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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효과, 인류의 역사를 바꾸다

독일의 로켓 발사 기술을 어느 나라가 훔쳐갈 것인가?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미국, 러시아(구 소련), 영국의 세 연합국들은 각자 커다란 고민에 빠집니다. 바로 독일이 없어지고 난 전후의 권력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죠. 연합국들은 모두 다 같이 독일의 뛰어난 과학과 기술력을 훔쳐가려고 안달이 나 있었습니다. 특히, 독일의 V2 로켓 발사를 주도했던 폰 브라운 박사는 1위 포섭 대상으로 분류가 되어있을 정도였습니다. 2차 대전 내내 독일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첨단 무기 앞에 상대가 되지 않았던 씁쓸한 경험 때문이었죠.

실제로 미국은 2차 대전 중에 미텔바우 기지에 있던 폰 브라운 박사를 포함한 120명의 독일 과학자를 미국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합니다. 이걸 영화로 만들기도 한 걸로 아는데, 작전명은 ‘페이퍼 클립’ 작전이었죠. 실제로 폰 브라운 박사는 이후 미국에서 새턴 로켓과 아폴로 계획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우주 시대를 개척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이 과학자들을 몰래 빼내간 것을 알고 미텔바우에 있던 V2 로켓 공장을 급습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쓸만한 과학자들과 연구 자료들은 모두 가지고 간 뒤였습니다. 그러자 러시아는 그 스케일에 맞게 열차 수백 대를 동원해 V2 공장 전체를 러시아로 통째로 옮겨버립니다.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 인류의 우주시대를 열다

스푸트니크 발사로 인해 인류의 역사가 새로 써지기 시작했다

1957년 10월 4일, 수많은 독일 과학자들과 연구 자료를 먼저 탈취해 갔던 미국보다 먼저 러시아는 스푸트니크라는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합니다. 미국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입니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수소폭탄을 로켓에 실어 미국 본토로 날려보낼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인공위성으로 미국 땅을 감시할 수도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또한 미국 전역에 핵방공호가 지어지기 시작했죠.

실제로 미국의 근대 사학자들은 스푸트니크 사건을 진주만 공습, 911테러와 함께 중요한 3대 사건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도 중국의 경제와 군사적 성장 위협이 눈에 띄게 늘어났던 것을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서구 문화권에서는 스푸트니크 발사가 주었던 충격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먼저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벌써 로켓을 우주로 쏘아보낼 수 있었는가?’하는 자조 섞인 질문을 던졌고, 미국인들은 그제서야 과학기술, 이공계 투자에 인색했던 자신들의 모습에 뼈아픈 반성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입니다. NASA 이전에 천대받던 과학기술 분야는 국가 지원을 통해 산학 협력 체제가 갖춰지고, 연구소들에 대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미국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스푸트니크, GPS를 만들어내다

1957년 10월,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후 20대 연구원이었던 가이어와 와이펜바흐는 인공위성이 발사되었다면 그 신호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극초단파 수신 전문가였던 와이펜바흐는 20MHz의 주파수 대역에서 스푸트니크 신호를 잡아냈고 그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삑삑거리는 그 작은 소리들을 모아 날짜와 시간을 기록했는데, 그들은 소리를 듣다 보니 소리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도플러효과’라고 부르는 것으로, 소리를 내는 물체가 가까워질 때는 점차 그 소리가 짧아지고, 멀어질 때는 그 소리가 길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자동차가 다가올 때와 멀어질 때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조금만 계산하면 인공위성의 움직이는 속도와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신남, 난리법석
스푸트니크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과학자들은 수집된 데이터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스푸트니크가 지구 둘레를 96분마다 1바퀴씩 돌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르러 이를 반대로 이용해 24개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보내고, 위성에서 지구의 신호를 측정하여 지상에서의 정확한 좌표계를 계산해내는 기술을 개발해냈죠. 이게 바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자랑스러워한 스푸트니크, 인터넷을 시작시켰다고?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엠블럼을 보면 별들을 품고 있는 3개의 파란색 원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러시아가 우주 강국이었던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하기 위해 넣은 것으로 스푸트니크호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NASA와 달 탐사 계획을 만들게 했던 과거의 향수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것이죠.

저자도 저 별 모양이 스푸트니크라는 것을 글을 쓰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 FIFA)

이번 시간에는 스푸트니크가 탄생시킨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마지막으로 스푸트니크가 인류 역사를 가장 크게 바꾼 것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인터넷의 발명입니다. 러시아가 핵 공격을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널리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전시 상황에서 통신망을 확보해야 했던 미국은 DARPA(미 국방성 방위고등 연구 계획국)에서 새로운 통신 기술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원형인 ARPANET을 개발했죠.

만약 스푸트니크호가 우주 개발의 역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행기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갈 수도 없고, 내비게이션도 없으며, 인터넷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삼성SDS 소셜크리에이터 조남호(Principal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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