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머스 환경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소비자 행동의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의 온라인 쇼핑은 소비자가 정확한 키워드를 입력해 제품을 탐색하는 키워드 중심 검색 방식에 의존했다. 판매자들은 노출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많은 키워드를 상품 목록에 삽입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나 네이버쇼핑과 같은 플랫폼의 검색 알고리즘에 노출되기 위해서 이동식 유모차인 경우 "여행;여행용;트래블;유모차;해변;공원;초경량;초박형;비행기;기내용 (travel stroller for beach park super compact airplane overhead)"처럼 말이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AI는 이제 ‘10만 이하 최고의 러닝화’나 "foldable compact travel stroller"처럼 모호하지만, 구체적인 요청도 이해하며, 단순한 목록이 아닌 대화형 응답으로 쇼핑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 이처럼 AI 기반의 생성형 검색은 광고 지출과 웹 트래픽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이미 2025년 프라임 데이 기간 동안 미국의 리테일 사이트로 유입된 생성형 AI 소스 트래픽이 전년 대비 3,300% 증가했다는 보고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방증한다. [2]
AI는 단순히 추천 정확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구매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는 AI 에이전트와 사람, 그리고 비즈니스가 함께 쇼핑을 완료할 수 있는 새로운 상호작용 모델을 의미한다. 이번 글은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 속에서 주요 벤더와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AI 기술 기업들은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 제품 발견부터 최종 결제까지 통합하는 트랜잭션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ChatGPT와 자체 브라우저 아틀라스를 통해 에이전틱 커머스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OpenAI 외 주요 AI 기업들 역시 검색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미 AI 오버뷰를 통해 생성형 AI 요약을 검색 결과에 통합했으며, 이는 해당 결과에 인용된 URL 클릭률이 평균 8.9% 감소하는 등 기존 검색 트래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지원 스마트폰 출시를 가속해 모바일 환경에서 대화형 검색 채택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8%가 제미나이를 온라인 쇼핑 연구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Perplexity는 AI 기반 검색 엔진으로 부상했으나, 광고와 쇼핑 분야에서는 의도적으로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편향 없고 방해받지 않는 검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광고주 허용을 극히 제한하고 있으며, 광고 요청 수천 건 중 0.5% 미만만 승인했다. [3] 퍼플렉시티는 페이팔 및 벤모와의 제휴를 통해 ‘Buy With Pro’라는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는 일부 상품에 대한 원클릭 결제만 지원하며 다중 아이템 장바구니 기능이 부재하다. 또한 때때로 웹에서 스크래핑된 상품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이 정보가 항상 최신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커머스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와 협력 중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 역시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검색 영역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브리핑은 통합 검색 쿼리 중 8%가량에 적용되며 월 3천만 명이 이용 중이고, AI 브리핑이 노출된 세션에서는 검색 수와 콘텐츠 클릭 수가 통합 검색 대비 32% 높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4] 연내 오프라인 매장의 전문 세일즈 어드바이저처럼 고객 쇼핑을 밀착 지원하는 ‘AI 쇼핑 에이전트’를 선보일 계획이며, AI 광고 상품인 ADVoost를 통해 기존 매출이 발생하지 않던 비상업 키워드의 수익화를 확대하고 광고의 전환율과 ROAS(Return On Ad Spend)를 개선했다.
쿠팡은 물류 현장에 AI 기반의 자동화와 로봇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오토메이션 직군 인력 규모가 지난해 초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750여 명에 달한다. 이는 AI 물류 혁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효과로 해석된다. 또한 외부 클라우드 의존도를 탈피하고, 자체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재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 코드의 약 50%를 AI가 작성하고 있으며, 향후 외부 기업에 ‘테스트 앤 러닝’을 제공하는 B2B AI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5] 더불어 쿠팡은 물류 현장에 이어 상품 검색, 리뷰 등 소비자 접점까지 AI 전환을 가속하며, 상품 검색에 생성형 AI를 도입 중이다.
AI 커머스의 기반은 크게 두 가지 핵심 기술과 연결된다.
오픈AI의 ACP 출시는 AI 기업이 단순 정보 제공자를 넘어, 실제 상거래 행위를 중재하고 완료하는 트랜잭션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챗GPT는 이제 발견(Discovery), 결정(Decision), 결제(Checkout)의 전 과정을 하나의 대화형 사용자 경험으로 수렴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존 구글의 검색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흔들고, 아마존의 상품 검색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약화하는 구조적 위협이 된다. 이 프로토콜은 AI 커머스를 위한 새로운 개방형 표준이 될 잠재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고객과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상황에서, 아마존, 쇼피파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존 플랫폼 강자들은 고객 접점과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오픈AI의 Instant Checkout 프로토콜의 주요 파트너이며, 이를 통해 100만 이상의 판매자가 챗GPT를 통해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다. 동시에 쇼피파이는 상인들을 위해 ‘Sidekick’과 같은 AI 챗봇을 제공하는데, 이는 상점 운영, 할인 설정, 판매 데이터 요약 등을 돕는 ‘코파일럿’ 접근 방식이다. 쇼피파이 입점 판매자들은 AI 도구를 사용해 캠페인 효과를 22% 높이고 전체 판매를 15% 증가시켰다고 한다. [6]
자체적인 AI 커머스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며, 쇼핑 콘텐츠의 트래픽이 챗GPT 같은 AI 인터페이스로 이전되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도 메신저 기반 커머스를 시도했으나 확장하지 못한 경험이 있기에 매우 조심스럽다. 향후 Meta AI를 활용하여 대화형 커머스 챗봇과 소셜 커머스 추천 및 결제 경험을 강화할 예정이다.
AI 쇼핑 어시스턴트 Rufus를 통해 고객이 자연어로 제품을 찾고, 제품 설명서나 유사 제품 17가지의 비교 정보를 제공하며, 고객 경험을 플랫폼 내에 묶어두려 노력한다. 또한 “Buy for Me” 도구를 테스트하며, 고객이 아마존 앱 내에서 제3자 웹사이트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에이전틱 AI 전략을 개발 중에 있다. [7]
[그림 2] 아마존이 새롭게 소개한 타 사이트 제품을 찾아주는 ‘Buy for Me’ 기능 (출처: Amazon)
쇼피파이의 사이드킥처럼 AI는 판매자의 일상적인 업무를 보조하는 코파일럿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아마존은 AI 기반 도구를 판매자에게 제공하여 수동으로 만든 목록보다 더 품질 높은 상품 목록 페이지를 생성하도록 돕고 있다. 데이터 수집/활용 및 통제권의 경우 오픈AI의 프로토콜은 판매자가 주문 이행, 반품, 고객 지원 전반에 걸쳐 고객 관계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보장한다. 반면 쇼피파이는 무단 크롤링이나 자동 결제를 실행하는 미승인 AI 에이전트를 저지하기 위해 상인 웹사이트 코드에 지침을 추가하는 등, 데이터 및 관계 통제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목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IDQ(Item Data Quality) 측정 기준을 넘어 설명 품질과 제목 정확도까지 평가하는 CDQ(Composite Data Quality) 같은 새로운 지표를 테스트하며 데이터 활용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의 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AI 에이전트가 고객 트래픽과 결제 주도권을 가져가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위험에 직면했다. 이에 대응하는 아마존은 Rufus와 Prime 혜택을 통해, 쇼피파이는 파트너십과 Sidekick을 통해, 자신의 생태계 내에서 AI 검색, 대화형 상거래, 결제 기능을 통합하여 고객 여정을 종결시키려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AI를 통해 유기적인 발견을 강화하고, 광고 상품을 AI 시대에 맞게 최적화하며 주도권을 지키려 노력 중이다.
AI 에이전트의 시대에 판매자와 브랜드는 더 이상 과거의 SEO 전략이나 콘텐츠 생산 방식에 의존할 수 없다. 새로운 AI 인터페이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의 검색 방식은 이미 명확한 키워드 입력에서 맥락과 의도를 담은 대화형 질문으로 이동했다. 미국 소비자의 41%가 온라인 쇼핑을 위해 AI 기반 검색 엔진 사용에 관심이 높으며, 응답자의 40.9%가 챗GPT를, 44.8%가 제미나이를 쇼핑 연구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AI 에이전트에게 “도자기 애호가를 위한 50달러 이하 선물을 찾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쇼핑 질문을 던지며, 에이전트는 제품을 비교하거나, 사용자 행동 및 위치에 기반한 초개인화된 제품 묶음을 제안한다.
AI는 이커머스의 핵심 인터페이스를 키워드 중심의 의도 기반 검색(Intent-based Search)에서 맥락 기반 발견(Contextual Discovery)으로 전환한다. 사용자의 선호도, 과거 행동,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분석하여 적절한 순간에 제품을 추천하거나, 예측 보충(Predictive replenishment)을 통해 자동으로 재주문하는 구독 모델을 보편화시킬 것이다. 오픈AI를 선두로 AI 기업들은 유기적 관련성을 기반으로 상품 순위를 매기고 ACP와 같은 새로운 프로토콜로 검색, 결정, 결제를 통합하는 새로운 상거래 표준을 제시하며, 기존 마켓플레이스의 탈중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플랫폼 기업들은 AI 코파일럿 제공과 플랫폼 통합 전략을 통해 고객 관계 통제권을 유지하려 한다. 주요 플레이어 간의 영역 확장과 수성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쟁적 마찰은, 중장기적으로 시장 재편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판매자들은 키워드 광고에 의존하는 비중을 줄이고 고품질의 AI 친화 콘텐츠를 통한 자연 노출에 예산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즉, 광고 예산의 일부가 AI 최적화를 위한 콘텐츠 및 데이터 품질 개선 투자로 전환될 것이다. 또한 더욱 옴니채널 및 멀티모달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AI 기반 AR·VR 기술은 고객이 제품을 가상으로 시착하거나 배치해 볼 수 있게 해, 구매 자신감을 높이고 반품률을 낮춘다. 나이키나 이케아의 AR 사례는 반품률 30% 감소와 판매 전환율 40% 증가에 기여했다. [11] 덧붙여, 음성과 챗봇을 통한 대화형 커머스는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AI는 다양한 접점을 통합해 일관되고 개인화된 고객 여정을 제공할 것이다.
AI의 확산은 윤리적 책임을 새로운 경쟁력의 핵심으로 만들고 있다. 소비자의 높은 비율이 데이터 수집 및 사용 방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소매업체의 투명성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AI 기반 시스템의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히 설명하고, 데이터 최소화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 사정을 감안했을 때, 네이버와 쿠팡은 이러한 변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네이버는 AI 브리핑을 통해 검색의 품질을 혁신하고 있으며, 연내 쇼핑 AI 에이전트를 선보여 소비자 접점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쿠팡은 물류 자동화와 더불어 자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운영 효율성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소비자 접점인 상품 검색에 AI를 도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AI 커머스의 성공은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 핵심은 AI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콘텐츠 전략과 신뢰 기반의 윤리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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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France의 Senior Program Manager
한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 후, 7년간 한국후지쯔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1998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여 Business Objects에서 개발 매니저와 프로그램 매니저를 거쳐, 현재 SAP의 클라우드 ERP 엔지니어링 그룹의 시니어 프로덕트/프로그램 매니저로 근무 중입니다. 책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의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