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60년대 행정전산화를 시작으로 2000년대 전자정부, 2010년대 디지털플랫폼정부로 진화해 왔다. 이 과정 속에서 행정 효율화와 재정 조달의 투명화 그리고 민원 편의를 도모했으며 데이터 기반 행정을 통한 보다 적확한 행정 공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특히 2000년대 접어들면서 민원 서비스 혁신, 전자조달, 국세·지방세 전자신고, 사회보험 통합 정보시스템, 부동산 등기·가족관계 등 공적 장부의 전산화가 이루어졌고 2010년대에 u-KOREA 기본계획과 함께 세금 신고와 납부를 온라인화하고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한 홈택스와 정부24 덕분에 공공 서비스의 온라인화가 본격화되었다. 그렇다면 AI 시대를 맞이해 2025년 신정부의 AI 공공 서비스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1990년대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했고, 2000년대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2010년대 공공 서비스의 온라인화 그리고 2020년대 상반기 공공과 민간 데이터의 연계와 클라우드화를 통한 4번의 혁신이 이루어져 왔다. 2020년대 하반기부터는 AI 기반으로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라우저를 열고 연결하는 모든 홈페이지의 맨 앞 주소는 'http'로 시작된다. ‘Hyper Text Transfer Protocol’이라는 뜻으로 컴퓨터끼리 초월적인 모든 종류의 텍스트들을 전송할 때 사용되는 약속을 말한다. 전 세계의 컴퓨터들이 서로 연결되어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http로 정한 규칙 덕분이다. 우리가 네이버나 ChatGPT에 연결할 때 이 서비스의 주소를 브라우저의 주소창에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자동으로 맨 앞에 'http'가 자동으로 붙게 된다. 그렇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의 컴퓨터들은 http라는 규칙을 기반으로 특정한 페이지에 길을 잃지 않고 연결할 수 있다. 그 규칙 하나 덕분에 인터넷에 모든 페이지가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웹 페이지의 내용을 살펴보다가 중간중간 하이퍼링크(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연결된 다른 페이지를 만날 수 있음)를 누르다 보면 전 세계의 컴퓨터들을 연결해 가며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HTTP 덕분에 웹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들이 유통되고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실어 나를 수 있는 정보 공유의 세상이 된 것이다.
[그림 1] samsungsds.com
그런 연결이 결국 전 세계의 컴퓨터를 넘어 세계의 정보를 연결하게 해주었고,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권력을 가진 언론사나 방송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정보를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정부의 감시와 통제를 벗어나 세계 시민의 자유와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2010년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정치적 격변 과정에서 SNS와 모바일 인터넷은 국가 통제 밖의 정보 유통 경로로 작동했다. 기존 언론이 통제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현장의 사진과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했고, 국제 사회는 이를 거의 동시에 인지했다. 한국에서도 촛불집회 당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확산은 집회의 규모와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특정 기술이 민주주의를 자동으로 보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결된 네트워크가 시민의 표현과 참여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림 2] 미국 ICE 폭력, 살인 사건에 대한 소식을 나누는 x.com의 메시지들
그 연결은 정보뿐 아니라 사람을 묶었다. 이메일은 기업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고 메신저는 실시간 협업을 일상화했다. 화상회의는 물리적 이동 비용을 제거하며 글로벌 협업의 기본 수단이 되었다. 여기에 문서 공동 편집, 프로젝트 관리, 일정 공유 기능을 결합한 협업 툴은 기업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다. 과거에는 회의실과 결재 라인이 중심이던 업무가 이제는 대화 기록, 문서 이력, 결정 과정이 하나의 플랫폼에 축적되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향상이 아니라 조직의 기억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한 변화다. 프로젝트가 종료되더라도 논의 과정과 판단 근거가 남아 다음 업무의 출발점이 된다. 연결된 협업 환경은 개인의 역량을 조직 전체의 생산성으로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2000년대 전자정부는 행정 내부 시스템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처리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 전자조달 시스템은 입찰과 계약 과정을 표준화해 투명성을 강화했고, 국세와 지방세 전자신고는 납세 행정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이 시기의 연결은 주로 ‘부서 내부’와 ‘업무 단위’에 한정되었지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반복 업무와 수작업을 줄이는 실질적 효과가 있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공공 서비스의 온라인화는 사용자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부동산 등기와 같은 공적 장부가 온라인으로 제공되면서 국민은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국세청, 금융기관, 병원, 보험사 데이터를 연결해 개인이 직접 서류를 모으던 부담을 제거했다. 이 시기의 연결은 국민 입장에서 ‘행정의 마찰 비용’을 제거하는 데 집중되었으며 정부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표준화와 시스템 연계를 통해 행정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2020년대 상반기는 공공과 민간 데이터 연계, 그리고 클라우드 전환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공공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트래픽 급증이나 신규 서비스 도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다. 민간 인증 수단과 공공 서비스가 결합하며 로그인과 본인 확인 절차도 간소화되었다. 이는 공공 서비스가 더 이상 정부 단독의 영역이 아니라 민간 기술 생태계와 결합해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무원 입장에서도 원격 근무 환경, 공동 문서 작성, 내부 메신저와 화상회의 도입을 통해 업무 연속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팬데믹 시기에도 행정 기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연결 기반의 협업 환경이 있었다.
[그림 3] 정부의 민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정부24
사실 주민센터나 동사무소, 세무서, 국세청 등의 정부 기관에 가야만 발급받을 수 있었던 각종 민원서류를 이제는 정부24, 홈택스 등에서 받아볼 수 있다. 주민등록등본부터 토지대장, 연말정산, 토지대장 등본과 부동산종합증명서, 전입신고 등의 다양한 민원 서비스를 열람하고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가 클라우드에 보관되어 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 정부 클라우드에 컴퓨터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연결할 수 있어 24시간 민원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지난 25년간 전자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 데이터의 클라우드화는 AI와 만났을 때 더 큰 가치가 만들어진다. 즉, AI는 단일 시스템에서 작동할 때보다 데이터와 서비스가 연결된 환경에서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한다. K-LLM을 포함한 대규모 언어모델과 에이전트 기술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정부 플랫폼 위에서 행정 전반을 가로지르는 조력자로 기능할 수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여러 부처를 전전하며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하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는 경험이 가능해진다. 출산, 이사, 창업과 같이 복합적인 행정 절차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AI 에이전트는 관련 제도와 신청 절차를 종합해 순차적으로 안내할 수 있다. 즉, 특정 정부 앱을 목적에 따라 찾아서 실행하고 필요로 하는 민원 서비스 메뉴를 찾아가거나 검색하지 않아도 AI 프롬프트 창에 원하는 것을 말하면 알아서 AI가 정부의 모든 서비스를 연결해서 통합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렇게 AI 덕분에 국민은 정부의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창에서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에게도 AI는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업무 판단을 보조하는 파트너가 된다. 법령과 지침, 과거 사례를 종합해 초안을 작성하고 유사 민원 처리 이력을 참고해 대응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에 ‘연결’이 더해지면 AI의 효용은 문서 작성 보조를 넘어선다. 민원 접수부터 자격 확인, 증빙 수집, 부처 협의, 결과 통지까지 흩어져 있던 절차가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묶이면서 AI는 누락 가능성이 큰 단계들을 자동으로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의 이행을 안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 민원이 여러 채널로 중복으로 접수되었는지, 특정 서류가 이미 다른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지, 동일 유형의 민원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반려 사유가 무엇인지 등을 즉시 탐지해 공무원에게 안내해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는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로봇’이 아니라 처리 과정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주는 품질 관리자이자 케이스 매니저로 작동한다. 결과적으로 공무원은 검색과 확인, 복사·붙여넣기, 문서 변환과 같은 저부가 작업에서 해방되고 민원인의 상황을 해석하고 예외를 판단하며 현장에서 조정해야 하는 고난도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
정부 조직 전체로 보면 AI는 부처 간 칸막이를 무너뜨리는 ‘연결의 촉매’가 된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부처별로 흩어진 통계, 사업 성과, 예산 집행, 민원 데이터가 표준화되어 연결되어 있을 때 AI는 단순 요약을 넘어 정책의 상호 충돌과 중복 투자를 탐지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 다른 정책과 동일한 수혜자 집단을 대상으로,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현장에서는 어떤 규제가 병목으로 작동하는지, 특정 지역과 계층에 부담이 편중되는지 같은 질문에 대해 시나리오 기반의 분석을 더 빠르게 반복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가 ‘정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책 담당자가 더 많은 가설을 세우고 더 많은 대안을 검증하도록 돕는 실험 인프라가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부처 협의가 문서와 회의 중심으로 느리게 진행되었다면 연결된 데이터와 모델 위에서는 동일한 사실 기반을 공유하고 논의의 출발점을 정렬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그 결과 정책 조율 비용이 줄고 협업의 속도가 빨라지며 사후 평가와 피드백 루프도 강화된다.
결국 AI 시대의 디지털 정부는 ‘잘 만든 시스템’이 아니라 ‘잘 연결된 플랫폼’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이 시사점은 기술 도입의 방향을 바꾸라는 요구다. 앞으로의 경쟁은 앱을 몇 개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가진 데이터와 서비스, 업무 프로세스를 어떤 원칙으로 연결해 국민과 공무원이 “한 번에 끝나는 경험”을 얻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민 관점의 생애주기 기반 서비스 설계가 필요하다. 출산, 취업, 이사, 창업, 돌봄, 상속처럼 삶의 사건 단위로 서비스를 묶고 그 사건을 트리거로 필요한 절차가 자동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무원 관점의 워크플로우 표준화와 기록 체계가 필요하다. AI는 기록이 남는 프로세스에서만 학습과 개선이 가능하므로 문서·결재·협의·통지의 흐름이 플랫폼 안에서 추적 가능해야 한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 인증, 결제, 알림, 상담 등 민간이 잘하는 영역과 공공이 책임져야 할 권한·신뢰 영역을 구분하고 표준 API와 데이터 계약을 통해 안전하게 연결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없다면 AI는 또 하나의 고립된 도구로 전락하고 연결이 없다면 AI는 그럴듯한 챗봇을 넘어설 수 없다. 반대로 연결을 전제로 한 디지털 정부 플랫폼 위에서 AI를 설계한다면 행정은 더 투명해지고 공무원의 일은 더 의미 있게 되며 국민의 경험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디지털 정부의 다음 혁신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그리고 신뢰할 수 있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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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