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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브랜드 아이덴티티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아주 오래된 영화가 있습니다. 잔잔하고 사랑스러운 내용만큼이나 독특한 제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영화 주인공 춘희와 철수가 그려가는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것인 줄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버릴 수 있는 것인지 몰랐어”라는 영화 대사처럼, 좋은 미술 작품은 우리 가슴을 서서히 물들게 합니다.

몇 해 전,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쿠쉬』(Vladimir Kush)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블라디미르 쿠쉬: 러시아 출생 초현실주의 화가로 현재는 미국에서 작품 활동 중) 그의 작품은 한 마디로 ‘캔버스 위에 그린 시’ 같았습니다. 그만큼 은유 (Metaphor)의 멋을 기발하게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자신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아주 잘 표현한 화가 중 한 명입니다.

미술사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화풍이 존재합니다.
원시 시대 동굴 벽화로부터 출발한 미술은 문화 전성기라 불리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여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위대한 예술가를 탄생시켰고, 이후 인상주의, 모더니즘, 추상주의 등 다양한 사조를 반영해왔습니다. 이러한 미술 사조는 각각 그 시대 흐름과 사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후대에 명성을 얻은 화가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유명한 미술 작품을 보면 누구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몇 분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중세 시대에 과일과 식물을 소재로 초상화를 그렸던 주세페 아르침볼드, 세상을 바꾼 위대한 네 개의 사과(이브의 사과, 뉴 턴의 사과, 폴 세잔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 중 하나를 창조한 폴 세잔, 신조형주의(De Stijl 운동) 화가 피에트 몬 드리안, 일명 ‘땡땡이 무늬’로 강박관념과 환영 메시지를 전달하는 쿠사마 야요이, 산수화에 어머니와 아들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김재홍 그리고 앞에서 소개한 블라디미르 쿠쉬. 이들은 모두 작품 속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대중에게 각인시킨 화가입니다.

그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마다 고유한 화풍이 있듯이, 기업과 상품도 시대별 트렌드와 자신만을 나타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가 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기업(브랜드 관리자)이 창조하고 관리하는 독특한 연상 이미지의 집합체로써 고객에 대한 약속입니다(David Aaker). 즉,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몇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속성과 기능, 가격 등 제품(Product) / 브랜드를 의인화하여 사람의 성격으로 표현한 퍼스낼리티(Personality) / 조직 문화나 가치 체계의 산물로 바라보는 구조(Organization) / 로고나 디자인 등 심벌(Symbol)입니다.

Brand Identity 구성 요소
David Aaker(1996), Building Strong Brands

우리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사용 경험 또는 광고를 보고 난 후, ‘아~ 저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OOO 한 이미지야’라고 인식하게 되면 그 상품은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실히 장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브랜드 퍼스낼리티가 이동통신서비스 구매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을 통해 논문 주제로 다뤘습니다. 지금은 모든 스마트폰 번호가 010으로 통일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SKT는 스피드011, 신세기통신은 파워디지털017, KTF는 n016, LGT는 광PCS019, 한솔텔레콤은 oneshot018 등 이동통신 서비스마다 각각 고유 식별번호가 있어서 각 서비스 아이덴티티가 지금보다 더욱 선명했습니다. 사업자마다 자신의 식별 번호를 알리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던 시기로, 이때 자신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사업자는 역사 속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했습니다(물론 M&A 과정에서 다른 관점과 배경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요? 내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이덴티티와 타인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어떻게 다를까요?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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