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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DX) 시대의 조직 재설계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은 기술을 활용해 사업 혁신을 꾀하는 변화 관리를 뜻한다. 즉, 목적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것이고 그 방법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변화이다. 이때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핵심은 변화 관리다.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에 필요로 하는 것은 무슨 기술을 어떻게 도입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사업 현장과 기술 부서 간의 협업과 조직 구조 그리고 이 모든 변화를 진심으로 실행하려는 의지를 독려하는 조직 문화와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핵심이다.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어떻게 AI 시대에 DX를 넘어 AIX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진단한다. DX 담당자와 IT 리더들은 기업별로 DX의 목적과 문화, 사업 특성 그리고 기술 도입과 운영의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DX 추진의 성과 달성을 위한 방법은 모두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여러 기업들의 사례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DX를 위한 조직 구조 재편

중국 가전제조사 Haier는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탈피해 자율경영 Micro-enterprise 구조로 재편하여 DX에 성공했다. Haier의 직원들은 스스로 수천 개의 소규모 자율경영팀으로 조직하여 사용자의 니즈에 즉각 대응하도록 구조를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중간관리자를 대폭 축소하고 관료주의를 혁파하였으며, 직원들에게 창업가적인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러한 구조 혁신 덕분에 Haier는 매출이 연평균 18% 성장하여 2020년에는 약 320억 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Haier 사례는 기민한 소조직 구조가 제조업의 DX 추진에 성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애자일한 조직 운영으로 DX를 추진하는 기업은 IT 기업이나 스타트업과 같은 곳들이 일반적인데 전통 제조업에서 이런 시도는 상당히 도전적이다.

반면, 전통 제조기업인 GE는 별도 디지털사업부를 신설하고 모든 사업부에 일괄적으로 DX를 적용하려는 대규모 계획을 세웠으나, 조직 구조 측면에서 과도한 범위와 속도로 인해 실패하였다. GE는 2015년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하에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전 사업부를 한꺼번에 변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명확한 우선순위 없이 동시다발로 진행된 탓에 자원과 역량이 분산되고 프로젝트 목표와 전문성이 엇박자로 맞물리면서 속도도 지나치게 빨랐다. 결국 GE는 기대했던 혁신이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소모한 디지털 플랫폼 등을 매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조직 구조 개편 시 단계적 추진과 명확한 비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탑다운 구조 전략의 위험성을 시사한다.

그렇게 애자일 조직 운영을 통한 DX의 성과를 낸 사례는 금융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의 ING은행은 애자일 조직 구조 도입을 통해 금융권 DX의 모범을 보였다. 2015년 전통적인 부서 구조를 스쿼드와 트라이브 중심의 애자일 모델로 전환하며, 약 350개의 9인 스쿼드를 13개 트라이브로 편성하였다. 각 소팀은 기능별 사일로를 허물고 크로스 기능적으로 운영되어 빠른 개발과 고객 중심 혁신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제품 출시 속도 개선, 직원 참여도 향상, 생산성 증가 등의 성과를 얻었다. 전통 은행 조직을 IT 기업처럼 변화시킨 ING의 구조 혁신은 금융권에서도 기민한 네트워크형 조직이 DX 성공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의 토스 역시 유사한 방식의 조직 운영을 통해 민첩한 핀테크 서비스 운영을 통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digital-transformation image 01 ING은행의 애자일 조직도
Tribe
Squad Squad Squad Squad Tribe lead Agile coach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Chapter Chapter lead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Chapt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Dev Team Member Chapter lead
Product owner Product owner Product owner Product owner

반대로 영국 RBS은행의 디지털 은행 Bó 출범은 조직 구조적 시행착오로 실패한 사례이다. RBS는 핀테크 챌린저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말 별도 디지털 은행 브랜드 “Bó”를 출범시켰으나,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별도 조직으로 분리된 Bó는 기존 조직과의 연계 부재와 기술적 결함 등에 시달렸고, 결국 모은행은 Bó를 기존 부문과 통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사례는 기존 조직과 동떨어진 디지털 전담조직을 만든 구조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할 위험을 보여주며, 레거시 조직과 신설 디지털 조직의 통합 전략 부재가 DX 성패를 가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은 DX 추진이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다.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순수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되었다면 DX가 수월하겠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DX는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도 디지털화해야 할 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해야 하기에 복잡도가 높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디지털 조직 구축을 통해 유통업 DX에 성공하였다. 2010년 월마트는 글로벌 e커머스 부문과 혁신 조직을 신설하여 전통 유통기업에 실리콘밸리식 아이디어 인큐베이터를 도입하였다. 해당 조직은 초기엔 웹사이트, 검색엔진 개선, 모바일 앱 개발에 집중하였으며, 이후 공급망,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 기업 전반의 기술 혁신으로 범위를 확장하였다. 월마트는 또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그 창업자를 e커머스 CEO로 영입하여 온라인 사업을 급성장시켰으며, 온라인 매출이 단기간에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조직 구조적으로도 월마트는 2020년대에 들어 오프라인 매장 조직과 온라인 조직을 통합하여 옴니채널 관리를 일원화하는 등 구조 혁신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월마트는 미국 내 BOPIS 주문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였다. 월마트 사례는 전통 유통사가 디지털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수합병으로 역량을 내재화하며 구조를 변화시킨 성공 케이스이다.

반면, 글로벌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는 디지털 채널 조직화 실패로 몰락한 사례다. 토이저러스 경영진은 온라인 분야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 아마존과의 제휴에 의존하는 전략을 택하였다. 경영진은 아마존에 상당한 비용을 지급하며 자사 장난감 상품의 온라인 독점 판매처로 지정하였고, 이로 인해 자사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가 아마존으로 리다이렉트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의존 전략은 자체 디지털 역량 부재를 초래하였고, 아마존은 이를 통해 장난감 카테고리에서 경쟁우위를 점하였다. 토이저러스는 뒤늦게 자체 온라인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이미 수년 간의 모멘텀 손실로 경쟁력을 상실하였고, 결국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러 전 세계 매장이 폐쇄되었다. 이 사례는 유통업에서 디지털 조직과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조직 전략 부재가 몰락의 한 원인이 됨을 경고한다.

이렇게 DX 추진에 적합한 조직 운영, 조직 체계라는 것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 번 성공했다고 계속 성과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기에 시기별로 DX 전개 과정과 성과를 측정해 가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DX 성공을 위한 조직 문화·리더십

미국 농기계제조사 John Deere는 기술 중심 문화로 전환하여 전통 제조업의 DX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이다. John Deere 경영진은 DX 비전을 전사에 공유하여 직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개방적인 문화를 조성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트랙터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사내 인력 구성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John Deere는 농업을 정밀농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업계 선도주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제조기업도 리더십이 디지털 비전을 분명히 하고, 조직 문화를 혁신하여 기술 인재를 육성하면 DX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digital-transformation image 02 John Deere의 DT로 혁신한 자율주행 트랙터
초록색과 노란색의 존 디어 R8 자율주행 트랙터가 넓은 논밭 위에 서 있으며, 운전석 없이 첨단 센서와 카메라, GPS 장치가 장착되어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최신 농기계임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하며, 6쌍의 360도 카메라와 AI 기반 경로 탐색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정반대로 사진 필름 제조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실패하였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기득권 사업인 필름 판매에 안주하는 문화 탓에 혁신을 적극 상용화하지 않았다. 경영진은 디지털 기술이 기존 사업을 잠식할 것을 두려워하여 조직적으로 외면하였고, 결과적으로 디지털 사진 패러다임 전환에 뒤처지면서 2012년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리더십의 근시안적 판단과 변화 저항적 문화가 치명적인 실패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금융업에서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적 조직 문화와 보신주의로 인하여 DX 성과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금융산업 전반에서는 변화에 대한 저항과 리스크 회피적 문화가 DX의 걸림돌이 된다. 전통 금융기관은 규제 준수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 새로운 시도를 꺼리거나, 부서 간 협업 부족으로 인해 DX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은 성과 압박으로 오히려 오프라인 영업에 집착하여 모바일 혁신에 소홀해 핀테크 기업에 주도권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뚜렷한 비전 제시와 변화 관리 리더십 부재, 그리고 폐쇄적 조직 문화가 DX 실패의 공통된 원인임을 보여준다. 개방적이고 고객 지향적인 문화로 전환하지 못하면 거대한 금융기업도 혁신에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문화 전환과 리더십의 역할로 DX에 크게 성공하였다. DBS의 CEO는 은행을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 문화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였다. 경영진은 기존의 관행을 탈피하고, 애자일하고 학습지향적인 마인드셋을 심기 위해 전 직원에게 혁신 방법론 교육을 실시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하였다. 또한, IT와 비즈니스 리더가 짝을 이루는 공동 리더십 체계를 도입하여 부서 간 협업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러한 리더십 주도의 문화 혁신과 협업 체계 덕분에 DBS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은행으로 평가받으며 DX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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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이미지

유통업에서의 DX 추진 과정에 조직 문화와 리더십에 있어 2가지의 정반대 사례도 있다. 미국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직원 중심 문화 개선과 인간적 리더십으로 디지털 시대에 부활한 사례이다. 2012년 CEO가 취임한 후 현장을 누비며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일선 종업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경영진은 직원들을 변화의 파트너로 대하며 고객 중심 경영을 추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 참여도가 높아지고 사기가 진작되어 비용 절감과 동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현장에서 나오게 되었다. 또한, 고객 중심 전략으로 가격 매칭, 옴니채널, 매장 내 체험 강화 등 차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 베스트바이는 아마존과 경쟁하며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루었다. 이 사례는 사람을 우선하는 문화와 목적의식 있는 리더십이 DX 시대에 강력한 동인이 됨을 보여준다.

반면, 한때 미국 최대 소매체인이었던 시어스는 잘못된 리더십과 독소적 조직 문화로 쇠퇴하였다. CEO는 주주가치 극대화에만 집착하여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하였으나, 매장 혁신이나 디지털 투자에는 소홀하였다. 조직을 독립적 사업부로 쪼개 각 부문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극단적 내부시장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이러한 분열적 구조와 문화 속에서 부서 간 협업은 사라지고 불신과 이기주의가 만연하였다. 결과적으로 시어스는 고객에게 일관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내부 혼란에 빠지게 되었으며, 결국 파산보호 신청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폐쇄적이고 분열된 문화가 혁신의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조직 역량 자체를 저해하여 치명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DX 추진을 위한 기술 활용과 일하는 방식 혁신

앞서 문화 부분에서 언급한 John Deere는 첨단 기술 도입과 업무 혁신 면에서도 제조업의 모범 사례이다. 전통적으로 기계제조업이던 이 회사는 DX 전략으로 정밀농업을 내세우며 AI, IoT, 자율주행 등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였다. 이를 위해 기술 인재 확보와 내부 개발 조직 강화를 추진하며, 디지털 팩토리를 설치해 단기간 내 신규 애플리케이션을 다수 개발하였다. 기존 기계공학 중심의 업무 방식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여, 현장 직원들도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수행하도록 업무 범위를 확장하였다.

또한, 독일 Bosch는 전 직원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향후 수만 명의 직원이 AI 전문가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업무 역량을 재편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기술 도입을 위한 지속적 교육과 역할 변환을 추진한 기업들은 IoT 센서로 장비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생산라인에 AI 예지보전 시스템을 도입하여 품질과 효율을 높였다. 기술 전략을 명확히 세우고 필요한 인재와 역량을 확보하면 제조기업도 DX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기기 제조의 강자였던 노키아는 핵심 기술 트렌드 대응 실패로 몰락하였다.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했으나, 스마트폰 시대 도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부상할 때, 노키아 경영진은 자사의 심비안 OS와 피처폰 하드웨어 성공에 안주하며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환을 지체하였다. 조직 내부에서도 새로운 소프트웨어 역량 부족과 관료적 의사결정 때문에 혁신이 지체되었고, 결국 경쟁사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급감시켰으며, 2013년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핵심 기술 도입 타이밍과 실행 실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내부 의사소통 단절과 비현실적 낙관론이 문제였으며, 기술 변화에 대한 민첩한 투자와 대응이 부재하면 DX에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 소매업체 Target의 캐나다 시장 진출 실패도 기술 도입과 업무 준비 부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Target은 2013년 캐나다에 대규모 매장을 오픈하며 해외 확장을 시도하였으나, 재고관리와 유통 IT 시스템 문제로 인해 심각한 운영 혼란을 겪었다. 새로운 재고관리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장 선반은 비워지고, 물류창고에는 재고가 과도하게 축적되었다. 시스템 오류로 상품 위치 파악과 보충 주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보완하는 등 업무 혼란이 발생하였다. 또한, 현지 e커머스 인프라 구축 미비로 온라인 주문 고객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였다. 결국 Target은 캐나다 시장에서 철수하며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 사례는 기술 도입 시 철저한 현지화 테스트와 단계적 시행, 그리고 업무 프로세스 정비의 부재가 DX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의 Capital One 은행은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통한 IT 현대화로 금융권 기술 혁신의 벤치마크가 되었다. Capital One은 업계 최초로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실행하였다. 핵심 고객 시스템을 포함한 주요 애플리케이션들을 단계적으로 클라우드로 이전하여, 자체 데이터센터를 모두 폐쇄하고 100% 클라우드 운영 체제를 달성하였다. 이를 통해 신규 기능 배포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트래픽 증가 시 유연한 확장이 가능해졌으며, 데이터센터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비용 효율화도 이뤄졌다. 클라우드 전환으로 기계학습 및 실시간 데이터 처리 등 혁신 기술 활용 기반이 마련되어 개인화 서비스, 정교한 리스크 관리, 향상된 사기 탐지 등 비즈니스 혁신이 가속화되었다. Capital One은 레거시 시스템을 과감히 탈피하고 클라우드 및 데이터 중심 업무 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술 기업에 필적하는 혁신 속도를 갖춘 은행으로 변화하였다.

앞서 살펴본 월마트도 옴니채널 기술 활용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유통 DX를 선도하였다. 온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앱과 BOPIS 서비스를 조기에 도입하였으며, 특정 기능 추가를 통해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그 결과 월마트 앱 사용자 수가 급증하였고, 주요 쇼핑 시즌에는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하였다. 또한, 매장 운영 측면에서는 직원들에게 모바일 디바이스를 지급하여 현장에서 결제 지원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접객 프로세스에 접목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고관리 및 개인화 마케팅을 고도화한 월마트는 전통 유통강자가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DX 조직 구조의 2가지 운영 방안

특히 앞서 사례에서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DX 추진을 위한 조직 구조에 있어서는 중앙집중형과 분산형 2가지의 구조에 대한 끊임없는 적용 범위와 전환 시기를 따져야 한다. 사실 1960~70년대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계층적이고 관료적인 모델을 채택했으며 모든 의사결정은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현장 직원들은 중앙의 지시를 따르는 역할에 머물렀다. 이는 당시 기술적 한계와 의사결정의 하이라키 구조로 인해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이 중앙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제조 기업은 본사에서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공장은 이를 실행하는 구조였다. 대부분의 전통 대기업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업이 운영된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이 도입되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IT 기업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보다 민첩하게 하고 현장 중심의 업무 처리를 추진하기 위해 애자일한 조직 체계가 선보였다. 이같은 분산형 조직구조는 중앙집중형과 달리 각 조직이 자율적,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유연한 의사소통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AI 덕분에 각 현장 조직에서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도왔다. 이는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주었다.

중앙집중형 조직은 데이터와 자원을 한곳에서 관리하여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소매 기업은 본사에서 전 세계 매장의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재고를 최적화할 수 있다. 분산형 조직은 각 부서나 팀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혁신과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스타트업이나 애자일 조직에서는 작은 팀이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장 변화를 신속히 반영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은 팀별로 고객 피드백을 즉시 반영해 제품을 개선한다. 또한, 데이터가 분산되어 있어 보안 위협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물론 단점으로는 각 팀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 흐려질 수 있고 중복된 자원 투자로 인해 회사 전체 비용이 증가하거나 일관된 시스템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2가지 조직 구조 중 무조건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상황을 고려해 재설계하는 것이 좋다. 특히 IT 기술의 발전은 이 2가지의 조직 구조가 가진 장점들을 결합해 하이브리드 모델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즉, 중앙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현장에서는 실행과 피드백을 주도한다. 이는 인체의 두뇌와 말초신경계가 협력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중앙에서, 일상적인 운영은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처리된다. 구글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중앙에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사적 전략을 수립하고, 각 팀은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또한,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을 통해 중앙 서버에 데이터를 집중시키지 않고도 모델을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이 중앙과 분산의 이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조직 재설계는 중앙과 분산의 이분법적 선택이 아닌, 양측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중앙에서 전략과 기술을 관리하고, 현장에서 실행과 혁신을 주도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넷플릭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두 가지 조직 운영의 균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코닥과 GE는 중앙집중식 운영을 강조한 나머지 DX 성과 창출에 실패했다. 향후 조직은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중앙과 현장의 협력을 강화하고, 리더십과 문화를 통해 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프로세스가 함께 진화하는 여정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 여정에서 최적의 방향성을 제공하며, 조직이 디지털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도록 도울 것이다.

DX 추진을 위한 조직 설계의 고려 사항

위 사례들을 종합하면 디지털 전환의 성공 기업들은 조직 구조, 문화, 기술 측면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첫째, 명확한 비전과 단계별 전략을 갖추었다. 최고경영진이 DX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전사에 공유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시범 사업을 통해 성과와 교훈을 얻고 이를 확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반면 실패한 조직들은 목표가 모호하거나 성급하게 전사 일괄 변경을 추구하여 내부 혼란을 초래하였다.

둘째, 유연한 조직 구조와 협업 체계를 도입하였다. 성공 기업들은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크로스 펑셔널 팀이나 프로젝트형 조직을 통해 민첩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IT 부서와 현업부서 간의 동기화를 통해 협업을 촉진하였다. 반면 실패 사례들은 사일로화된 구조로 인해 협업 부재와 내부 경쟁을 야기하였다.

셋째, 조직 문화와 인재 측면에서 혁신 문화를 뿌리내리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성공 사례들은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여 직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교육과 재교육을 통해 기존 인력을 DX 인재로 전환하였다. 반면, 변화에 저항하는 폐쇄적 문화는 DX 추진을 저해하였다.

넷째, 기술 도입에 있어 사전 면밀한 계획과 단계적 실행, 철저한 테스트 및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었다. 성공 기업들은 기술 전환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어 레거시 시스템을 탈피하고, 클라우드나 최신 기술 기반으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였다. 반면, 준비 부족이나 무리한 시스템 도입은 심각한 장애와 운영 마비로 이어졌다.

이처럼 DX 추진 전략에 있어 명확한 비전과 단계적 접근이 필수이다. DX는 단순 IT 투자가 아니라 사업모델 재창조에 가까운 변화이므로 최고경영진이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민첩한 조직 구조와 협업 체계를 도입하여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IT와 현업 부서 간의 동기화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혁신 문화와 인재 육성에 집중하여 직원들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하며, 지속적인 교육과 재교육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기술 도입 시에는 철저한 테스트와 단계적 실행, 그리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하여 실패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 마디로 조직 구조, 문화, 기술 도입 측면에서의 체계적 변화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핵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사례들을 교훈 삼아 실무에 반영한다면 DX 담당자와 IT 리더들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성공적인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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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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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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