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급망 계획(Supply Chain Planning)은 지정학적 갈등,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동시에 커지는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수요 패턴은 계획 주기의 안정성을 흔들고 있으며, Rule-based(규칙 기반) 시스템으로는 대응력이 떨어진다[1]. 특히 단일 모델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은 지역별 관세, 기후, 정치 리스크와 같은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수요예측–생산계획–조달–납품으로 이어지는 선형적 구조가 유효했지만, 현재는 각 단계가 다양한 외부 변수에 의해 끊임없이 변동되어 다양한 의사결정이 동시에 요구된다[2]. 그러나 많은 기업은 여전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나 APS(Advanced Planning System)에 기반한 정적 계획을 운영하며, 예외 상황 발생 시 경험적 수작업으로 보완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납기 지연, 생산 부족/과잉, 자재 부족 같은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제 공급망은 단순히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 상황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인간이 전담해 온 결정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주체로 AI Agent가 주목받고 있으며, 자율적 공급망(autonomous supply chain) 구현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3].
앞선 리포트에서 다룬 Decision Intelligence(DI)는 공급망 의사결정을 구조화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대안을 설계하는 ‘두뇌’에 해당한다.[4][5] 그러나 DI(두뇌)가 설계한 판단 구조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내려면 이를 실행할 주체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AI Agent다. DI가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면, AI Agent는 그 틀 속에서 상황을 인지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실행 가능한 조정을 내려 공급망을 움직이는 ‘손발’이 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DI 이후 공급망의 자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AI Agent의 역할과 실제 적용 방안을 살펴본다
AI Agent는 스스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목표에 따라 행동을 조정하는 자율적 의사결정 주체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이 고정된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수준이었다면, AI Agent는 환경 변화에 따라 최적 경로를 탐색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3].
공급망 영역에서 AI Agent의 도입은 특히 중요하다. 수요 급변, 공급 지연, 설비 제약 같은 예외 상황이 발생했을 때, AI Agent는 설정된 목적과 제약 조건을 기반으로 신속히 대응안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 조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기능이다.
또한 AI Agent는 단일 시스템 차원을 넘어, 멀티 에이전트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6]. 예를 들어, 수요예측 AI Agent가 신호를 감지하면 재고 AI Agent가 이를 반영해 조정안을 산출하고, 생산 AI Agent가 공정 제약을 고려해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변환하는 식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러한 AI Agent들이 협력 또는 경쟁 관계 속에서 합의(consensus)를 형성하며, 공급망 네트워크 전반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7].
공급망은 더 이상 고정된 계획을 따르는 체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판단과 조정을 반복하는 동적 운영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AI Agent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완하거나 일부 대체하면서, 공급망 운영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AI Agent는 공급망 관리의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 동적 재고 최적화(Inventory Optimization)
재고 수준은 판매 속도, 기상, 지역 이벤트 등 예측 불가능한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기존 시스템은 주기적 계산에 의존해 변동을 반영하는 속도가 느리지만, AI Agent는 각 거점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상호 협력하여 네트워크 전체의 균형을 신속히 맞출 수 있다.
글로벌 유통사 사례
유통 리딩업체 W社는 매장을 독립적인 AI Agent로 모델링하고, 각 거점이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력해 네트워크 전체 재고를 최적화했다. 그 결과 재고 부족으로 인한 손실을 약 30% 줄이며 기존 방식보다 민첩하게 수요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8].
(2) 공급망 네트워크 설계(Network Design)
글로벌 공급망은 지정학적 갈등, 기후 변화, 정책 리스크 등으로 지속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기존의 네트워크 설계는 고정된 시뮬레이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 유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AI Agent는 네트워크를 그래프로 모델링해 각 노드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변화된 환경에 맞게 거점 전략을 재구성할 수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사례
글로벌 업체 다수는 외부 충격 요인(정전, 정치적 리스크 등)을 반영해 생산 네트워크를 재배치하기 위해 AI Agent 기반 시뮬레이션을 적용했다. 그래프 신경망을 활용해 공장·물류센터·공급업체 간의 복잡한 관계를 동적으로 분석하고, 비용과 리스크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한 최적 대안을 도출했다[9].
(3) 조달 및 공급망 운영(Sourcing & Supply Risk)
조달 리스크는 공급망 전반을 흔드는 핵심 요인이다. 기존 접근은 단순 위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수준이지만, AI Agent는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달 전략을 능동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운송 지연, 지정학적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체 조달 경로를 탐색하고, 생산 계획을 재조정한다.
전기차 제조사 사례
배터리 핵심 소재(리튬·니켈 등)의 공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AI Agent를 도입했다. AI Agent는 국가별 조달 리스크와 운송 제약 조건을 동시에 반영해 대체 공급원을 자동으로 탐색하고, 생산 일정을 실시간으로 재계획하여 라인 정지 위험을 최소화했다[10].
(4) 제조 현장 최적화(Manufacturing Optimization)
공정이 복잡할수록 AI Agent의 효과는 더욱 뚜렷하다. 단일 알고리즘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다층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하고,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산된 판단 구조와 적응성은 공정 간 상호 의존성이 높은 제조 공급망에서 특히 강력하게 작동한다.
반도체 제조사 사례
생산 AI Agent는 장비 가동률, 공정 제약, 수율 데이터를 실시간 반영해 생산 배치를 자동 조정했다. 예를 들어, 장비의 MTBF(Mean Time Between Failures)를 기반으로 다운타임을 예측하고 생산 경로를 사전에 변경하여 수율 손실을 줄였다. 과거 수십 시간이 걸리던 재계획 과정을 실시간 프로세스로 대체하며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6].
(5) 통합 최적화와 경로 재설계(Integrated Optimization & Routing)
현재의 공급망은 재고, 운송, 네트워크가 동시에 얽혀 변동하기 때문에, 단일 영역 최적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Agent는 여러 기능을 동시에 감지하고, 상충하는 목표 간 균형을 스스로 탐색하면서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이벤트 발생 시 즉시 경로와 정책을 수정할 수 있어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글로벌 기술 기업 사례
GPU 선도기업 N社는 cuOpt(GPU-accelerated decision optimization engine)을 결합해 공급망 이벤트를 감지하고, 배송 경로와 재고 정책을 동적으로 재설계하는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경로 탐색이 아니라, 전체 공급망 차원에서 비용·시간·자원 활용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11].
AI Agent가 공급망 계획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운영 환경에서 AI Agent는 판단을 실행하고,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1) 상황 인지(Perception)
공급망에서는 수요 급변, 운송 지연, 설비 고장과 같은 이벤트가 예고 없이 발생한다. AI Agent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준을 넘어, 이러한 이벤트가 공급망 의사결정에 미치는 의미를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계획과 실행의 간극을 최소화한다[6].
(2) 우선순위 조정(Prioritization)
공급망 의사결정은 언제나 충돌하는 목표들—납기 준수, 비용 절감, 자원 활용 극대화—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AI Agent는 정해진 규칙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떤 목표를 우선시할지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계획이 현실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갖추도록 만드는 핵심 능력이다[1].
(3) 협업과 합의(Collaboration & Consensus)
공급망은 단일 의사결정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수요, 재고, 생산, 물류 등 각 영역의 AI Agent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충돌을 조정해야 전체 최적화가 가능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러한 멀티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을 통해 분산된 공급망 네트워크가 합의(consensus)에 도달하는 구조가 제시되고 있다[7].
(4) 실행 적응성(Adaptive Execution)
AI Agent의 가장 큰 특징은 실행 과정에서도 상황에 따라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기치 못한 제약이 발생했을 때, 기존 시스템은 재계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AI Agent는 실행 과정에서도 상황 변화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 계획과 실행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만든다 [9].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AI Agent는 실행 가능한 계획이 아닌 단순 계산 결과에 머무를 위험이 크다. 반대로, 실시간에 가까운 시뮬레이션과 다양한 제약을 반영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를 갖춘 플랫폼은 AI Agent가 실제 운영 환경에서 계획과 실행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 특히 산업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로직 유연성과, 복수의 대안을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고속 처리 기반은 AI Agent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기반을 제공하는 플랫폼만이 계획과 실행을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다.
공급망은 더 이상 정적인 계획 체계로는 유지될 수 없다. 끊임없이 변하는 수요, 공급 차질,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계획은 실행 과정에서 수시로 수정되고 재조정되어야 한다. 이때 단순한 알고리즘을 넘어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을 실행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주체가 필요한데, 바로 그 역할을 AI Agent가 맡고 있다.
AI Agent는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6], 충돌하는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며[1], 여러 기능별 Agent가 협력해 전체 네트워크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낸다[7]. 그 결과, 공급망 계획은 문서에 고정된 절차가 아니라 살아있는 운영 체계로 전환된다[9]. 이는 DI가 설계한 판단 구조를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는, AI Agent만의 차별성이다[2][5].
따라서 이제 중요한 논점은 “AI Agent를 도입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공급망의 어떤 의사결정을 AI Agent에 위임할 것인가?”이다. 자율성과 통제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AI Agent는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공급망을 차세대 경쟁 우위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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