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 패키지에서 자유 여행으로: 고객마다 그 자리에서 다른 화면이 만들어지는 시대. 누구에게나 같은 화면을 보여주던 전제가 흔들리고 있어요.
- 같은 앱, 다른 세계: 같은 앱을 열어도 사용자의 역할, 습관, 목적에 따라 레이아웃과 정보의 우선순위가 달라져요.
- 빨리 끝날수록 좋은 앱: "오래 머무는 앱"이 아니라 "목적을 가장 적은 조작으로 달성시켜 주는 앱"이 좋은 앱이에요.
- 화면을 그리는 사람의 미래: 누구나 화면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UX 디자이너는 화면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규칙을 설계해요.
어제와 같은 앱. 어제와는 다른 화면
패키지 여행과 자유 여행의 차이를 떠올려 보세요.
같은 버스, 같은 식당, 같은 사진 구도. 효율적이지만, 미술관에 더 머물고 싶은 사람도 시장을 더 둘러보고 싶은 사람도 정해진 시간에 다음 코스로 옮겨야 해요. 누구에게나 같은 일정이니까요. 하지만 자유 여행은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죠. 각자의 관심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펼쳐져요.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가 써온 앱은 대부분 ‘패키지 여행’ 같았어요. 누가 열어도 같은 화면, 같은 메뉴, 같은 순서. 그런데 2026년, 이 ‘패키지 여행’을 벗어나는 움직임이 시작됐어요. 같은 앱을 열어도 사람마다, 그날의 목적에 따라 화면이 다르게 만들어져요. 누군가에게는 투자 현황이 먼저, 누군가에게는 최근 본 상품 목록이, 또 누군가에게는 ‘오늘 뭘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 하나만 보일 수도 있죠.
1~3호에서 우리는 팀 내부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이야기했어요. 4~7호는 무대를 옮겨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이야기예요. 고객이 직접 마주하는 화면으로부터 시작해요.
고정된 화면에 찾아오는 변화
지금까지 앱을 만드는 방식은 간단했어요. 디자이너가 화면을 그리고, 개발자가 만들고,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화면을 보여줬죠. 이걸 ‘고정형 화면’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AI가 사용자의 질문이나 목적에 맞춰 화면을 실시간으로 구성하는 기술이 등장했고, 동시에 고객 데이터에 따라 레이아웃과 콘텐츠를 바꾸는 동적 개인화도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어요.
변화를 부르는 세 가지 조건
이 변화가 지금 중요해진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 AI가 텍스트 답변을 넘어 화면과 조작 요소를 구성하기 시작했어요. 둘째, 고객별 맥락을 반영할 데이터와 생성 기술이 연결되고 있어요. 셋째, 서비스의 목표가 오래 머물게 하는 것에서 적은 조작으로 목적을 끝내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이 변화는 이름과 추천 순서를 바꾸는 수준이었던 개인화를 고객이 지금 하려는 일에 맞춰 정보 구조와 다음 행동을 재구성하는 수준으로 넓혀요. 목표는 고객이 더 적게 찾고 더 빠르게 판단하도록 돕는 화면을 만드는 것이죠.
Living Screen, 변화의 방향
Living Screen은 하나의 기술명이 아니라, 고정된 화면에서 벗어나는 UX 변화의 방향이에요. 단계별로 보면 이렇게 나눌 수 있어요. 어떤 화면은 고객 데이터에 따라 동적으로 조립되고, 어떤 화면은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따라 AI가 그 자리에서 생성돼요. 모든 사용자가 같은 화면을 보던 시대에서, 방법은 달라도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화면이 달라지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어요.
가까운 미래의 풍경
B2C보다 B2B 업무 앱에서 이 변화를 먼저 체감할 수도 있어요. 업무 앱은 사용자의 목적이 명확하고, 반복되는 과업이 많으며, 권한과 데이터 구조가 이미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이에요. 같은 대시보드라도 경영진에게는 의사결정 요약이, 실무자에게는 다음 액션과 예외 항목이, 운영자에게는 위험 신호가 먼저 보이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어요.
| 단계 | 설명 | 사례 |
|---|---|---|
| 1. 고정형 화면 Static UI |
모두에게 같은 화면을 보여주는 기존 방식 | 기존 앱 메인·설정 화면 |
| 2. 동적 개인화 화면 Dynamic Personalized UI |
고객 데이터와 행동에 따라 화면 콘텐츠·배치가 달라지는 방식 | Tableau Pulse의 역할별 지표 화면 |
| 3. 생성형 화면 Generative UI |
사용자 특성이나 질문에 따라 AI가 화면을 즉시 만드는 방식 | 구글 Gemini Dynamic View |
| 4. 에이전트형 화면 Agentic UI |
사용자가 목적을 말하면, AI가 필요한 작업 흐름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 필요한 화면을 상황에 맞게 구성하는 방식 | Salesforce Headless 360, 구글 A2UI |
성공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까지 앱의 성공은 체류 시간이나 페이지 뷰로 측정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화면이 목적에 맞게 바뀌는 세계에서는 얼마나 적은 조작으로 사용자의 의도가 정확히 해결됐느냐가 더 중요해져요.
이 리포트에서는 이를 ‘해결 속도(Resolution Velocity)’라는 지표로 제안해요. 기존 지표가 체류 시간, 클릭 수, 페이지 뷰, 이탈률이었다면 Living Screen 시대의 보완 지표는 목적 달성 시간, 필요한 조작 수, 과업 완료율, 불필요한 탐색 감소율이 될 수 있겠죠. 좋은 앱의 기준이 ‘오래 머무는 앱’에서 ‘목표를 빨리 끝내주는 앱’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예요.
화면이 고정되지 않을 때 비즈니스가 달라진다
[글로벌 · 콘텐츠] Netflix: 12년 만의 홈 화면 리디자인
무엇을 바꿨나
Netflix는 2025년 5월, 12년 만에 첫 홈페이지 리디자인을 발표했어요. 3억 2,500만 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2025년 말 기준)를 보유한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터페이스 자체를 새단장 한 거예요. "뭘 볼지 찾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 목표였어요.
어떻게 작동하나
기존 Netflix 추천은 사용자의 이용 이력을 바탕으로 다음에 볼 콘텐츠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새 시스템은 여기에 현재 세션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하려는지까지 추론해 추천에 반영해요. Netflix는 이런 실시간 세션 의도를 검색 결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새 시스템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동안의 탐색 행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추천을 계속 갱신해요. Netflix는 새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그 순간 기분과 관심사에 반응한다"고 설명했어요. 같은 콘텐츠라도 사용자마다 다른 썸네일이 보여요. Netflix는 작품 하나에 여러 버전의 아트워크를 만들고, 각 사용자에게 더 적합한 버전을 골라 보여줘요. 검색에는 OpenAI 기반 생성형 검색이 베타로 도입돼서 "재밌고 가벼운 거"처럼 자연어로 묻고 AI가 의도를 파악해 추천하는 방식도 더해졌고요.
무슨 결과가 있었나
Netflix는 새로운 홈의 클릭률 같은 세부 지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2025년 3분기 기준 새 TV UI를 TV 디바이스의 85%까지 확대했고, 결과가 사전 출시 기대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왜 중요한가
Netflix가 새 홈에서 ‘찾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점이 중요해요. 사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지를 홈 화면의 핵심 과제로 삼은 사례예요. 앞서 Signals of Change에서 다룬 ‘해결 속도’와도 이어져요.
도입 시 고민 지점
사용자의 스크롤·호버·이탈을 실시간으로 받아 모델에 반영하려면, 상당한 데이터 인프라와 모델 운영 역량이 필요해요. 그리고 추천이 너무 잘 맞으면 사용자가 "이미 본 것과 비슷한 것"만 보게 되는 필터 버블 문제가 따라와요. 좋은 추천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잘 고민해야 해요.
[글로벌 · CRM 플랫폼] Salesforce Headless 360: 화면이 ‘확인의 공간’으로 줄어들다
화면과 비즈니스 기능을 분리해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화면 없이 불러 써요. 승인·결정 카드는 Slack·Teams 등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어요.
무엇을 바꿨나
Salesforce는 2026년 4월 TDX 2026에서 Headless 360을 발표했어요. 화면과 비즈니스 기능을 분리해,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데이터·워크플로·승인 기능을 화면 없이 불러 쓰는 구조예요.
어떻게 작동하나
비즈니스 로직과 권한을 한 번 정의하면 승인 카드·결정 카드·데이터 레이아웃이 Slack·Teams·모바일 앱 등 사용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어요. Agentforce Experience Layer(AXL)는 에이전트의 내부 처리와 화면 표시 방식을 분리해 이를 가능하게 해요.
무슨 결과가 있었나
늘 켜져 있는 대시보드가 아니라,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만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화면. Headless 360이 제안하는 그림이에요. 다만 2026년 4월 발표된 초기 단계라, 도입 규모와 효과는 아직 쌓이는 중이에요.
왜 중요한가
이번 호의 결론을 가장 정확하게 담은 사례예요. 화면의 역할은 사람이 일일이 누르고 입력하던 공간에서, 에이전트가 한 일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거예요.
도입 시 고민 지점
화면이 '확인의 공간'으로 줄면, 그 짧은 화면 안에 무엇을 보여줄지가 더 중요해져요. 에이전트가 사람 승인 없이 어디까지 자동으로 실행해도 되는지, 오류가 났을 때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해요.
[글로벌 · BI 분석] Tableau Pulse: 같은 도구를 열어도 사람마다 다른 화면
Tableau는 기업이 데이터를 차트와 대시보드로 보는 BI 도구예요(지금은 세일즈포스 소속). Pulse는 이용자가 팔로우한 핵심 지표만 추려 보여주는 개인화 지표 홈이에요. 같은 도구를 열어도 영업·마케팅·재무 담당자가 각자 다른 지표 화면을 보죠. 이후 기능이 강화되면서, AI가 설정한 주기에 맞춰 요약 다이제스트를 슬랙이나 이메일로 보내고, 이상치와 추세 변화를 자연어로 설명해요. 화면이 모두에게 같은 게 아니라, 보는 사람에 맞춰 재구성되는 사례예요.
[글로벌 · AI 플랫폼] 구글 Gemini Dynamic View: 그 자리에서 생성되는 화면
구글 리서치의 생성형 UI 연구를 Gemini 앱에 적용한 실험 'Dynamic View'(2025년 11월, Gemini 3와 함께 공개)는 사용자의 프롬프트에 따라 맞춤형 인터랙티브 응답을 만들어내요. AI가 답변 내용에 따라 화면의 구성과 상호작용 방식까지 생성해요. 화면이 사용자의 의도를 처리하려고 그때그때 생성되는 작업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QUESTION TO ASK우리 서비스도 Living Screen이 될 수 있을까?
Q1. 우리 서비스의 홈 화면은 누구를 위해 설계됐는가?
"처음 들어온 사람"과 "오래 쓴 사람", "임원"과 "실무자"가 다른 화면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Salesforce는 같은 부품으로 사람과 상황마다 다른 화면을 만드는 방식을 보여줬어요. 우리 홈 화면은 모두에게 같은 입구인가요, 사람마다 다르게 열리는 공간인가요?
Q2. 우리는 체류 시간을 늘리려고 하는가, 목적 달성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가?
Netflix가 12년 만에 홈 화면을 바꾸며 앞세운 건 회원이 볼 콘텐츠를 더 쉽게 찾도록 돕는 것이었어요. 우리 서비스의 핵심 지표는 어느 쪽을 향하고 있나요?
Q3. AI가 만든 화면을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결제·약관 화면처럼 절대 흔들리면 안 되는 영역과, 추천·요약처럼 매번 달라져도 되는 영역의 경계가 있어요. 그 경계를 미리 정의해야, AI가 통제 가능한 화면을 만들 수 있어요.
CX INSIGHT화면이 스스로 만들어지면, 디자이너는 뭘 하나요?
AI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화면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디자이너만의 영역이 아니게 됐어요. 프롬프트 한 줄로 시안을 뽑고, 컴포넌트 라이브러리에서 골라 조립할 수 있죠. 화면을 만드는 사람의 수는 늘어났고, 만드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그런데 ‘만드는 것’과 ‘잘 만드는 것’은 달라요. 서로 다른 역할자가 만든 화면이 각자 다른 톤·다른 정보 우선순위·다른 인터랙션 패턴을 가진다면 일관성이 무너져요.
일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을 뿐, 디자이너의 역할은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어요. SAP 최고디자인책임자 Arin Bhowmick은 생성형 UI 시대의 디자이너는 모델 기반 인터페이스가 따라야 할 제약 조건, 안전장치, 평가 기준을 설계하게 된다고 설명했어요. (UX Collective 기고문 「10 UX design shifts you can't ignore in 2026」, 2026.1)
화면을 설계하는 시대에서 규칙과 감정을 설계하는 시대로
기존의 디자이너가 버튼 크기, 텍스트 위치, 이미지 배치를 직접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AI가 화면을 만들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설계할 거예요.
물론 기존 디자인 시스템도 규칙으로 움직여요. 다만 그 규칙은 "이 버튼은 파란색, 모서리 반경 8px" 같은 비주얼 수준에 머물렀어요. 생성형 UI 시대에는 여기에 맥락 수준의 판단 기준이 얹혀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 신규 사용자에게는 탐색 카드를, 재방문 사용자에게는 최근 활동 요약을: 먼저 보여줘요.
- 결제 관련 화면: AI가 레이아웃을 바꾸지 못하도록 고정해요.
- 추천 사유: 반드시 한 줄 이상 표시해요.
기존에는 "어떤 화면을 보여줄까"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어떤 조건에서 어떤 화면이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설계해요. 이를 위해 디자이너에게는 조건부 논리(if-then) 구조화 능력, AI가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 정의 능력, AI 결과물 품질 평가 기준 수립 능력이 필요해져요.
Living Screen에도 필요한 경계선
| 바뀌어도 되는 것 | 고정되어야 하는 것 |
|---|---|
| 추천 콘텐츠, 요약 방식, 정보 우선순위 | 결제·취소·보안 경로 |
| 대시보드 구성, 탐색 경로, 학습 화면 | 법적 고지·접근성 기준 |
| CTA 문구, 도움말 방식 | 핵심 액션의 의미, 브랜드 기본 톤 |
| 개인화된 안내, 작업 제안 | 사용자 동의가 필요한 상황 |
화면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모든 것이 매번 달라진다는 뜻은 아니에요. Living Screen의 성패는 기술보다 감정에서 좌우될 수 있어요.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내 상황에 잘 맞으면서도 믿을 수 있는 화면이에요.
현실의 벽: 자유가 불러오는 혼란
AI가 화면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으면 정보가 더 풍부해지지만, ‘너무 많은 정보’라는 새로운 문제도 생겨요. 긴 텍스트 덩어리만 제시하면 사용자는 핵심을 찾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써야 해요. 정보의 성격에 맞춰 카드·표·조작 요소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탐색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돼요.
결국 새로운 기술의 도입보다,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와 "얼마나 숨길 것인가"의 균형을 찾는 일이 중요해요. 최고의 생성형 UI는 새로움과 익숙함, 풍부함과 간결함 사이에서 딱 맞는 지점을 찾아내는 화면이에요.
화면은 점점 확인의 공간으로
Living Screen은 화면의 끝이 아니라, 에이전트 경험으로 가는 중간 단계예요. 처음에는 화면이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바뀌어요. 그 다음에는 사용자가 화면을 탐색하지 않고, 목적을 말하면 에이전트가 알아서 처리하죠. 화면은 점점 "조작하는 공간"에서 "확인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필요한 순간에만 나타나는 임시 인터페이스가 될 거예요.
SUMMARY OF LIVING SCREEN
화면은 점점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고객의 의도에 따라 태어나고, 목적이 달성되면 사라지는 살아있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살아있는 화면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뒤에서 규칙을 설계하고, 브랜드를 지키고, 고객의 감정을 읽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해요.