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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2.0: 디파이(DeFi)와 DAO가 열어갈 미래 금융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등장과 함께 금융 산업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초기에는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로 주목받았고, 이후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실물 경제와 결합하며 발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과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 전통 금융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모델로 부상하면서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블록체인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현재 DeFi와 DAO가 금융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핀테크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전망한다.

블록체인의 흥망성쇠 속 2.0의 가능성

블록체인은 2009년 비트코인의 출현 이후 여러 차례의 부침을 겪으며 발전해 왔다. 처음에는 암호화폐로 주목받으며, 탈중앙화를 바탕으로 한 신뢰 기반 기술로서 주목받았다. 이후 스마트 계약과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을 통한 탈중앙화를 활용하여, 다양한 서비스로 활용 범위가 확장되는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았다. 특히 코로나 시기인 2020년대 들어서면서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를 기반으로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거래 방식으로서 금융과 자산 거래의 서비스가 시도되었다. 그리고, 팬데믹이 끝난 2023년부터는 기존 금융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금융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이 시도되며 블록체인 2.0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시기별 발전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암호화폐로 주목받은 1.0 (2009~2016)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로 블록체인이 탄생했고, 2009년 첫 블록이 생성되면서 본격적인 분산원장 기술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1.0의 대표 주자로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고 P2P 디지털 화폐를 구현한 혁신으로 주목받았다.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고, 수많은 알트코인이 등장하며 시장이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ICO(Initial Coin Offering, 코인공개)로 인한 무분별한 투기가 성행하면서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투영되어 블록체인 기술이 오용되며 평가 절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핀테크의 연장선상에서 금융 혁신을 시도하는 여러 기관이나 스타트업은 암호화폐를 새로운 자산군의 부상으로 주목했다. 즉,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2013~2015년 사이에 비트코인 거래소 규제 도입, 과세 방안 검토 등 규제 대응을 시작했고, 암호화폐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 왔다.

탈중앙화 기반의 거래 솔루션으로 확장된 1.5 시대 (2015~2019)

2015년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블록체인은 2세대 플랫폼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블록체인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이를 통해 암호화폐 외에도 금융, 무역, 물류, 부동산,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2017년 런던 블록체인 엑스포에서는 블록체인이 정부 행정, 법률, 에너지, 부동산 거래, IoT, 공유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소개되었다. 실제로 2018년 HSBC와 ING은행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무역금융 거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블록체인이 거래비용 절감과 속도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탈중앙화 블로그 스팀잇의 PC화면 [그림 1] 한때 탈중앙화 블로그로 주목받았던 스팀잇

부동산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의 활용이 본격화되었다. 2017년에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례가 등장했고, 이후 여러 국가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시도했다. 금융권 역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공급망 관리 등의 분야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기술 투자를 늘렸다.

각국 정부는 초기 암호화폐를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점차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토지대장 관리, 금융결제 시스템 등에 블록체인을 시험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지나친 기대 속에서 시행된 여러 시범 사업이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시기를 거치면서 블록체인은 화폐를 넘어 실물 거래 영역으로 확장되며 금융 혁신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리플(XRP) 연간 거래량 추이 그래프 [그림 2] 실물거래에 실제 사용되고 있는 리플의 연간 거래량 추이 (출처 : Claude Sonnet 3.7로 분석)

지난 10년간 리플(XRP) 연간 거래량 추이

단위 : 10억 달러 (연간 누적 거래량)

2014~2016년 - 0 근처에서 소폭 상승, 2016~2017년 - 약 55까지 상승, 2017~2018년 - 약 130까지 상승, 2018~2019년 - 약 70까지 하강, 2019~2020년 - 약 75까지 상승, 2020~2021년 - 약 200가까이 상승 2021~2022년 - 약 100가까이 하강 2022~2023년 - 100까지 하강 2023~2024년 - 약 155까지 상승

NFT 붐으로 급부상한 제2의 코인 시대 (2020~2021)

2020년대 들어 블록체인은 NFT 열풍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NFT는 2017년 크립토펑크, 크립토키티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등장했으나, 2021년 초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NFT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785억 원) 낙찰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NFT 아트 -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그림 3]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 비플이 2007년부터 매일 제작한 5,000개의 이미지를 콜라주한 것으로, NFT 형태로 판매된 최초의 순수 디지털 예술 작품

이후 2021년은 "NFT의 해"로 불릴 만큼 NF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시장 규모가 전년도 1억 달러 수준에서 249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NFT는 예술품, 게임 아이템, 디지털 부동산 등의 형태로 거래되었고 글로벌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NFT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가 실제 자산과 가치 거래에 폭발적으로 사용하면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다만, 금융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NFT를 디지털 자산 소유권의 혁신으로 평가하며, 메타버스 경제 기반으로 보고, 기대하는 긍정의 목소리와 실물 가치를 지닌 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투기적 거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NFT 시장도 2022년 들어 거래량이 급감소하며 조정을 겪으며 ICO에 이은 두 번째 허상으로 결론을 맺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와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블록체인 2.0 부상과 신 금융시장 가치 창출

2021년 이후 블록체인은 거품 붕괴를 겪으면서도 근본적인 기술 혁신 가치를 증명해 가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암호화폐의 총 자산가치는 약 2.71조 달러이며, 향후 5년 내 9조 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Thinking Crypto의 분석가 Tony Edward) 실제 비트코인은 2월 기준으로 약 시가총액이 1.7조 달러를 넘어섰고 2024년 11월 12일 기준으로 은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기존 금융기관들도 관련 상품을 출시하거나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며 블록체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이더리움을 비롯한 블록체인 2.0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탈중앙 금융(DeFi)과 DAO가 금융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전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 추이와 비트코인의 비중을 설명하는 CoinGecko 페이지 [그림 4] 전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 추이와 비트코인의 비중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차트

  • 현재 시가총액: 약 3.24조 달러
  • 24시간 변동률: -3.6%
  • 1년 변동률: +55.64%
  • 추적 중인 코인 수: 16,793개
  • 추적 중인 거래소 수: 1,258개
  •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2,350억 달러 (전체의 7.25%)

비트코인(BTC) 지배력 차트

  • 비트코인 시가총액: 약 1.89조 달러
  • BTC 지배력: 58.28%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은행, 증권사, 카드사 같은 기관이 금융 서비스의 중개 역할을 했다. 하지만 DeFi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해 이러한 중개기관 없이도 대출, 예금, 거래, 파생상품 거래 등을 운영할 수 있는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를 만들었다. 실제로 2024년 이더리움 기반 DeFi 프로토콜에서 운용되는 총 예치금(TVL, Total Value Locked)은 2,140억 달러를 넘어서며, (CryptoTvplus의 DeFi TVL 보고서)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니스와프(Uniswap) 같은 탈중앙 거래소(DEX)는 중앙화 거래소와 비슷한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메이커다오(MakerDAO), 컴파운드(Compound), Aave 같은 대출·예금 프로토콜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더해 DeFi가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자금 운용 방식의 변화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실행하며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DeFi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스마트 계약이 수행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자산을 예치하면,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대출받을 수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투명하게 기록되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DeFi는 기존 금융보다 더 높은 수익률과 개방성을 제공하면서도 국가 간 금융 장벽을 허물고 있다. DeFi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편, DeFi와 함께 주목받는 또 하나의 요소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의 부상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정부나 금융기관의 정책에 의해 운영되었지만, DAO는 스마트 계약과 커뮤니티 기반 거버넌스를 통해 자율적으로 금융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DAO는 이미 DeFi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모델로 자리 잡았으며, 유니스와프와 메이커다오, 컴파운드 등의 프로젝트는 DAO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유동성 공급자와 이용자들이 투표를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DAO는 단순히 금융 서비스 운영을 넘어 투자 펀드, 벤처 캐피털, 크라우드 펀딩, 탈중앙화 보험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PleasrDAO는 예술품 및 희귀 자산을 공동 소유하는 모델을 만들었고, FlamingoDAO는 NFT 투자 펀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ConstitutionDAO는 미국 헌법 초판을 공동 구매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지펀드 억만장자가 낙찰받음으로써 구매는 실패했다. 이처럼, DAO를 활용한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을 보여줄만큼 짧은 시간에 무려 600억 이상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오직 이 ‘헌법 초판을 구매한다’라는 믿음에 기반해 기꺼이 자기 돈을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금한 것이다. 이러한 DAO 모델은 기존 금융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투명성과 민주적 의사 결정을 보장하며 개인들이 직접 투자 및 금융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헌법 초판 사진 [그림 5] DAO로 구매를 시도한 미국 헌법 초판

결국, 블록체인 2.0 시대의 DeFi와 DAO는 기존 금융과의 융합을 통해 신 금융 시장을 창출하고 더욱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DeFi는 기존 금융 서비스의 중개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며, 개인이 자신의 자산을 더욱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DAO는 전통 금융의 폐쇄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탈피하여 참여형 금융 모델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블록체인의 금융 혁신은 기술적 발전과 규제의 변화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진화해왔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보안 문제, 규제 대응, 사용자 경험 개선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DeFi와 DAO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블록체인 2.0은 금융 시장에서 더욱 깊이 자리 잡으며 신 금융 시장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탈중앙화 금융(DeFi)과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은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설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앙화된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금융을 위한 디파이와 DAO의 역사와 용도

탈중앙화 금융(DeFi)과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은 블록체인의 확장된 활용 사례로 앞선 예처럼 금융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다시 정리하면, DeFi는 전통적인 금융기관 없이도 대출, 예금,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었고 DAO는 커뮤니티 기반의 금융 거버넌스를 구현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과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DeFi의 부상과 기술적 배경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은 기존 금융기관 없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운영되는 금융 시스템이다. 개념적으로는 2009년 비트코인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2015년 이더리움이 출시되면서부터이고, 실제 부상한 것은 코로나19의 확산 시기부터이다. 2017년 메이커다오(MakerDAO)가 이더리움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 DAI를 출시하면서 DeFi의 초기 모델이 등장했고 이후 컴파운드(Compound), 유니스와프(Uniswap) 등의 프로토콜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DeFi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DeFi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점은 2020년 "DeFi Summer"라 불리는 유동성 채굴 붐이 시작된 이후다. 컴파운드가 자체 거버넌스 토큰 COMP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수많은 자금이 DeFi 프로토콜로 유입되었고, 이에 따라 대출, 예금, 스와프(거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

DeFi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기관 없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같은 중앙화된 기관이 거래를 승인하고 관리하지만, DeFi에서는 스마트 계약이 모든 금융 거래를 자동으로 실행한다. 사용자는 은행 계좌 없이도 지갑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DeFi 프로토콜에서 대출을 받고, 예금을 하고,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2024년부터 실제로 유니스와프와 같은 탈중앙 거래소는 거래량이 기존 대형 거래소들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고, Aave, Curve Finance 같은 대출·예금 프로토콜도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할 만큼 신뢰도를 확보했다.

하지만 DeFi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스마트 계약의 보안 취약점, 높은 담보 요구, 시장 변동성 등으로 인해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2021년 이후 몇 차례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하며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eFi 프로토콜들은 보안성을 강화하고, 보다 직관적인 UX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DAO의 부상과 발전 과정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은 블록체인 기반에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운영되는 조직 구조로 전통적인 기업이나 협회와 달리 중앙 관리자가 없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투표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따른다. DAO의 개념은 이더리움이 출시된 후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2016년 "The DAO"라는 최초의 대형 DAO 프로젝트가 출범하며 주목받았다. The DAO는 벤처캐피털 펀드를 탈중앙화해 스마트 계약으로 자동 운영하는 실험이었지만, 해킹 사건으로 인해 실패하면서 한동안 DAO 개념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DeFi의 성장과 함께 DAO 거버넌스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DeFi 프로토콜에서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DAO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DAO의 핵심 가치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참여형 거버넌스다. 기존 기업에서는 경영진이 주요 결정을 내리지만 DAO에서는 커뮤니티가 직접 투표로 정책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유니스와프 DAO는 수수료 구조 변경이나 새로운 기능 추가 여부를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며 메이커 DAO 역시 DAI의 금리 정책을 거버넌스 투표로 정한다. 전통 금융권도 DAO의 개념을 점점 수용하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DAO 모델을 활용한 디지털 펀드를 실험하고 있으며, 2022년 미국 와이오밍주는 DAO를 공식적인 법인 형태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DAO는 기업 거버넌스, 협동조합, 벤처 투자,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DAO는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제공하며 금융, 기업 운영, 투자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일부 대형 토큰 보유자에게 권한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
둘째, 법적 지위와 규제 문제가 불명확하여 기존 금융법과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스마트 계약의 보안 취약성으로 인해 해킹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
넷째, 참여자 지속성 문제로 인해 커뮤니티 기반 운영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DAO는 위임 거버넌스,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 보안 강화, 지속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을 도입하며 발전해 가고 있다. 향후에는 AI 자동화, 스마트 계약 최적화, 하이브리드 DAO 모델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통 금융 및 기업 운영과 융합되면서 보다 실용적인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를 발전시킬 블록체인 2.0의 기회

지난 10여 년간 모바일 핀테크의 발전은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과거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만 가능했던 송금, 결제, 투자 등의 금융 활동이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되면서 사용자의 금융 경험이 혁신적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스마트폰과 결합한 핀테크는 금융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편의성을 극대화했지만, 금융의 핵심 구조는 기존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은행, 카드사, 증권사 같은 중앙화된 금융기관이 중개자로 작용하며 거래를 승인하고 고객의 데이터를 관리하며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블록체인 2.0이 가져올 변화는 금융 시스템의 백엔드 인프라 자체를 혁신하는 것이다. 기존 금융이 중앙화된 기관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면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과 탈중앙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자동화하고 분산화한다. 금융기관이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를 승인하는 대신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직접 거래를 검증하며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스마트 계약이 즉시 실행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속도 개선을 넘어 금융 서비스의 비용 절감, 접근성 확대, 신뢰 구조 재편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이는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향후 AI Agent로 인한 새로운 Autonomous economy가 본격화할 때 지금보다 훨씬 많고 잦은 AI간 소액결제를 하는 용도로서 블록체인 2.0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개인 금융 경험

블록체인 기술이 본격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도입되면 개인 사용자의 금융 서비스 경험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금융 주권의 개인화다.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평가를 받아야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국가 간 송금을 하려면 복잡한 절차와 높은 수수료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개인이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직접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계좌 개설 과정 없이 DeFi(탈중앙 금융) 프로토콜을 통해 누구나 대출을 받고 예금을 하고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전통 금융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은행 계좌조차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다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 서비스 확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거래 속도와 비용 절감도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중요한 특징이다.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은 여러 중개 은행을 거쳐야 하며 이에 따른 높은 수수료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몇 초 만에 거래가 완료되며 중개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실제로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된 암호화폐)은 국경 간 송금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 강화다. 기존 금융기관에서는 거래 내역이 기관 내부 시스템에 기록되고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거래가 공개 원장에 기록되며 누구나 이를 검증할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금융 사기와 부정행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어 사용자는 공개된 네트워크에서 신원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기업의 역할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혁신

블록체인이 핀테크 시장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금융 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전통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의 도입을 통해 자체적인 혁신을 꾀하고 있으며 핀테크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은행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망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 유럽연합,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CBDC 발행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금융의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기존 은행들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송금과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 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채권 및 주식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핀테크 기업들도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기존 핀테크 업체들이 카드 결제, 모바일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DeFi 기반 투자 상품, NFT 담보 대출, 스마트 계약 기반 보험 상품 등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탈중앙화 보험, 투자 조합 등을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형태로 운영하며 기존 금융과 차별화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DAO는 금융 거버넌스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투자 상품을 운용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투자 펀드는 기관이 투자 결정을 내리지만 DAO 기반 투자조합에서는 구성원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금융 서비스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보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블록체인의 금융 혁신이 지속될수록 기업들은 점점 더 중앙화된 금융과 탈중앙화된 금융이 공존하는 구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초기에는 전통 금융기관과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는 듯 보였지만 점차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이 융합되는 하이브리드 금융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혁신적인 서비스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다.

결국 블록체인 2.0은 금융 시스템을 기존의 중앙화된 신뢰 구조에서 탈중앙화된 자동화 시스템으로 변화시키며 핀테크 기업과 전통 금융기관이 함께 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향후 몇 년 안에 블록체인이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며 특히 신속한 거래, 낮은 비용, 투명한 시스템을 요구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개인 사용자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더 빠르고 자유로운 금융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기업들은 이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 기회를 포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이다. 과거 모바일 핀테크가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혁신했던 것처럼 블록체인 2.0은 금융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디지털 화폐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DeFi와 DAO는 금융 서비스의 개방성과 자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기존 금융기관도 블록체인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은 금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더 깊이 활용되며 중앙화된 시스템과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공존하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AI Agent Economy 시대의 금융

더 나아가 블록체인 2.0의 발전은 단순히 사람 중심의 금융 구조를 재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도래할 AI 에이전트 경제(AI Agent Economy)의 기반 인프라로 확장될 것이다.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진화와 함께 사람을 대신해 판단하고 거래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실제 경제 활동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전트들은 특정 사용자의 의도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보험 상품을 비교·가입하고 실시간으로 유동성 풀에서 자산을 교환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AI 기반 거래 시스템은 인간의 행동보다 훨씬 더 빠르고, 더 자주, 더 작은 단위로 금융 거래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존의 중앙 집중형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금융 구조를 요구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기반의 자동화된 탈중앙 금융 시스템(DeFi)이 탁월한 대안으로 부상한다. 스마트 계약은 에이전트가 조건에 따라 즉시 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는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담보한다.

또한, AI 에이전트 간 거래는 사람 간 거래보다 훨씬 더 정교한 신뢰 관리와 인증 체계를 요구하는데 이는 DID(자기 주권 신원)와 토큰 기반 권한 구조를 갖춘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다. AI가 지갑을 보유하고, 자산을 관리하며 프로토콜에 참여해 DAO의 일원이 되는 구조는 이제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실제 구현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은 단순한 기술 결합이 아니라 금융의 행위 주체가 사람에서 알고리즘으로 확장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향후 AI 에이전트가 개인을 대신해 금융 결정을 내리는 시대에는 자동화와 신뢰, 보안, 투명성,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인프라가 핵심이 될 것이다. 지금의 블록체인 2.0은 바로 그 미래 금융 구조를 준비하는 전환기의 기술적 초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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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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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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