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글로벌 테크 시장에는 다양한 이슈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중 기술적으로 괄목할 만하고 우리 일상에 주요한 영향을 줄 테크 트렌드 5가지를 꼽았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올 로봇과 그에 따른 신규 사업들
2023년 11월 17일, 우리나라에는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로봇이 지정된 실내 공간을 제외하고 일반에 공개된 실외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습니다. 도로교통법 등 법적인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제처가 공개한 입법예고안 (2023년 7월 18일 공고)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련 보도자료 (2023년 11월 16일)를 종합하면 이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이른바 실외이동로봇에게는 보행자의 지위가 부여됩니다. 이는 정부의 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이라면 사람처럼 인도나 횡단보도 등을 합법적으로 통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우리는 인도에서 실외이동로봇과 함께 걷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실외이동로봇은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실외이동로봇을 활용한 음식 배달업입니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그간 음식 배달 시장은 상당한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는데 이제 실외이동로봇도 음식 배달 라이더의 한 축이 될 것입니다. 주요 배달 사업자들은 오래전부터 로보틱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곧 다가올 로봇 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배달의 민족은 '딜리(Dilly)'라는 이름의 배달 로봇을 개발해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몰 일대에서 2023년 11월 초부터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코엑스몰의 로봇 배달 가능 매장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해당 위치까지 배달을 해줍니다. 2023년 11월 현재, 아직은 실험적인 프로젝트이므로 테헤란로 전역에서는 불가능하고 코엑스몰 인근 지역만 해당 서비스가 시행 중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곧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며 사용자를 늘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감시나 순찰 혹은 경비업도 실외이동로봇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로봇협업지능연구실이 작성한 논문 ‘멀티모달 센서 기반 실외 경비로봇 기술 개발 현황 (2022, 장지호 등)’에 따르면, 최근의 실외 경비로봇 기술은 단순히 한 종류의 센서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센서 즉 멀티모달 (multimodal) 센서 기반으로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적 배경을 기반으로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센서가 달린 실외이동로봇이 사람 대신 감시와 경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험한 상황에 대한 대처, 24시간 지속적인 경비 활동,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및 보고 등이 가능하게 됩니다.
지능형 로봇법에서 규정한 실외이동로봇은 안전을 위해 무게 500kg 이하, 속도 15km/h 이하로만 운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주행을 하게 되므로 최대 적재 무게와 최대 주행 속도를 엄격히 제한해 놓았습니다. 관련 보험 상품도 등장할 예정으로, 한국로봇산업협회가 손해보장사업의 실시기관이 될 것입니다.
3차원 세계로 나올 초거대언어모델
올해 주목할 첫 번째 트렌드는 보다 발전할 'ChatGPT'에 관한 것입니다. 2024년에 들어서도 ChatGPT는 글로벌 테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며 특히, 올해는 ChatGPT가 그동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발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에는 단순히 웹 브라우저 기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로만 존재했던 ChatGPT가 이제는 3차원 물리 공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오픈AI가 제공하는 API를 통해 초대형 언어 모델인 GPT-4를 로봇 기술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한 대화 기능을 넘어서, 로봇과의 결합을 통해 ChatGPT가 물리적 상호작용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ChatGPT를 이용해 본 사용자라면 잘 알겠지만, ChatGPT의 자연어 처리 및 정보 처리 능력은 마치 인간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로봇과의 결합을 통해 ChatGPT는 단순한 '두뇌'를 넘어서 '몸'을 갖춘 존재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 결합은 로봇을 조작하는 인간 조종자에게도 상당한 장점을 제공합니다. ChatGPT의 우수한 언어 모델은 작업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보다 복잡한 작업을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해줍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에서 '유레카(Eureka)'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는데, 이는 로봇 훈련을 위한 모델을 핵심으로 합니다. GPT-4 모델에 로봇 운용에 필요한 강화학습을 접목한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발된 로봇들은 인간과 유사한 손동작, 복잡한 물체 조작 능력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볼펜을 돌리거나 공을 던지고 받는 등의 섬세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위 사용, 작은 문이 달린 캐비닛을 여는 등의 일상적인 동작도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올해는 GPT 4.5 모델 혹은 GPT 5 모델의 출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들 모델은 비디오 데이터의 분석 및 생성 능력, 데이터의 최신성 및 매개변수의 증가 등을 특징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발전은 로봇과의 접목을 통해 3차원 물리 세계로의 확장은 물론, AI 기술의 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ChatGPT를 중심으로 한 오픈AI가 어떤 성과로 우리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됩니다.
이제 직접 경험하게 될 위성 통신
올해 주목할 다음 소식은 바로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입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개발 회사 ‘스페이스X’의 자회사인데 올해 한국에도 스타링크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기술적으로 스타링크는 기존의 셀룰러 및 케이블 방식의 통신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지구상 어디서나 위성을 통해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배치된 위성을 이용해 기존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통신망을 제공하는 것을 사업의 핵심 아이디어로 삼고 있습니다.
저궤도에 위치한 위성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상과 빠르고 안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반면 그만큼 커버리지가 작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스타링크는 단순히 한두 개의 위성이 아니라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수천 개의 위성을 운영 중입니다. 지상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작은 송수신기만 있으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스타링크는 기존에 지역적 제약을 받았던 인터넷 접속 방식을 한 단계 뛰어넘는 쾌적하고 안정적인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저궤도 위성을 통한 연결 가능성은 지상의 지리적, 물리적 한계를 해결해 주고 개인 사용자는 물론 모빌리티, 해운, 그리고 격오지의 기업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통신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국내 통신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스타링크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스타링크 코리아'라는 국내 법인이 이미 작년에 설립되었으며, 필요한 모든 통신 사업자 등록 절차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현재 국내 법률상, 해외 통신 사업자인 스타링크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스타링크와 협력할 국내 사업자들은 상호 기술 습득은 물론, 통신이 어려운 지역의 기업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들은 위성 통신 기술을 통해 기존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개인 소비자에게도 위성 통신의 이점은 뚜렷합니다. 도시뿐 아니라 외딴 지역, 섬, 바다에서도 안정적이고 빠른 인터넷 접속이 가능합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위성 통신은 통신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상 통신망이 훼손되더라도 위성 통신은 계속해서 강력한 연결성을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올해 국내에 출시될 스타링크는 기업 고객과 개인 사용자에게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와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와 닮은 또 다른 나를 만든다 - 자가 복제 인공지능
다음 주목할 테크 트렌드는 자가 복제 인공지능, 즉 Self-replication AI 입니다. Self-replication AI는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스스로 AI 알고리즘을 창조하거나 심지어 물리적 하드웨어까지도 제작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마치 SF 영화처럼 자신과 동일한 로봇을 조립하는 로봇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Self-replication AI의 개발 원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이미 훈련된 데이터와 규칙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창조하는 AI입니다. 이 AI는 주어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학습하여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성된 AI는 자신이 학습한 내용 혹은 가이드에 따라 다른 AI 시스템을 자동으로 구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원리는 첫 번째 원리와 달리 사전에 정해진 훈련 없이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창조하는 AI입니다. 이는 AI가 독립적으로 다른 AI를 생성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어떤 기능의 새로운 AI 모델이 탄생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접근법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는 분야로 사전 훈련이 필요 없다는 점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결과의 불투명성은 위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AI 테크 기업 Aizip은 대형 인공지능 모델이 소형 인공지능 모델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미국 UC Davis 대학의 교수이자 Aizip의 창업자인 Chen 박사는 이러한 개발 방향이 미래에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는 대형과 소형 인공지능 모델이 서로 협력하여 더욱 완벽하고 효율적인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Self-replication AI 개발 추세는 현재의 인공지능 모델 또는 시스템 개발이 여전히 많은 인간의 노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단계로 보입니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때문입니다.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한다면, 우수한 AI는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직접적인 통제를 벗어난 자가 복제 인공지능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한편으로 이런 우려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Self-replication AI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올해도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입니다.
선거, 인공지능, 그리고 규제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치열한 선거 운동이 펼쳐질 미국 정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부작용과 규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스탠퍼드 대학의 Human-Centered AI 연구소는 미국 정부의 새로운 인공지능 규제책을 중요한 테크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Human-Centered AI 연구소는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페이페이 리, 최적화에 대한 미국 기업의 집착이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키는지 연구한 '시스템 에러'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의 저자 에릭 브린욜프슨 등 인공지능 분야의 전설적인 교수들이 있는 연구소입니다.
2023년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공지능의 안전한 개발과 사용을 위한 포괄적인 행정 명령 (Executive Order)에 서명함으로써,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지원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명령은 개인정보 보호, 소비자 및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혁신 촉진을 포함한 여러 가지 핵심 원칙을 정립하였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출시하기 전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로부터 안전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 정부 차원의 과학적으로 세밀한 규제와 모니터링이 도입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가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AI 생성 콘텐츠에는 워터마크를 표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결과물의 진위 여부와 출처를 보다 쉽게 판별할 수 있게 됩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자동화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로 인해 취약해질 수 있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되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 명령은 규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고숙련 전문 인력을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는 등, 기업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이에 대해 현재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이 행정 명령의 초안에 중요한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기술과 생태계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 전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도 빅테크 기업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이번 행정 명령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관점에서 행정 명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소비자와 근로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개발 기업의 입장이 더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AI 기술 발전의 그늘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잠재적 피해와 실직, 임금 삭감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해결책 마련이 향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자료
[1] https://www.moleg.go.kr/lawinfo/makingInfo.mo?lawSeq=73886&lawCd=0&&lawType=TYPE5&mid=a10104010000/
[2] https://ettrends.etri.re.kr/ettrends/194/0905194001/001-009_장지호.pdf/
[3] https://www.foxla.com/news/ai-self-replication-machine-intelligence-can-now-replicate-independently/
[4] https://www.starlink.com/
[5] https://www.techradar.com/computing/artificial-intelligence/researchers-build-ai-that-can-replicate-and-alter-itself-and-im-pretty-sure-thats-an-opening-line-from-the-original-terminator-script/
[6]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10/30/fact-sheet-president-biden-issues-executive-order-on-safe-secure-and-trustworthy-artificial-intelligence/#:~:text=The%20Executive%20Order%20establishes%20new,around%20the%20world%2C%20and%20more/
▶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기고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