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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본질

공급망 관리 이미지

결국은 본질로 돌아오네요.

SCM의 두 번의 전성기와 그 본질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왜 지금 SCM가 다시 주목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원 조달의 세계화로 공급망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글로벌 차원에서 자원을 최대로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이 편성되었죠. 그리고 편성된 공급망을 10년 넘게 최적화해 왔습니다.
2019년 말에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장기화되면서 두 번째 물결이 SCM에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안전이 거스를 수 없는 방향성이 되었고 공급망은 블록화되고 비대면이 가능한 형태로 재편되고 최적화하게 됩니다.

대규모 환경변화 → 방향성 전환 → 공급망 재편 → 재편된 공급망 최적화 [SCM의 본질 : SCM 체계(물리적 공급망, 공급망 프로세스, 컴퓨터 시스템), 공급망 재편, 재편된 공급망 최적화 1st : 세계화 → 비용/효율 → 글로벌 공급망 → 전체 최적화 2nd : 코로나 → 안전/안정 → 블록화 → 비대면, 디지털 전환
대규모 환경변화에 따른 공급망의 재편방향

대략 이런 그림이 되겠네요. 물론 코로나19로 재편된 공급망의 최적화 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이 최적화의 큰 방향으로 보일 뿐이죠. 그런데 아직은 뭔가 허전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성기 사이에 분명히 작은 파도들이 있었습니다. 공급망을 대대적으로 재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SCM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사건들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사람들은 동시대에 대세로 자리 잡은 개념을 이름에 가져다 쓰고 싶어 하죠.

세계화가 대세가 되면서 글로벌이라는 용어가 유행이었습니다. ‘글로벌 SCM’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같은 선상에서 비슷한 용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환경을 고려한다는 ‘그린 SCM’, 소셜 미디어가 유행할 때 SCM에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소셜 SCM’,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적시에 정보를 확인하고 입력한다는 ‘모바일 SCM’ 등이 있었죠. ‘글로벌 비즈니스 SCM으로 정복하다’를 집필할 당시에는 언급된 다양한 SCM을 SCM1.0과 SCM2.0으로 나누어 설명했었습니다. 제 기억에 SCM4.0까지 갔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구분법은 3.0을 넘어가면 임팩트가 뚝 떨어지죠.

비용 절감(재고 감축) - 공급망의 위기 관리 체계 구축 → 탄력 (노키아, HP, GM) - 에너지 절감,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 그린 (HP, 인텔, 존슨 앤 존슨) - 고객의 수요에 맞춘 공급망 구축 → 고객 지향 (노키아, 맥도날드)
SCM 2.0 * 출처: 삼성경제 연구소(SERI)

당시 책에서 인용했던 삼성경제 연구소(SERI)가 정리한 SCM2.0 그림입니다. 전통적인 SCM은 ‘생산, 유통 등 모든 공급망 단계를 최적화해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제공하는 것’이었고, SCM2.0에 견주어 이를 SCM1.0이라 칭했습니다. 최적화의 방향은 중심에 있는 비용과 재고 절감이었죠. 여기에 새로운 트렌드를 더한 것이 SCM2.0이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보면 그 방향성과 사례로 든 기업들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네요. 하지만 그때는 저도 납득이 되었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 스스로 이런 유사한 형태의 작업을 한다는 것이 조금은 걱정되지만, 긴 호흡에서 SCM의 부침을 설명하기 위해서라 자위하며 앞서 본 SCM의 본질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세계화로 SCM이 처음 주목받았습니다. 지역과 국가에 한정되어 있던 공급망은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그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을 구성합니다. 물리적인 공급망이 만들어지면 그다음은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것이 뒤따릅니다. 글로벌 운영을 통해 비용과 재고를 최소화하고 공급망 내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최적화가 이뤄집니다. 이 시점을 ‘글로벌 SCM’이라 부릅니다.

이후로 10년 정도 글로벌하게 재편된 공급망 최적화가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만들어집니다. SCM은 이를 통해 공급망을 개선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고객과 협력사와의 소통 수준을 높이는 것을 ‘소셜 SCM’이라 했습니다. 또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들을 적극 활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입력하고 집계하는 ‘모바일 SCM’도 언급되었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SCM의 주요한 화두가 됩니다. ‘그린 SCM’이라 칭했습니다.

환경변화로 방향성 전환 : 세계화(글로벌 SCM) → 공급망 재편 : 글로벌 운영 → 재편(개선)된 공급망 최적화 → 기술&트렌드 변화 : (그린SCM, 소셜SCM, 모바일SCM) → 재편(개선)된 공급망 최적화
기술과 트렌드 변화에 따른 그린SCM, 소셜SCM, 모바일SCM의 등장과 공급망 개선

그렇게 SCM의 기업 경영의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마치 공기 같은 것이 되었죠. 공기는 항상 있으니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게 되죠. 하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공기가 나빠지거나 없어진다면 어떨까요? 그런 일이 2019년에 일어납니다. 코로나19가 등장했고 불행히도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공급망의 방향성은 급격히 전환됩니다. 자원 효율화를 통해 비용과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만 직진하던 SCM은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됩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애플은 이런 조치를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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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공급망(SCM)과 관련해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2020년 4월 21일(현지시간) [폰아레나]는 [닛케이아시안리뷰]를 인용해 애플이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1년간 아이폰 생산량을 2억1천300만대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직전 1년간 생산량인 2억500만대보다 4% 증가한 수치인데, 시장 수요 회복에 따른다기 보다는 부품 조달 차질을 우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아이폰12(가칭, 올해 신작) 시리즈를 미리 대거 생산해 재고로 쌓아두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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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애플은 제품 설계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폭스콘을 통해 하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각종 부품 재고와 완성품인 아이폰 재고를 최소화하면서 세계 시장 수요를 고려해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극단의 SCM 전략을 펼쳐 왔죠. 이를 통해 판매량으로는 1위가 아니지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체 수익의 90% 이상을 가져가는 알짜 장사를 할 수 있었죠. 현재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승승장구한 비결이 바로 이 전략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데서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이나 미국, 한국 등지에 있는 부품 공급업체들의 공급 차질 우려는 물론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전체적인 스마트폰 시장 수요 침체 우려가 더해지는 수급 혼란을 우려해 미리 쌓아두고 판매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인력과 물자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안전에 위협받을 것을 예측해 미리 움직인 것입니다.

환경변화로 방향성 전환 : 1st 세계화(글로벌 SCM), 2nd 코로나(코로나SCM) → 공급망 재편 : 글로벌 운영, 안전 → 재편(개선)된 공급망 최적화 → 기술&트렌드 변화 : (그린SCM, 소셜SCM, 모바일SCM), (인공지능SCM, 빅데이터SCM, 클라우드SCM) → 공급망 개선 > 재편(개선)된 공급망 최적화
코로나 19로 인한 공급망 재편도

앞에서 본 프레임에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을 반영해 보면 그림과 같은 형태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 운영을 통해 비용과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구성하고 최적화하던 것에서 ‘안전’이 전제 조건이 됩니다. 아무리 비용과 재고를 줄일 수 있더라도 안전에 위배된다면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온 개념들이 비대면, 모듈화 등입니다.
비대면은 ‘언택트(Un-tact)’라는 용어로 시작했죠. 접촉을 하지 않고 강의를 듣고, 회의를 하는 등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IT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줌(Zoom)으로 대표되는 ‘온택트(Online + Un-tact)’라는 용어를 거쳐 지금은 ‘비대면’으로 정리되었죠. 그런데 비대면과 SCM이 무슨 관계일까요?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코로나19 초기, 세계 곳곳에서 처음 봉쇄가 진행될 때 사람들은 이 상황이 길어야 1달 정도라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은 판매였죠.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했고, 자동차도 고객이 매장에 갈 수 없으니 초기에는 판매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죠.

(Jeep 자동차 비대면 시승 신청 홈페이지) (홈페이지 상단 로고 및 메뉴) Jeep / 모델소개 / MENU CHEROKEE FAMILY SALE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최대 20% 할인 (버튼) 비대면 구매 신청 하기 (버튼) 시승신청 하기
[자동차 비대면 시승 및 구매 사례]

서로 접촉하지 않고 자동차를 시승하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팬데믹 초기에 주춤했던 자동차 판매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차로 움직이는 경향과 합쳐지며 원래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차를 비대면으로 구매할 정도이니 다른 제품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준비가 되어 있었거나 빠르게 비대면 서비스를 구축한 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판매만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생산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과 삼성의 주요 생산 거점이 어디일까요? 애플은 중국이고, 삼성은 중국이었다가 지금은 베트남이죠. 어쨌든 미국과 한국은 아닙니다. 국경이 폐쇄되는 마당에 출장은 생각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신제품 출시는 코앞입니다. 양산 초기는 어떤 곳이나 전쟁터죠. 아무리 잘 설계하고 개발했어도 실제로 대량 생산이 들어가면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집니다. 그래서 출시를 앞두고 엄청난 엔지니어 군단이 중국으로 투입되곤 했습니다. 이들은 생산 라인에서 같이 일합니다. 생산이 안정될 때까지 현장에서 지원하는 것이죠. 그런데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처럼 대규모로 해외 출장을 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죠. 그래서 처음에 저는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의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측은 역시나 빗나갔죠. 이들은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왜 글로벌 IT 기업들은 팬데믹에도 더 잘 나갔을까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비대면 체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은 이미 높은 수준의 IT 인프라를 가지고 언제라도 비대면 체계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가 잘 바뀌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였죠. 그런데 코로나19가 그것을 강제화해 버린 것이죠. 여기에 비해 소규모 회사나 가게를 하는 분들은 당장 새로 투자할 여력이 안 됩니다. 그저 코로나19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상황은 장기화되었고, 그 격차는 지금도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제조사는 생산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제조 업체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공급망 모듈화’가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요.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지를 여러 곳으로 분산해야 하는 필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무선이어폰 에어팟 생산 물량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공급망 모듈화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개인화되면서 ‘특화된’ 사양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 공장 중심의 ‘일관형’ 공급망 만으로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생산설비를 분산시키고, ‘레고블록형’으로 공급망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SCM에 비대면이나 블록화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디지털 전환이 뒤따릅니다. 특히 블록화는 생산 거점의 규모를 줄이고 숫자를 늘리는 형태입니다. 이때 본사와 각 생산 거점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되어야 하죠. 과거에는 이를 위해서 신제품 출시 시점에 대규모 인력이 출장을 갔습니다. 지금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컴퓨터 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입니다. 본사의 일하는 방식과 정보를 해외의 생산 거점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서 클라우드는 기본이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IoT,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기술이 SCM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를 반추해 보면 지금보다 훨씬 큰 기온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럼 왜 지금은 문제가 될까요? 모든 물리 시스템이 그렇지만 지구도 복잡한 시스템이라 평균 온도가 천천히 바뀌면 천천히 변화하며 적응합니다. 문제는 갑자기 확 바뀌는 것이죠. 이럴 경우에는 한참 요동을 치다가 평형점으로 갑니다. 지금처럼 온도가 빠르게 변하면 지구 여기저기가 요동을 칩니다. 그래서 가장 큰 문제는 더워지는 게 아니라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거라고 합니다. 어쩌면 SCM이 주기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매커니즘이 아닐까요? 한동안 조용했던 공급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같이 살펴봤던 공급망관리(SCM)의 본질을 되새겨 보며 조심스럽게 미래의 모습을 같이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연재를 하다 보니 어느새 16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네요. 그동안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성SDS 소셜 크리에이터 주호재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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