퍼(Draper)에서는 사전에 CT로 폐를 스캔한 후 이를 3차원 이미지화하여 정밀 분석함으로써 향후 발병할 수 있는 폐암 가능성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 중입니다.5), 6)

혈중 포도당이 정상 수치 이하로 감소하여 발생하는 병적인 상태를 저혈당증(hypoglycemia)이라고 합니다. 이 증세를 진단하려면 공복 혈당을 측정해야 하고 인슐린, C-펩타이드를 측정하는 혈액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환자는 최대 72시간 금식하면서 저혈당을 유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캐나다 웨스턴 대학과 협력해 AI를 활용하여 저혈당 증상을 심전도로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현재 임상실험 중에 있는데 승인될 경우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7)

형당 측정 막대 그래프

막대그래프는 혈당측정계로부터 수집한 혈당치, 선그래프는 심전도, 붉은 줄은 저혈당 시의 심박을, 초록 줄은 정상 심전도를 나타낸다. (출처: Scientific reports)

폐결핵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결핵균에 의해 전염되는 병으로 처음에는 폐로 들어가 감염시킨 후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감염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뒤늦게 진단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UCL(University of College London)에서는 DNA의 유전정보가 전사되는 mRNA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여 폐결핵이 감지되기 수개월 전에 진단해 사전 치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잉(Mying)의 핵심기능은 ‘AI 의학영상분석’과 ‘AI보조진단’으로서, 중국 내 백여 개 3급 대형병원과의 협력을 거쳐 700여 종의 질병을 진단하는데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8) 미잉은 의사가 학습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을 한다고 합니다. 의학서적 학습기간을 거쳐 임상학습을 통해 진단 기능도 업그레이드합니다. 20만 개 이상의 의학 표준 데이터베이스와 1천만 개 이상의 건강 지식 데이터베이스, 8천개 이상의 의료 지식 데이터베이스, 1억개 이상의 의료백과사전 데이터를 보유하는 등 사실상 대외 공표된 권위적인 지식 대부분을 보유하고 의사의 질병 진단을 보조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스타트업 ‘뷰노’에서는 AI로 손뼈 엑스레이를 분석해 뼈의 연령을 측정하는 뷰노메드 본에이지 솔루션을 출시하고 2022년 10월 대만 식품의약품청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까지 획득했습니다. 이런 분석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의 예측 성장 키, 조숙증 등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9)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 Med-Bone Age)를 활용한 AI 뼈 나이 진단 화면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 Med-Bone Age)를 활용한 AI 뼈 나이 진단 화면 캡쳐 (출처: 뷰노(VUNO))

또 다른 우리나라 의료 스타트업인 ‘루닛’은 인체 내 세포 단백질인 HER2(Human Ep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인간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발현도와 환자 면역반응 사이의 관계를 AI로 평가하고 이를 ‘루닛 스코프’ 라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에서 서비스함으로써 HER2 발현도에 따른 환자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10) ‘루닛’은 AI 기반 폐질환 영상분석 솔루션으로 유명한데, 해당 솔루션으로 2021년 11월 FDA 정식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 해당 솔루션을 공급하며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루닛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IO'의 HER2 발현도 화면 루닛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IO'의 HER2 발현도 화면 (출처: 루닛 홈페이지)

사실 AI 의료 진단의 효시는 IBM 왓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BM은 2015년 왓슨 헬스 사업부를 출범시키며 환자데이터기업, 의료영상기업 등 40억 달러(약 5조 원)를 들여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였습니다. 여기에 7년간 인재를 불러 모으는 등, 공시자료를 종합하면 왓슨에 투입된 비용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IBM의 왓슨 헬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는 새로운 보고서, 임상시험 계획서, 유전자 데이터 및 환자의 의료기록을 단 몇 분만에 검색하여 환자 맞춤형 치료 방법을 의사에게 제안할 수 있도록 개발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민관 합동으로 자체 개발한 의료 AI 닥터앤서(Dr. Answer)가 있습니다. IBM 왓슨이 대학병원을 타겟으로 했다면 닥터앤서는 1~2차 의료기관을 타겟으로 당뇨, 고혈압, 치매, 피부질환 등 실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만성질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닥터앤서 1.0 성과를 보면, 치매의 경우 최대 6시간 소요되던 진단시간을 1분으로 단축했으며 수십 분 이상 소요되던 심장CT 판독시간도 1분대로 줄였다고 합니다. 대장 용종 정확도도 74%에서 91%로 향상시켰으며 전립선암 재발 예측진단 정확도도 81%에서 95%로 개선시켰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사우디 국방보건부와 구매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11)

신약 개발

신약 개발 분야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률이 매우 낮은 분야입니다. 딜로이트에 의하면 상위 12개 제약회사의 한 약품당 평균 R&D 비용이 21억 6천8백만 달러이며 평균 10~12년이 걸린다고 추산했습니다.12) IBM은 26억 달러, 10년으로 추산합니다. 이는 2010년에 추산된 11억 8천8백만 달러의 2배에 해당합니다.13) 그러나 약품당 예상 최대 매출의 평균 금액은 2010년도의 8억 1천6백만 달러에서 절반도 안 되는 4억 7백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그 결과 예상 투자수익률은 2010년의 10.1%에서 2018년 1.9%로 감소했습니다. 제약업계 수익성이 악화된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괄목할 만한 신약이 상품화되었다고 해도 해당 분야 선두 자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합니다. 부채표 활명수가 100년씩 소화제 분야 1위를 하는 일은 이제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기존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의약품(복제약)까지 등장하여 해당 약품 수익성은 더욱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신약은 커버하는 질환 범위도 작아 대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2001:10.5/2002:9.2/2003:8.9/2004:7.5/2005:8.8/2006:8.5/2007:7.6/2008:7.3/2009:6.8/2010:8.2/2011:8.5/2012:7.9/2013:7.6/2014:6.6/2015:6.2/2016:6.0/2017:5.1 분야별 대표 약품이 선두 자리를 고수한 평균 연수, 2001~2017 (출처: Accenture analysis, data provided by Evaluate Pharma)

미국은 GDP 중 3.8조 달러(17%)를 헬스케어에 쓰고 있어 제약업계에 가격 다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이며 영국은 가격 허들을 운영하고 있고 독일은 신약 발매 12개월 후에는 보험 펀드와 제약사가 가격을 협상하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가격 협상이 되지 않으면 신약 승인을 내주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여 평균 44% 가격을 다운시켰습니다.14)

이렇듯 제약업계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올리고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구원투수로 AI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성공률을 10%만 향상 시켜도 신약개발에 드는 수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 프로세스별 AI 도입을 통한 효율화

1단계:타겟파악 및 검증/2단계:스크리닝/3단계:선도물질 도출/4단계:선도물질 최적화/5단계:임상시험/6단계:승인심사

1단계. 타겟 파악 및 검증

여기서 이야기하는 타겟이란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 유전자, 항체, 호르몬 등을 일컫습니다. AI는 타겟을 발굴하고 이것과 질환과의 관계를 검증하며 약물화 가능성을 결정하고 잠재적 타겟의 우선 순위를 제공합니다. 타겟의 우선순위는 유전자변형 마우스와 사람의 표현형 분석 결과, 유전체 연구 결과, 방대한 문헌의 텍스트마이닝, 부작용 등 총 7가지 판단 기준을 가지고 예측 및 검증하는데 이 때 AI가 활용됩니다. 또한 미래 해당 질환자 규모도 AI가 예측하여 사업성을 검토합니다.

2단계. 스크리닝(Target to hit)

타겟을 제어하는 물질을 찾는 작업으로 수천만~수억 개 화합물 조합을 만들고 걸러냅니다. 현재 정보를 알고 있는 화합물은 약 1억 개에 달합니다. 사람이 1억 개 화합물 중 타겟에 결합해 효능을 보이는 물질을 찾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때 Generative AI를 이용하여 화합물의 활성도, 약물성, 독성 등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학습하게 하고 주어진 조건 내에서 다양한 화합물 조합을 만들어 내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화합물이 생성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활성도 예측모델로 AI를 활용한 모델이고, 이와는 달리, 알파고 기법인 강화학습이나 생성과 판별을 수행하여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적대적 생성모델(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을 통해 신약 디자인 모델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15) IBM의 경우, Generative AI framework를 이용하여 두 종류의 넓은 범위 질환을 커버하는 항균 펩타이드를 발견했으며, 기존 성공률이 1% 미만이었던 것에 반해, 성공률을 10%로 끌어올리고, 개발기간도 2~4년에서 48일로 단축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13)

3단계. 선도물질 도출(Hit to lead)

스크리닝 결과로 나온 화합물들 구조의 유사성을 찾아서 좁혀 나갑니다. 쓸 만한 화합물 시리즈 2~3개 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합성 신약 기준으로 1년 정도 걸리던 작업을 AI가 개입하면서 2~3개월로 단축시켰습니다.

4단계. 선도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

선정된 화합물 시리즈를 좀 더 집중해서 최적화합니다. 수십 명의 의약화학자가 수백 개의 화합물을 합성하고 바이오팀, 약리팀, 독성팀 등에 의해 생체 내 실험(in-vivo)와 유리 시험관을 통한 실험(in-vitro)을 통해 검증이 이루어집니다. 최근에는 실리콘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상에서의 생물학 도구들을 사용하여 시뮬레이션한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인실리코(in-silico) 실험방식 사례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5단계. 임상시험

임상시험은 매우 긴 타임라인과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환자 데이터가 수집되고 AI가 발전함에 따라 임상시험에서 AI 및 임상시험 플랫폼을 활용하면 계획서 작성부터 환자 모집, 연구기관 선정, 퍼포먼스 체크까지 전 단계에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① 임상시험 관련 문헌 검토 시 AI 활용
임상시험 계획 시에는 최대한 많은 시험 결과를 참고하는 것이 필수이나 1~2개월의 검토시간 내 해당 문헌을 모두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때 AI를 활용하여 다각도에서 문헌 고찰을 이루어냄으로써 향후 오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② AI로 데이터를 합성하여 환자 데이터 활용
환자 모집시에도 투약군과 대조군을 나눠 진행해야 하는데, 대조군에 기존 EMR 환자 데이터를 활용하면 투약군만 모집하면 되므로 모집 환자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희귀질환의 경우, 충분한 환자 데이터를 얻기도 어렵고 충분한 투약 대상자를 확보하기도 힘들었으나, AI가 환자 개인정보, 민감정보를 삭제하고 실제와 거의 유사한 특징을 갖는 합성데이터를 생성해 냄으로써 충분한 환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16) 실제 2018년부터 FDA가 합성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을 인정하기 시작함에 따라 점차 임상시험에 합성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17)

③ Decentralized, Remote 방식으로 임상환자 모집
CMD(Connected Medical Device)가 발전함에 따라 더 이상 지역적 제약 없이 임상환자를 모집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환자 부담을 경감시키고 임상환자 다양성을 확보하며 임상시험 지속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평균 임상시험 기간이 36%(140일) 줄었습니다.18)

6단계. 의약품 승인 심사

글로벌 HA(Health Authorization)는 의약품 심사를 받기 위한 서류 및 데이터 제출을 간소화하고 자동화하였습니다. 리얼타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가 차후 HA에서 어떤 자료를 요구할 지를 예측해 주니, 해당 자료를 미리 준비할 수 있어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FDA도 OCE(Oncology Center of Excellence)를 런칭하여 리얼타임 자료 제출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22명의 제약사에 설문조사한 결과 90%가 이러한 운영효율화 및 AI가 도움이 되었다고 답변하며, 그 중 자료 중복 제출을 없앤 것이 무척 효율적이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화이자는 여기에 소스 데이터를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까지 하였고 그 결과 COVID-19 백신 승인 프로세스를 한 달 앞당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운영효율화가 낳은 절감 금액은 미미하지만 대신 승인에 걸리는 타임라인을 단축시켜 결과적으로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추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19)

사후 건강 관리

치료 후 또는 특별한 치료책이 없어 꾸준히 생활습관을 개선해 줘야 하는 약물중독, 당뇨, 비만, 신경정신질환 등과 같은 만성 질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는 병원에서 24/7 환자 모니터링을 할 수도 없고 환자나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생체 정보를 측정한다거나 복약을 지시하기는 어려웠으며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어서 만성질환 관리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여 24시간 실시간 환자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환자 데이터 맞춤 분석도 가능해 지고 위험신호 발생 시 의료진과 리얼타임으로 연결되는 등, 꾸준한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기업 2위로 꼽힌 킬로헬스(Kilo Health)는 당뇨, 정신질환, 고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관리해 주는 15개 앱을 개발하였고 월 423만 명 액티브 유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출도 2020년 6천만 유로(820억 원)에 달하며 17~20년 CAGR이 무려 450%에 이릅니다.20)

블루투스로 연결된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바이오센서와 스마트폰으로 혈당 측정 블루투스로 연결된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바이오센서와 스마트폰으로 혈당 측정 (출처: Kilo Health)

이렇게 IT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를 ‘디지털 치료제’라고 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건강증진을 위한 스마트워치류의 헬스케어 제품들과는 달리, 질병이나 장애의 치료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의료기기로서 FDA 등에서 승인 받아 전문 의료진 처방을 통해 환자에게 제공되는 방식을 일컫습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알약이나 캡슐 등 저분자 화합물인 1세대 치료제, 항체 또는 단백질 등 생물학적 제재인 2세대 치료제에 이어 3세대 치료제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 치료제와 디지털 치료제 비교
전통적 치료제와 디지털 치료제 비교
구분 전통적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
공통점 치료효과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효과 있음(임상시험 결과 등으로 검증)
처방 의사의 처방 필요
차이점 형태 생화학제재, 백신 등 다양한 형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제공
독성 독성 및 부작용 있음 독성 및 부작용 없음
비용 다양함(원가, 개발기간 등 고비용, 고위험) 매우 적음 (코딩, 복제 비용 및 서비스 제공단가 낮음)
복약 관리 관리 불가 실시간, 연속적 복약 관리 가능
모니터링 진료시간 외 환자상태 모니터링 불가능 24시간 환자상태 모니터링 가능
데이터 환자 데이터 수집·관리·저장 어려움 환자 데이터 맞춤 분석 가능
「KHIDI 바이오헬스 리포트」 재구성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약물중독 치료 앱인 ‘리셋(reSET)’이었습니다. 알코올, 코카인, 대마 등 약물중독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앱으로 2017년 9월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리셋은 의사가 중독 환자에게 앱을 처방하면 환자는 앱을 내려받아 약물 사용 여부를 입력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법 등을 익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임상시험에서 리셋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금욕을 유지한 비율이 40.3%로 사용하지 않은 환자(17.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1)


해외 디지털 치료제 미국 FDA 승인 사례
해외 디지털 치료제 미국 FDA 승인 사례
개발사(국가) 제품 이름 기능 장치 파트너
제약회사
승인 날짜
Pear Therapeutics (미국) reSET 약물중독 치료 모바일앱 Novartis
Sandoz
2017.9.14
Somryst 불면증 치료 - 2020.3.26
Palo Alto Health Science (미국) Freespira 외상 후 스트레스 및 공황장애 치료 앱, 호흡측정장치 - 2018.8.23
Akili Interactive (미국) EndeaverRx 소아 ADHD 치료 게임 Shinogi
(일본, 대만)
2020.6.15
Voluntis (프랑스) Insulia 2형 당뇨 치료 모바일앱 Safino 2017.11.7
‘FDA Clearances received by DTA Member Companies’ (출처: 각 회사 웹사이트 및 DTA)

테라퓨틱스는 2018년 12월 마약성 진통제 중독을 치료하는 ‘리셋-오(Reset-O)’, 2020년 3월에는 불면증 치료제인 ‘솜리스트(Somryst)’에 대한 FDA 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는 신경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였으며 2020년 6월, 8~12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주의력을 컴퓨터 게임을 통해 개선하는 ‘엔데버Rx(Ende-avorRx)’가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22)

디지털 치료제는 이러한 중독치료와 주의력 개선 외에도 여러 질병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오마다 헬스(Omada Health)’의 ‘당뇨 예방 프로그램’, 프랑스 ‘발런티스(Volun tis)’에서 개발한 인슐린 용량 조절을 돕는 ‘인슐리아(Insulia)’, 스웨덴 ‘오렉소(Orexo)’의 알코올 중독 치료제 ‘볼비다(Vorvida)’ 등 앱과 게임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판 중입니다.23)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스타트업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는 공동으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라는 디지털 약을 개발했습니다. 이 약은 조현병 치료용 알약에 센서를 넣은 형태로 환자가 약을 복용하면 센서가 위산에 반응해 가슴에 붙인 웨어러블 패치에 신호를 보냅니다. 마그네슘 등으로 만들어진 센서는 신호를 보낸 뒤 몸 안에서 소화되어 없어지고 패치와 연결된 스마트폰에 복용 날짜와 시간이 기록됩니다. 이는 조현병 질환자가 약을 제때 복용하도록 유도해 치료효과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24)

스마트폰으로 약 복용 확인 가능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스마트폰으로 약 복용 확인 가능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출처:www.designnews.com)

디지털 치료제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CAGR 20%로 성장해 2026년에는 96억 4천만 달러(약 12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25)

Conclusion

IBM이 AI 왓슨을 개발하면서 타겟 어플리케이션을 정하고 투자를 집중한 분야가 의료입니다. IBM 왓슨은 저조한 사업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상기 말씀 드렸던 사례들처럼 병원과 스타트업, 제약사의 진단, 제약, 디지털 치료제 분야 AI 활약은 매우 활발하여 2022년부터 2027년까지 CAGR 36.2%의 성장률을 기록, 4,070억 달러(약 564조 원)의 시장규모에 이를 것으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마켓앤마켓은 전망하고 있습니다.26) 그러나 의료 AI 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몇 인프라가 필수불가결합니다.

•  사일로된 환자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  의료분야 Advanced Analytics 역량
•  Connected Medical Device 등 Digital Automation Tool
•  Cloud-Flexible 인프라
•  대형 병원, 제약사와 의료 스타트업間 win-win하는 에코 생태계
• 유연한 조직문화 : 의료 분야와 AI분야를 아우르는 희소한 인력(예. 최신의 단백질 접힘 전문성을 지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을 유연하게 채용할 수 있고 실패를 장려하는 조직문화

결국은 IT와 의료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통섭 능력과 이를 조장할 수 있는 유연성이 아닐까 합니다. IT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며 프로젝트 주기가 짧았으나, 의료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고 그에 따라 엄격한 규제에 프로젝트 주기도 길었습니다.(신약 개발기간 : 10~12년)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의료와 IT의 만남이 성사되었고 느리게 걷던 의료를 빨리 뛸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에도 혁신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IT와 의료라는 상반된 두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협업하게 하려면 어떻게 멍석을 깔아 주어야 할 지 오픈 마인드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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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이은정

삼성SDS 마켓인사이트그룹

다년간의 사업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SDS의 다양한 제품에 대한 소구점을 파악하여 이를 마케팅하기도 하고 상품기획, 영업 등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잔소리하는 미운 털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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